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디지털문명 참여 확대, GDP 6조 달러 창출"
'‘2025 APEC 여성경제회의’', AI 거버넌스 성평등·돌봄 혁신 논의 "데이터, AI, 사이버보안, 클라우드 등 여성 비율을 높여야" “플랫폼 접근권 확대, 원격근무 활용, 창업 가속화 지원" 강조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여성의 디지털·AI 분야 진출을 확대하면 매년 최대 6조 달러 규모의 부가가치가 새로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무대에서 여성 참여를 더 이상 사회적 형평성 차원이 아니라 경제·기술 경쟁력의 핵심 전략으로 보는 움직임이다.
지난 12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25 APEC 여성경제회의’에서는 디지털 성별 격차 해소, AI 거버넌스 성평등, 그리고 돌봄 산업 혁신이 회원국의 성장과 산업 재편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제시됐다.
디지털 성별 격차, 경제 성장의 숨은 엔진
이번 회의에서 가장 주목받은 수치는 ‘6.1조 달러’다. 우먼 인 테크 아태지역 디렉터 유키 아이자와는 “아태 지역이 향후 글로벌 경제 성장의 절반을 주도할 것이며, 이 중 60%는 디지털 경제에서 나온다”며 “디지털 성별 격차를 줄이면 매년 최대 6.1조 달러의 GDP를 더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 지역에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여성 비중은 20%대 초반, AI 인력 중 여성은 18% 수준에 머물러 있다. AI 거버넌스 의사결정권자 중 여성은 10%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AI, 사이버보안, 클라우드 등 고성장 분야에서 여성 비율을 높이는 것이 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아이자와 디렉터는 “플랫폼 접근권 확대, 원격근무 활용, 창업 가속화 지원이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며 “민간·정부·학계가 연계한 대규모 기술 교육과 멘토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 거버넌스 성평등, 혁신의 신뢰 기반
AI가 산업 전반의 인프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누가 설계하고, 누가 결정하는가’는 기술의 신뢰성과 직결된다. 이번 회의에서 연사들은 AI 정책·표준·윤리 지침을 만드는 과정에 여성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아이자와 디렉터는 “여성은 AI 시스템에서 단순 사용자가 아니라 창조자가 돼야 한다”며 “AI 전략에 성평등을 반영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Women in Tech가 제안한 ‘오사카 프로토콜’은 2030년까지 1억 명의 여성과 소녀에게 STEM 교육과 리더십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이니셔티브는 여성 창업가를 위한 투자 연결, 스타트업 가속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포괄한다. 공공·민간·시민사회가 함께 운영하는 멘토링과 리더십 양성 프로그램은 기술 분야에서 여성의 지속적인 경력 유지를 돕는 핵심 장치로 꼽힌다.
돌봄 산업, AI로 새 일자리 만든다
돌봄 산업은 여성 종사 비중이 높고, 고령화로 수요가 급증하는 분야다. AI와 자동화 확산은 일부 단순 업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직종을 만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아이자와 디렉터는 “AI는 돌봄 책임을 줄이면서도 디지털 헬스케어 어시스턴트, 원격 돌봄 관리자 같은 신직종을 만들 수 있다”며 “이 영역은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인력에게 기술 교육을 제공해 업스킬링·리스킬링을 지원하면 미래형 서비스로의 이동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의 ‘시니어 인테크’ 사례도 소개됐다. 60세 이상 여성에게 지역 커뮤니티 기반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제공해 기술 습득과 함께 사회참여·고용 기회를 넓히고 있다. 한국도 여성새로일하기센터 등 재취업 지원 플랫폼을 통해 유사한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제·민관 파트너십의 확장
이번 회의는 정책 논의에 민간과 시민사회, 학계가 함께 참여했다는 점에서 기존 정부 중심 회의와 달랐다. 민관합동정책대화(PPDWE)에서는 각국 정부 관계자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 스타트업, NGO가 구체적 실행 사례를 공유했다.
한국은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의 직업훈련 과정, 아이돌봄 국가자격제, 디지털 성범죄 대응센터 운영 경험을 발표했다. 호주는 안전한 온라인 근무 환경 조성을 위한 기업·여성 권한 강화 워크숍을, 중국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여성 역량 강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여성 창업가 지원도 주요 의제였다. 디지털 플랫폼과 AI 도구를 활용하면 소규모 창업자도 글로벌 고객에 서비스를 직접 제공할 수 있다. APEC은 이를 위해 스타트업 가속화, 여성 투자자 육성, 국제 네트워크 연결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기술과 성평등, 경제 전략으로
회의를 마무리하며 각국 대표단은 여성의 디지털·AI 분야 참여 확대가 산업 혁신, 경제 성장, 사회 신뢰성 확보를 위한 전략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회의에서 제시된 주요 의제는 △디지털 성별 격차 해소 △AI 거버넌스 성평등 △돌봄 산업의 기술 혁신이었다. 참가국들은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정책과 민관 협력 방안을 지속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