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주도 AI 인재 양성…생태계 확장 본격화
생성형 AI·실무형 에이전트 맞춤형 인재 양성에 속도 LG·NC·KETI 등 기업 중심 컨소시엄 확대, 실무 맞춤형 교육 체계 마련 기업·대학·정부가 협력해 산업 수요 맞춘 교육 체계 구축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국내 AI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이어 인재 양성까지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그동안 AI 교육은 주로 대학과 공공기관이 맡아왔지만, 최근에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교육 주체로 전면에 나서는 분위기다. 생성형 인공지능과 물리 AI 같은 고도화된 기술을 실제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을 기업이 직접 길러 내겠다는 흐름이다.
정부도 올해 추경을 통해 관련 예산을 확보했다. 산업계와 학계가 함께 움직이며,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적시에 키우는 체계를 짜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재교육이나 교과 과정 보완을 넘어서, 기술 실무와 연구까지 함께 아우르는 방식이다.
기업이 키우는 인재…연구와 실무를 하나로
이번에 시작된 ‘생성형 AI 선도인재 양성’ 사업은 기업이 주관 기관으로 나서서 산학연 컨소시엄을 만들고, 산업 수요에 맞는 연구 주제를 설정해 인재를 양성하는 구조다. 기업은 연구용 API와 데이터셋을 직접 제공하고, 기술 지도와 프로젝트 운영도 맡는다. 말 그대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직접 키우는 사업이다.
참여하는 학생들은 2년 동안 석·박사 과정과 산업 실무를 병행하며, 매년 우수 인력은 기업에 파견돼 심화 프로젝트를 경험한다. 연구 성과에 따라 다음 해 과제 참여 기회도 주어진다. 단순히 논문을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서 성장하는 구조다.
정부는 이 과정을 통해 과제당 24명 이상의 석·박사급 인재를 양성하고, 그중 우수한 인력 3명 이상에게는 기업 파견 기회를 제공한다. 기술 트렌드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실전 역량을 갖춘 인재를 꾸준히 배출하겠다는 목표다.
LG·NC·KETI, 기술에 맞춘 맞춤형 교육 설계
이번 사업에는 LG AI연구원, NC AI,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등 기술 중심 기업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각자 필요한 기술에 맞춰 대학과 컨소시엄을 꾸리고,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LG AI연구원은 서울대, KAIST, UNIST, DGIST와 손잡고 물리 기반 생성형 모델에 특화된 인재 양성에 나선다. 로봇이나 센서, 사물인터넷 등 실제 물리 환경에서 작동하는 AI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인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NC AI는 게임 산업에 특화된 AI 기술을 중심으로 교육 체계를 설계했다. 서강대, KAIST, UNIST와 함께 멀티모달 에이전트 기술을 연구하고, 이를 게임 제작 파이프라인에 적용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양성한다. 게임은 실시간 반응과 대규모 데이터 처리가 중요한 만큼, 현장 중심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KETI는 범용 인공지능 개발을 목표로 서울대, KAIST, 고려대, 연세대 등과 함께 ‘휴먼 파운데이션 모델’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인간의 언어, 감정,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 예산 지원 넘어 인재 양성 구조 설계 역할 강화
이번 사업은 단순한 예산 지원을 넘어 구조를 새로 설계하는 데 중점을 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각 컨소시엄이 산업 수요에 맞춰 움직일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그에 맞는 예산을 배정했다. 빠른 성과보다는 지속적으로 인재가 나올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정부는 ‘AI 스타펠로우십’ 프로그램도 함께 시작했다. 박사후 연구자나 임용 7년 이내 신진 교원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동안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기업과 공동으로 기술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이 사업을 통해 시각·언어·행동 정보를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 기술은 스마트팩토리와 같은 제조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데 활용된다.
서울대는 크래프톤, 네이버클라우드, 원익로보틱스 등과 함께 로봇 감각 기술과 시공간 데이터를 융합한 AI 에이전트 개발에 착수했고, 성균관대는 포티투마루, 아크릴, 에이딘로보틱스와 협력해 사람과 AI가 함께 일할 수 있는 협력형 에이전트를 연구 중이다.
기술보다 중요한 건 인재…이제는 생태계 경쟁
지금까지는 어떤 모델을 개발했는지가 경쟁력의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고 어떤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 하나만으로는 앞서 나가기 어려운 만큼, 기업들이 교육과 실증, 생태계 조성까지 직접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정부 과제를 수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교육 과정에 녹여 내고 있다. 대학과 연구기관도 기존의 학문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산업 현장과 맞닿은 연구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AI 생태계 자체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AI 산업의 경쟁력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그 기술을 현장과 사람에게 얼마나 잘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앞으로 국내 인재 양성의 성과가 산업 성장의 방향을 가르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