"양자보안이 미래 먹거리".....통신 3사 경쟁 치열

양자보안, 미래 핵심 보안 기술로 자리매김 양자키분배, 양자내렁암호 기술 등으로 시장 공략 KT·SK텔레콤·LG유플러스, 유사 기술이나 차별화 전략 구사

2025-08-28     김예지 기자
국내 통신 3사가 QKD 장비, 양자보안 스마트폰, PQC 클라우드 솔루션 등 각기 다른 전략으로 양자보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사진:미드저니)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AI 서비스 확산과 사이버 위협이 고도화되면서 국내 사이버보안 시장도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통신 3사는 양자키분배 등 차세대 양자보안 기술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KT는 자체 기술로 만든 양자키분배(QKD) 장비로 공공망을 겨냥하고, SK텔레콤은 양자보안 칩이 들어간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PQC)를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보안 솔루션으로 SaaS 기업과 금융권을 겨냥한다. 방식은 달라도 양자보안을 미래 먹거리로 본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KT, QKD 장비 국정원 인증… 공공망 사업에 활용 확대

KT는 최근 자체 연구소에서 개발한 QKD 장비가 국가정보원 보안 검증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장비 제작은 국내 전송장비 업체 코위버가 맡았으며,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시험 절차를 거쳐 인증을 획득했다. 국내 제조 장비가 QKD 분야에서 공식 인증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QKD는 양자의 중첩 원리를 활용해 암호키를 만들고 전달하는 방식으로, 도청이나 변조 시도가 발생하면 즉시 탐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안전한 암호 기술로 꼽힌다. 이번 장비는 네트워크 핵심 노드 1대와 지역 노드 6대를 연결하는 1대6 구조를 적용해 비용 효율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기존 장비가 1대1 연결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진전된 구조다.

이번 인증으로 KT는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공기업이 발주하는 보안망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동시에 장비 업체와 협력 범위를 넓히며 국내 생태계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 QKD 관련 핵심 특허 15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회사 측은 “사이버 공격이 점점 지능화되는 상황에서 자체 기술 기반 장비가 보안 체계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이번달 초 AI 기능 활용성을 강화한 양자암호 5G 스마트폰 ‘갤럭시 퀀텀6’를 정식 출시했다.(사진:SK텔레콤)

SK텔레콤, 퀀텀 스마트폰으로 대중 시장 겨냥

SK텔레콤은 양자보안을 소비자 단말기로 확장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최근 선보인 ‘갤럭시 퀀텀6’에는 양자 난수 기반 암호 기술을 지원하는 보안 칩이 탑재됐다. 통신망을 넘어 개인 스마트폰까지 양자 기술을 적용한 사례다.

보안 기능 외에도 AI 기능을 강화했다. 구글 멀티모달 AI ‘제미나이 라이브’를 탑재해 카메라 화면을 보면서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고, ‘베스트 얼굴’ 사진 보정과 영상 자동 편집 기능도 지원한다. 무게와 두께를 줄이고 방수·방진, 고속 충전 기능을 갖춰 휴대성도 개선했다.

출시 초기에는 유튜브 프리미엄, 카카오 이모티콘 플러스 구독권 등을 묶은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양자보안이라는 낯선 기술을 스마트폰이라는 익숙한 기기에 얹어 대중 체감도를 높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품을 두고 “양자보안 대중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LG유플러스, PQC 기반 SaaS 보안 플랫폼

LG유플러스는 하드웨어 중심의 QKD 대신 소프트웨어 기반 PQC에 무게를 두고 있다. PQC는 양자컴퓨터 시대에도 안전한 암호 알고리즘으로, 별도의 장비 없이 기존 네트워크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클라우드 계정 관리 솔루션 ‘알파키’와 통합 보안 플랫폼 ‘새시(SASE)’를 내놨다. 알파키는 여러 업무용 계정을 통합 관리하며 사용자 행위와 접속 패턴을 분석해 위협을 조기에 식별한다. 새시는 네트워크 접근과 데이터 보호를 함께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정부가 2035년까지 국내 암호 체계를 양자 기반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PQC 수요도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금융·국방·제조 등 보안 요구가 큰 산업군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으며, 글로벌 SaaS 서비스와 연계한 보안 모델도 준비 중이다. LG유플러스는 2032년까지 누적 매출 10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로 다른 전략, 공통된 목표는 ‘양자보안 선점’

세 통신사가 내놓은 전략은 각기 다르지만 지향점은 같다. KT는 QKD 장비로 국가 기반망을 겨냥하고, SK텔레콤은 스마트폰을 통해 대중 시장을 겨냥하며, LG유플러스는 PQC로 클라우드 영역을 공략한다.

전문가들은 QKD와 PQC가 경쟁보다는 보완 관계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QKD는 국가 기간망처럼 최고 수준 보안이 필요한 곳에서, PQC는 비용과 효율성이 중요한 클라우드 환경에서 각각 강점을 발휘할 수 있어서다.

AI와 클라우드, 5G 인프라 확산으로 보안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통신 3사의 행보는 한국이 양자보안 기술을 조기에 실증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향후 이 기술이 해외 시장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