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S, “EU에서만 ‘소버린 클라우드’”
EU 당국의 엄격한 ‘데이터관리’ 정책 등에 굴복 전세계서 유일하게 EU에서만 적용, “이외 지역은 무관” “EU 제외한 세계 각국에선 사실상 외면” 비판 2040년까지 78억 유로 투자, 연말까지 ‘유럽 주권 클라우드’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세계 최대 클라우드 플랫폼인 AWS는 정작 각국의 ‘소버린 클라우드’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강자에게 약하다고 할까. 유일하게 EU 권역에선 ‘유럽 소버린 클라우드’를 인정하며, “EU 시민에게만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AWS는 2040년까지 78억 유로를 투자, 올해 말까지 ‘AWS 유럽 주권 클라우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AWS에 따르면, ‘유럽 소버린 클라우드’는 기술에 대한 당국의 통제와 주권 보장, 법적 보호 장치 등을 갖춘 유일한 시스템이다. 다만 EU 이외 지역은 이와 무관하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등은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 빅테크들에 대한 EU의 강력한 법적 규제가 크게 작용한 셈이다.
‘유럽 소버린 클라우드’의 일환으로 AWS는 클라우드 운영 직원 채용 요건에 ‘EU 시민권’을 추가했다. 데이터 센터 접근인, 기술 지원, 고객 서비스 등 일상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EU 거주자’이어야 한다. 당연히 EU 법률의 적용을 받게 된다.
AWS는 성명을 통해 “AWS ‘유럽 소버린 클라우드’는 고객에게 유럽 내에서, 그리고 유럽을 위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자율 클라우드’를 제공하도록 설계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조치는 EU 기관이나 정부의 채용 관행에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메커니즘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AWS는 일단 EU 거주자(자사 파견 직원 포함)와 EU 시민으로 구성된 혼합 팀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모든 직원은 EU 지역에서 근무하게 된다. 나중엔 ‘소버린 클라우드’를 모두 EU 시민들로만 운영하도록 단계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AWS는 또한 EU 시민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개발자들을 아마존 내 다른 직무로 재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AWS의 조치는 EU 내에서 ‘주권 클라우드’가 사실상 ‘주권적인 것은 아니’라는 우려가 날로 팽배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는 ‘미국 클라우드법’을 우려한 때문이다. 해당 법률은 자국 기업(타국 기업도)이 (국내외를 불문하고) 데이터 저장 위치에 관계없이 데이터를 (자국에게) 제공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EU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미국으로 마음대로 유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EU 각국은 격렬히 반발해왔다.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 프랑스 지사의 임원인 ‘앙통 카르니오’는 “프랑스 국민의 데이터가 명시적인 프랑스 정부의 승인 없이는 미국 당국에 전송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는 현실”임을 시인했다. 이런 발언은 디지털 주권에 대한 프랑스 상원 청문회에서 증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시너지 리서치’ 그룹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클라우드를 포함한 미국 클라우드 제공업체는 유럽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현지 기업은 15%에 불과하다. IT 리더들은 또한 미국 기반 클라우드 제공업체가 유럽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늘 우려해왔다. 특히 퍼블릭 또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을 사용하는 영국 IT 리더의 절반 이상은 “데이터 주권 문제로 인해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EU측의 불만 서린 압박에 AWS가 결국 굴복한 것이다. AWS는 EU 당국과의 협력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미국(정부)의 과도한 (EU 데이터 탈취를 위한) 권한 행사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AWS는 “국가 사이버 보안 및 데이터 보호 기관을 포함한 유럽 규제 기관이나 고객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그들의 주권 요건을 파악하고, AWS의 주권 접근 방식을 시험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WS는 이러한 엄격한 규제와 함께 데이터 (EU 역내) 유지, 운영 요구 사항을 충족하도록 ‘AWS 유럽 주권 클라우드’를 설계했다.”고 취지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