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애국심 과잉?, 도 넘은 ‘픽셀10 예찬’ 홍수

기술매체 등 외신들, 구글 ‘픽셀10’ 띄우기 위한 과잉보도 만발 장·단점 분석없는 찬사, 충전기, AI 호평, ‘둔탁한 외양, 내구성으로 포장’ 삼성 ‘갤럭시Z 폴드 7’ 집중 겨냥, “따라잡을 수 있을 것” 단언 구글 픽셀, 시장 점유율 5% 불과, 북미 제외 세계시장선 미미한 존재 ‘트럼피즘’의 ‘미국 제일주의’, 기술산업과 언론에도 스며든 탓?

2025-08-22     전윤미 기자
구글의 '메이드 바이 구글' 행사를 계기로 다른 구글 라인업과 함께 펙셀10에 대한 언론의 과잉홍보 기사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사진=매셔블)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그야말로 ‘애국심’의 발로일까. 이번 주 들어서 미국의 기술매체와 유력한 현지 외신들까지 구글 ‘픽셀10’ 스마트폰 찬양 기사로 도배하고 있다. 물론 구글이 개최한 대형 이벤트 ‘Made by Google 2025’ 때문일 수도 있지만, 도가 지나칠 정도로 ‘픽셀 10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구글 픽셀 스마트폰은 사실 삼성과 애플에 비해선 틈새(niche) 제품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선 이를 잘 아는 사용자들이 극히 드물 정도로 미미한 존재다. 실제로 세계 시장 점유율도 삼성, 애플, 샤오미, 오포, 너씽 등에 밀려 5% 안팎을 턱걸이하고 있다. 그나마 미국 등 북미시장에선 최근 10%대를 넘어섰다는 보도가 있긴 하다. 그러나 이 역시 애플과 삼성의 신제품 출시때마다 큰 폭으로 줄어들곤 한다. 한 마디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선 존재감이 없는 제품이다.

“객관적 언론으로서 ‘균형감각, 평정심’ 상실” 지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기술매체들을 중심으로 이번 ‘픽셀 10’ 시리즈의 출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물론 애플에 대해서도 주기적으로 이런 보도가 나오고 있긴 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삼성에 대해선 매우 ‘엄격한’ 리뷰와 간헐적 보도에 그치곤 한다. 이에 비하면 이번 ‘픽셀 10’ 보도는 그 도가 지나치다싶을 정도의 과잉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기사 문구 역시 객관적이며 이성적 언론보도 패턴을 벗어나고 있다. ‘최고, 최초의 방수, 방진 등급을 가진 폴더불 폰’(엔가젯) 정도는 약과다. ‘애플과 삼성을 따라잡을 픽셀의 비밀무기’(폰 아레나), ‘전문가급 픽셀이 돌아왔다’(매셔블), ‘새로운 기기와 자랑스러운 AI 기능’(더 버지) 등 보도 기사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의 ‘감성적’ 묘사로 뒤덮고 있다.

기업체 신제품에 대한 장단점을 고루 분석한 리뷰라기 보단, 일방적인 찬사로 얼룩진 기사들이다. 마치 구글의 ‘홍보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펙셀 10' 모습. (이미지=Wccftech)

“애플·삼성 맞선 비밀 무기, 삼성 폴더블 폰 따라잡아” 과장

그 중 유력한 모바일 전문매체인 엔가젯은 “픽셀 10 Pro Fold 체험, 얇은 두께는 잊으세요., 내구성 강화에 박차!”라며 사실상 삼성의 갤럭시 Z 폴드 7를 저격하는 듯한 표현을 쓰고 있다. “IP68 방수 방진 등급을 갖춘 최초의 폴더블 폰”이라면서 “Google은 최근 Galaxy Z Fold 7에서 보여준 것과는 다른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얇은 두께에 집중하는 대신, 시장에서 가장 견고한 폴더블 폰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른다. 이는 새로운 IP68 등급 덕분에 가능했다”고 추켜세웠다.

