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경쟁 뒤처진 메타, ‘AI전략 갈팡질팡’
천문학적 연봉 ‘인재 스카웃’ vs 반대로 전사적 ‘채용 동결’ 연구소, 인재 영입, 데이터센터 등 투자 불구, “의미있는 성과 못거둬” ‘오픈소스’임을 과대광고 남발에 ‘오픈 워싱’ 비난 쏟아져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메타는 최근까지도 혼란스러운 AI 전략을 보여왔다. 외부인들에겐 “경쟁에 이기기 위해 자원을 낭비하지만, 여전히 경쟁에 뒤처지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메타는 최근에도 천문학적 연봉을 제시하며, 내로라하는 실리콘밸리 최고의 인재들을 스카웃하고 나섰지만, 여전히 이런 평가를 받고 있다.
메타는 이를 탈피하기 위해 AI 전략 개편, 구조조정 노력, 인재 채용 그리고 최근의 ‘채용 동결’에 이르기까지 줄곧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메타의 최근 구조조정부터가 “혼란스런 의사결정”이란 평판이다.
구조조정은 ‘혼란스런 의사결정’ 평가
이번 구조조정은 AI 부서 채용을 동결했다는 내용이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는 50명 이상의 최고 인재들을 파격적 대우로 영입했다. 대신에 그에 소요된 비용을 염두에 둔 탓인지, 나머지 AI 부서 채용을 일절 중단했다. 그야말로 극명하게 엇갈린 정반대의 조치를 동시에 시도한 셈이다. 이에 업계에선 그런 모습을 두고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평했다.
‘더 인포메이션’은 이번 구조조정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메타는 일단 AI 사업부를 4개의 전담 부서로 분할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6월, 전 깃허브 CEO 냇 프리드먼과 전 스케일 AI CEO 알렉산드르 왕이 이끄는 ‘슈퍼인텔리전스 랩’을 설립하며,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로운 부서는 인프라 팀, 소비자용 메타 AI 어시스턴트, 기본 AI 연구(FAIR) 랩, 그리고 구체적인 프로젝트가 없는 ‘랩’ 등에 집중하는 팀들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네 개의 부서 중 마지막 부서는 현재 “라마(Llama) 제품군의 성능을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최첨단 AI 모델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핵심 플랫폼, 수익원과 연계못했던 패착
메타는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10억 달러가 넘는 고액 연봉 패키지를 제시하며 업계 최고의 AI 전문가들을 영입하려는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메타는 또 인프라 등의 핵심 분야에도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인공지능 개발과 사업 운영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추가 용량을 확보하기 위한 기회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엔 AI 훈련 및 추론 역량을 크게 강화하기 위한 5GW 규모의 데이터 센터가 포함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정반대의 ‘채용 동결’ 조치는 이 회사의 복잡한 상황을 잘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회사 대변인은 “이는 새로운 초지능 노력을 위한 견고한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일종의 기본적인 조직 계획에 불과하다”고 자못 원론적인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메타가 그야말로 ‘갈짓자’를 하고 있다고 평했다. ‘엑사빔’(Exabeam)의 한 고위 관계자는 IT프로에 “이 회사의 최근 전략은 매우 혼란스럽다”며 “그런 막대한 투자와 인재 스카웃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즉 “연구소나 최고 인재 영입, 데이터 센터 등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사업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타는 본래 오픈소스 생성AI 분야에서 ‘라마’(Llama)를 앞세워 초기부터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핵심 플랫폼이나 수익원과는 연계하지 못했던게 패착이었다. 이에 반해 오픈AI는 ‘소비자 인지도’를 널리 확보했고, ‘그록’(Grok)은 메타의 영역이었어야 할 소셜 미디어를 장악했다. 구글은 AI를 검색과 연계했고, 앤스로픽은 개발자 도구 분야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다.
“2025년 말까지 경쟁사 AI와 맞먹는 수준 도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메타의 공격적인 스카웃, AI 분야에 대한 파격적인 투자는 역설적으로 AI분야의 주요 경쟁사들에 뒤처졌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지난 6월 말, 구글 딥마인드의 CEO인 데미스 하사비스도 팟캐스트에서 “메타의 스카웃 열풍은 그 만큼 AI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오픈AI에서) ‘AI 안전’ 강화에 기여했던 연구자들은 메타의 스카웃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애당초 획기적인 AI기술 혁신을 이룰만한 환경이 못된다는 지적익도 하다.
또 다른 시각에선 메타의 그런 노력은 AI 개발과 관련된 느슨한 규제나, 윤리적 감독 부족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변화의 몸짓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나아가서 ‘슈퍼인텔리전스 랩스’는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가 꿈꾸던, “모두에게 힘을 실어주는 개인용 초지능” 개발이라는 목표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런 ‘모두의 개인용 초지능’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설명된 바 없다. 단지 저커버그는 지난 1월 “메타의 중간급 엔지니어들이 2025년 말 이전에 (경쟁사의) AI와 맞먹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벤치마크, ‘순위 조작과 성능 위장 시도’ 비난
메타의 ‘라마’ AI 솔루션은 지난 2년 동안 업계에서 널리 채택되긴 했다. 구글과 오픈AI의 경량 모델과 유사한 성능을 자랑하는 이 모델은 딥시크(DeepSeek) 등이 자체 모델을 학습하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가 이들 모델을 구성한 방식에 대한 비판과 반발이 크게 일었다. 가벼운 버전의 ‘Scout’와 중간 계층 ‘Maverick’ 버전으로 제공되는 라마4는 출시 당시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당시 ‘레딧’의 전문가 커뮤니티는 “최신 ‘라마’ 모델이 경쟁 모델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사용자들은 특히 “메타가 로컬 AI 커뮤니티와의 신뢰를 잃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즉, ‘LMArena’와 같은 공개 순위표의 테스트 세트로 ‘라마4’의 ‘Maverick’을 학습시킴으로써 성능 리스트를 왜곡했다는 비판에 부딪혔다. 다시 말해 순위조작과 성능 위장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에 메타의 생성 AI 담당 부사장이 직접 나서 나름의 해명을 하기도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또 한 가지 메타의 실책은 ‘오픈소스’임을 과대광고한 점이다. 그 때문에 ‘오픈 워싱'이라는 비난도 사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에는 ‘라마’ 모델이 ‘오픈 소스’리고 광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론 그런 정의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샀다.
그 때문에 전문가들은 메타의 ‘오픈소스’ 신뢰도가 심지어 딥시크만도 못하다고 혹평하고 있다. 메타로선 이런 비판을 줄이고 유력한 기업용 서비스 제공업체로 자리매김하는게 큰 과제인 셈이다. 그래서 “저커버그는 자금 동원과 구조조정을 통해 AI 경쟁력을 확보하려 애쓰지만, 이는 자사의 자원을 오히려 낭비하면서 뒤처지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란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