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탓 대량 해고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전 지구적 대량해고’의 ‘묵시록’, 이미 카운트다운 시작 기업들, 선뜻 ‘악역’ 자처 용기없어 ‘눈치’만 보고있을 뿐 대규모 해고 미뤄지는 건 “AI기술 미성숙아닌, 정치·사회적 이유”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누가 가장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AI는 이미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대체할 만큼 강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AI로 인한 전지구적 대량 해고 사태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면 AI가 그럴 만한 수준엔 아직 도달하지 않아서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 보단 “정치, 사회적 이유”때문이란 주장이다.
시사매체 기즈모도의 편집장 루크 올링가는 기술 비평을 통해 “(AI에 의한 대량 해고를 막는) 유일한 요인은 AI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 보단 가장 먼저 수많은 실업자를 만드는 ‘트리거’ 역할을 하길 기업들이 주저해서다. ‘십자가’를 먼저 멜 것을 서로 미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AI의 일자리 대체, 분위기와 환경 충분히 성숙
그런 주장에 의하면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의 분위기와 환경은 이미 충분히 성숙되었다는 뜻이다. 단지 기업들과 경영진들이 서로 먼저 선뜻 ‘악역’을 맡길 꺼려하기 때문이란 얘기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적어도 단편적 시점에서 보면, AI는 ‘세계 경제의 시한폭탄’인 셈이다. AI는 이미 수백만 개의 일자리, 수천만, 수 억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을 해고시켜도 될 만큼 발달했다. 산업계와 기업 CEO들은 이를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대량 해고가 아직은 시작되지 않았을까? 좀더 기다렸다가 AGI나 슈퍼지능, 또는 프런티어 모델이 성숙되길 기다리는 것일까. 결코 그건 아니다. SW플랫폼 기업 ‘팔란티르’의 CEO 알렉스 카프는 “기술(부진)과는 거리가 멀고, 두려움때문”이라고 했다. 즉, 기업 경영진들은 “어느 나라에서 누가(어떤 기업이) 먼저 ‘방아쇠’를 당길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한 차례라도 어떤 기업이 순전히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만을 이유로 적어도 수천 내지 수만명을 해고시키기라도 하면 그게 곧 ‘트리거’ 역할을 한다. 이를 본 다른 기업들도 그때부턴 앞다퉈 ‘대량 해고 경쟁’에 나설 것이란 주장이다. 문제는 누가 시범 케이스로 ‘악당’역을 자처할 것인가다.
35세 전후로 ‘AI관점’ 정반대
일련의 조사에 의하면 35세를 경계로 AI를 보는 시각이 명확히 구분된다. 35세 미만의 대부분 청년들은 “AI가 단순한 속임수가 아니라 현실이며, 인간 노동자의 대체가 시급한 당면 과제”라고 확신한다. 반면에 35세 이상의 많은 사람들, 특히 중장년층은 더욱 신중한 평가를 내린다. 그들은 “AI가 적어도 5년이나 10년이나 지나서 대체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짙다.
앞서 문제는 중장년층 세대의 ‘AI 관점’이다. AI에 의한 ‘노동 혁명’은 기술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뤄지는 것이 아니다. 앞서 루크 올링가 편집장의 말처럼 그 보단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서로 눈치를 보면서, 망설이고 있다. 내심 누군가 먼저 나서서 ‘AI 기반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결단하길 기대한다. 다른 무엇보다 ‘AI가 더 빠르고 저렴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상당수의 일자리를 없애겠다고 발표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앞서 ‘팔란티르’의 경우 비록 크게 표시는 안났지만, 그런 ‘내심’을 살짝 내비친 사례 중 하나다. CEO 알렉스 카프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출을 늘리는 동시에 직원 수를 줄일 계획”이라고 했다. 당연한 생각일 수도 있다. 다만 그는 “획기적이고 효율적인 혁명적 조치로서, 매출을 10배 늘리고 직원 수를 3,600명으로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이 회사 직원이 4,100명이니까, 약 500명을 줄이고 싶다는 뜻이다.
그 의미는 분명하다. 이미 500명의 직원을 AI가 대체할 수 있는 잉여 인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인력을 거의 12.2% 감축하면서도 AI 덕분에 매출을 10배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아마존, 가장 먼저 ‘십자가’ 멜수도?
아마도 AI에 의한 대량해고를 가장 먼저 시도할 만한 기업이 있다. 다름 아닌 아마존이다. 이 회사는 현재 100만 대가 넘는 로봇이 있다. 헤라클레스, 페가수스, 완전 자율 로봇인 프로테우스 등 종류도 다양하다. AI가 한층 활성화되면, 로봇의 이동성을 10%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가 지닌 로봇의 수는 전 세계에 있는 자사 직원 154만 6천 명(정규직 및 파트타임)과 거의 맞먹는다. 앤디 재시 CEO는 이미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경고를 한 바 있다. 그는 지난 6월 사내 메신저를 통해 “현재 수행되고 있는 일부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은 줄어들고, 다른 유형의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은 늘어날 것”이라고 예고하며, “이런 변화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확히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지만, 향후 몇 년 안에 전체 기업 인력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AI에 의한 대량 해고를 미리 공지했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이들 역시 35세 이상 기성세대만큼이나 AI에 의한 대량해고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통적이다. 특히 자신들의 정권에선 이런 ‘손에 때를 묻히는’ 일을 기피한다. 그렇다보니 역시 AI에 의한 대량해고는 역시 미뤄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절박한 문제들이 있다. 만약 AI에 의한 대량해고가 본격화되면 실직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하는가? 아직 은퇴까지 갈 길이 먼 수백만 명의 생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정치인들은 물론 기업들도 이런 물음 앞에서 망설일 수 밖에 없다.
물론 AI에 의해 새로운 일자리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도 적진 않다. 특히 AI에이전트나 SW 개발 등에선 그 결과와 과정에 대한 검증과 취약점 관리 등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주장이다.그러나 이는 아직은 ‘희망사항’에 가까운, 불확실한 ‘가능성’이란 시각이 더 많다.
‘채용동결’…대량해고 전조현상?
대신에 AI에 의한 대량 해고 전조현상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바로 채용 동결이다. 최근 주요국에선 그 ‘예고편’이라고 할 만한 고용 정체가 추세가 되고 있다. 이는 결국 젊은이들의 고용 시장을 파괴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경우 Z세대 직원을 위한 커리어 플랫폼인 ‘핸드셰이크’에 따르면, 기업 신입직 채용 공고는 지난 1년 동안 15%나 감소했다.
또 아웃플레이스먼트 회사인 ‘챌린저, 그레이 & 크리스마스’사는 며칠 전 “AI가 올해 일자리 감소의 주요 원인 5가지 중 하나”라고 발표했다. 그 근거로 미국의 기업들은 1월 이후 민간 부문에서 80만 6천 건 이상의 일자리 감축을 발표했음을 들었다. 이는 2020년 이후 같은 기간 최대 규모다.
이 회사는 “기업들은 아직은 (AI 접목) 로봇을 이유로 해고하겠다고 말할 용기가 없다.”면서 “그들은 ‘악당’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단지 다른 기업들 중 한 명이 ‘십자가’에 못 박히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