오로지 갤럭시 Z 폴드 7을 겨냥한 것이다. 심지어는 지난 이력까지 들추면서 “(픽셀은 과거에) 더 큰 메인 디스플레이를 추가하면서 더욱 심플한 디자인으로 전환했을 뿐만 아니라, 단 2세대 만에 삼성의 오랜 폴더블 폰 라인업을 따라잡았다”고 단언했다. 이는 정확하고 객관적 분석과 검증이 결여된, 글쓴이의 非저널리즘적 편견과 ‘감춰진 저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역시 유명한 모바일 및 IT 전문 매체인 ‘폰 아레나’도 이에 못지않다. “픽셀 시리즈가 앞으로 애플과 삼성에 도전장을 내밀고 대기업들과의 경쟁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와줄 한 가지 기능이 있다”면서 ‘픽셀 10의 애플과 삼성에 맞선 비밀 무기’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매체의 모든 보도 기사엔 관행적으로 “이 글에는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라는 단서가 달려있다. 그런 ‘개인적 견해’가 너무나 ‘개인적’이란 점이 문제다.

특히 구글의 ‘Google의 Trillium TPU’를 픽셀 10의 ‘독보적인 차별화 포인트’로 꼽았다. “이는 AI 작업에서 일반 CPU와 GPU보다 성능이 뛰어나며, 때로는 몇 배나 더 뛰어나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이견이 있지만, 일단 해당 기자는 “이러한 TPU 전문성과 마법을 Tensor 칩에 구현”한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글쓴이 스스로도 (삼성의) 스냅드래곤이나 애플 칩이 ‘이론적으로는’ 더 빠르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객관적 근거도 없이 “장기적으로는 텐서 실리콘이 더 나은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속단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사 말미엔 “픽셀 폰이 AI 잠재력으로 인해 아이폰과 갤럭시 폰에 실제로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삼성과 애플이 힘을 합쳐 반격할까요?”라고 반문하는 형식으로 자신의 ‘희망사항’을 강조하고 있다.

'픽셀 10' 이미지. (출처=더 버지)

“구글의 전문가급 픽셀이 돌아왔다”?

기술매체 ‘Wccftech’는 ‘Pixelsnap’ 충전기를 강조했다. 이를 통해 픽셀10이 “더욱 스마트한 충전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매체 역시 과장섞인 표현을 남발하고 있다.

“픽셀 10 라인업은 구글의 무선 충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휴대폰 충전 시 스마트 디스플레이 역할을 할 수 있는 ‘Pixelsnap’ 충전기를 선보였다.”며 “더욱 빠르고 효율적인 UFS 4.0 스토리지 탑재, 'Zoned UFS' 기술 적용” 등 사양을 일일이 나열했다.

그러면서 “스크린세이버는 특히 펼쳤을 때 시각적으로 더욱 매력적인 옵션을 제공한다”거나, “‘Pixelsnap Charger와 더욱 스마트하고 유용한 통합을 선택한다”는 등 찬사로 일관했다. 또한 액세서리 가격(69.99달러)까지 소상히 안내하며, “이전 모델보다 더욱 세련되고 다재다능한 버전”이라며 구매를 적극 권하며 ‘영업사원’을 방불케하는 모습도 보였다.

나름대로 신뢰를 얻고 있는 ‘더 버지’는 그런 신뢰가 무색하게 픽셀10의 장점을 한껏 과장하고 있다. ‘구글의 차세대 폴더블 스마트폰, 방진 설계로 출시’, ‘픽셀 10 Pro 폴드, 더 큰 외부 디스플레이 탑재’ 등으로 기사를 이어갔다.

이 매체 역시 “수많은 유출 정보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구글의 픽셀 10 Pro 폴드는 IP68 등급을 획득하여 방진 및 방수 기능을 갖춘 ‘최초’의 폴더블 폰”임을 강조했다. 또한 “기기 외부 베젤을 줄여 6.4인치의 커버 디스플레이를 구현했지만, 내부 화면은 8인치로 동일하다”고 추켜세웠다. 그다지 획기적인 변화로 보기 힘든 사항까지 애써 부각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 역시 삼성을 견제하는 태도를 보였다. “10 Pro 폴드에는 삼성이 아닌 TSMC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업그레이드된 Tensor G5 프로세서가 탑재되었다”며 “최대 15W의 Qi2 무선 충전 속도를 지원한다”고 비교했다. 가격(10 Pro 폴드 1,799달러부터)대도 공개하며, “조금 늦은 10월 9일에 매장에서 판매될 예정”이라고 구체적 출시일까지 특정했다.

