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신생 블록체인 구축 ‘붐’ 촉발
美 USDC발행사, 기존 암호화폐 대신, 자체 결제·송금 목적 “스테이블코인 발행 앞둔 국내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 예상” 외부 수수료 시장, 프로토콜 거버넌스 종속, 기술적 병목 현상 해소 자체 L1 구축, 중립 네트워크 제약 벗어난 통제력과 전략 획득 사용자 확보 오래 걸려, ‘풍부한 유동성, 고부가가치 결제’ 신뢰가 관건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스테이블코인이 현실화되면서 ‘블록체인 구축’ 붐이 일고 있다. 발행사들이 기존 암호화폐 시장 대신, 스스로 결제와 송금, 유통 등을 위한 블록체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대중화에 따라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미국의 사례이긴 하지만, 역시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성이 큰 국내에서도 이런 현상이 장차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코인데스크, 디크립트, 크립토뉴스 등에 따르면 가장 최근엔 USDC 발행사 서클(Circle)이 자체 결제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Arc’를 발표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 역시 결제 전문 대기업인 ‘스트라이프’(Stripe)사가 패러다임(Paradigm)과 협력, 블록체인 네트워크 ‘템포’(Tempo)를 공개한 바 있다.
美 서클, 스트라이프, 플라즈마 등 앞다퉈 구축
이 두 회사는 점점 늘어나는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의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앞서 스타트업 ‘플라즈마’, ‘스테이블’ 등도 최근 1,600억 달러 규모의 최대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USDT(USDT) 전용 블록체인 개발을 위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블록체인’ 구축 붐엔 토큰 업체들도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큐리타이즈(Securitize)도 에테나(Ethena)와 함께 블록체인 ‘컨버지’(Converge)를 개발하고 있다. 온도 파이낸스(Ondo Finance)는 이미 올해 초 자체 블록체인 출시를 발표한 바 있다. 디나리(Dinari)도 며칠 전 “토큰화된 주식의 청산 및 결제를 위한 아발란체 기반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곧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같은 (레이어 1 블록체인, L1) ‘붐’은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된 실물 자산은 암호화폐 경제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분위기와 맞물리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멀지 않아 스테이블 블록체인은 “수조 달러 규모의 자산군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경 간 결제를 혁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토큰화는 채권, 펀드, 주식과 같은 전통적인 금융 상품이 블록체인상에서 24시간 거래되고 결제가 더욱 빨라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L1 구축으로 얻는 이익과 편의 다양
오늘날 이러한 토큰의 대부분은 이더리움, 솔라나, 트론과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거래되고 결제된다. 그러나 이런 중립적인 네트워크는 발행자에게 글로벌 차원의 범위와 유동성을 제공하지만, 자산 발행자에게는 특정 제약 조건도 따른다.
그래서 “(스테이블 코인 시대를 앞두고) 자체 L1을 구축함으로써 기술뿐만 아니라 통제력과 전략적 포지셔닝을 획득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얘기다.
스테이블코인 경제는 결제 속도, 상호운용성, 그리고 규제 준수가 중요하다. 이에 L1과 같은 ‘베이스 레이어’를 자체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즉, 기업이 직접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고, 외환 엔진을 통합하며, 예측 가능한 수수료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방어적인 측면도 있다. 현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결제를 위해 이더리움, 트론 등의 퍼블릭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의존하다보면, 외부 수수료 시장이나, 프로토콜 거버넌스에 종속되는 것은 물론, 기술적 병목 현상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아발란체 블록체인 개발사인 ‘아바 랩스’(Ava Labs)의 부사장 모건 크루펫스키는 ‘코인데크’에 “‘맞춤형 블록체인’을 통해 기업이 자체 가스 토큰을 발행하고, 거래 비용을 관리하며, 네트워크 성능을 저하시킬 수도 있는 활동을 배제하고, 그로부터 분리할 수 있다”고 효용성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블록체인은 소위 기업 운영의 ‘미들 오피스나 백 오피스’ 역할을 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즉, 사용자 앱이 여러 블록체인에 걸쳐 운영되는 동안, 이면의 거래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때문에 기업이 엔드 투 엔드 블록체인 인프라를 소유하고 맞춤화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맞춤형 체인은 특히 기술 측면보다 경제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웹3 개발 플랫폼 알케미(Alchemy)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기욤 퐁신은 “자체 결제 계층(블록체인)을 소유함으로써 기존의 외부 결제 구조보다 훨씬 큰 수익성과 마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크립토 뉴스’에 밝혔다.
이들 전문가들에 의하면 새로운 자체 블록체인을 구축함으로써 ‘프로토콜’에 대한 제어권을 확보할 수 있다. 또 고객신원확인(KYC)제도 등 각종 혁신을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공할 수 있다. L1은 완전한 사용자 정의도 가능하지만, ‘롤업’(L2)을 통해 한층 배포 속도를 늘리고 보안을 확충할 수 있다. 또한 어떤 경우든 이더리움 가상 머신(EVM)과의 호환성 덕분에 다른 블록체인과의 통합이 훨씬 쉬워지고 도입 속도가 빨라지는 경향이다.
‘기존 L1에도 매우 큰 영향’ 예상
이런 새로운 블록체인이 기존 체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일부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다른 네트워크보다 경쟁을 더 빨리 체감할 수 있다”는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서클(Circle)의 아크(Arc)와 스트라이프(Stripe)의 템포(Tempo)다. ‘코인베이스’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주 일련의 보고서에서 “이들은 솔라나(SOL)의 강점인 높은 처리량과 낮은 수수료에 의한 결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관 중심의 사용자 기반을 갖춘 이더리움이 단기적으로는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적다”고 전제했다.
이들 신규 블록체인 네트워크들은 사용자들을 확보하는 데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즉 새로 생긴 블록체인은 기존의 풍부한 유동성과 고부가가치 결제 시스템이라는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얘기다.
특히 금융 기관들은 신생 블록체인 네트워크들에 대해 ‘검증된 보안 기능’이나 ‘커스터디(자산 보관, 관리)’ 통합, 그리고 실제 (원리금 상환 부담 가산금리)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복원력을 중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곧 견고하게 자리잡은 이더리움의 사례가 입증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높은 신뢰로 인해 “이더리움이 기관들의 ‘포트녹스’(견고하고 믿을 만한 기지)로 남아 있는 이유”라는 비유다. 신생 블록체인 ‘붐’ 역시 그런 충분조건이 관건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