삼성 갤럭시 Z 폴드 7과 비교하는 기사도 종종 등장하고 있다. (사진=테크레이다)

‘매셔블’은 픽셀 10 Pro & Pro XL에 대해 ‘100배 줌과 실시간 번역 기능’을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구글의 전문가급 픽셀이 돌아왔다”고 역시 ‘픽셀 예찬론’을 펴기 바빴다.

일단 “픽셀l 10 Pro는 999달러부터 시작하며, 더 큰 디스플레이와 배터리를 탑재한 사실상 동일한 휴대폰인 Pro XL은 1,199달러부터 시작한다”고 가격과 특장점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다만 “픽셀 10 Pro는 작년 픽세 9 Pro에 비해 확실히 개선되었지만, 분명 점진적인 개선”이었다며, “새로운 픽셀 10 시리즈 테스트를 완료하기 전까지 업그레이드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겠다”고 전제했다.

이 기사를 쓴 시점은 구글의 대형 이벤트가 있지 전이었다. 그런 만큼 사전에 실물을 접하지 않은채 소문만으로 리뷰를 쓰기엔 부담이 따랐을 것으로 짐작된다.

“애플보다 AI 기반 스마트폰 앞서 나가” 표현도

‘테크 레이다’ 역시 ‘픽셀10 찬가’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픽셀 10 Pro Fold는 의심할 여지 없이 좋은 스마트폰이자 인상적인 폴더블 기기”라고 했다. 이 매체 역시 삼성을 염두에 두며 픽셀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이 놀라울 정도로 얇고 가벼운 ‘갤럭시 Z 폴드 7’을 공개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출시된 이 기기는 모든 ‘폴더블 폰’의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단언했다. 지나친 논리 비약이란 지적을 살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갤럭시 Z 폴드 7이 모든 면에서 픽셀 10 Pro Fold보다 뛰어나다는 것은 아니다.”고 갤럭시를 견제했다. 자신이 직접 사용해 본 픽셀 10 프로의 경우 특히 “(삼성보다 앞선) 확실한 승자라고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줌 카메라’”라고 했다. 다만 “이전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10.8MP, 5배 광학 줌을 탑재한 점을 지목했다. 굳이 ‘갤럭시 Z 폴드’가 3배 광학, 10MP 줌 카메라를 탑재한 점을 비교한 것이다.

또 “픽셀10 Pro 폴드가 ‘갤럭시 Z Fold 7’보다 뛰어난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들”을 애써 나열했다. 역시 ‘IP68 방수, 방진 보호 기능’을비롯, 고속 Qi2 충전과 MagSafe 방식의 충전 기능 등을 꼽았다. 특히 “삼성이 자사의 어떤 갤럭시 폰에도 이와 유사한 기능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도 했다.

픽셀 10의 AI기능을 강조한 이미지. (출처=테크크런치)

기술매체 중 가장 신뢰도를 인정받는 ‘테크크런치’도 픽셀10의 자잘한 개선 사항들을 일일이 설명하고 있다. 특히 “픽셀10 시리즈로 ‘AI 폰’ 기능이 강화”된 점을 부각시켰다. 특히 “픽셀 10 시리즈 출시와 함께 구글은 소비자에게 AI 기반 스마트폰을 제공하기 위해 애플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고 무리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 밖에도 PC맥, 텤크스토리, e위크 등 대부분의 기술매체들이 정도 차이는 있지만, ‘픽셀10 예찬’에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블룸버그, WSJ 등 유력 외신들은 이 정도 아니지만 역시 단점보단 장점을 부각시키며 호의적 시선이 깔린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극단적인 ‘미국 제일주의’를 내건 ‘트럼피즘’에 이어, IT산업에서도 ‘애국주의’가 팽배해있음을 보여주는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