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美 AI패권에 도전
14억 시장 배경 자국 AI산업체 총망라, 2개의 ‘AI 연합’ 결성 대미 기술 의존 탈피, 자국내 표준화 기반 통합 기술 스택 구축 화웨이 중심 ‘모델-칩 생태계 혁신 연합’, ‘상하이 상공회의소 AI 위원회’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중국의 AI기업들이 미국의 기술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겠다며 ‘하나’로 뭉쳤다. 중국 내 AI 기업들은 29일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 컨퍼런스’에서 이같은 의지를 표명했다. 이 행사는 사실상 중국 내 기업들이 대부분 참가한 이벤트다. 이날 중국은 자국내 표준에 기반한 AI 기술을 개발하고, 국산 애플리케이션에 AI를 통합한다는 목표로 새로운 전략적 연합체를 출범시켰다.
이런 움직임은 국내 AI 표준을 개발하고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가능한 한 빨리 줄이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이미 딥시크를 필두로 미국 실리콘밸리와의 AI격차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특히 올해 초 딥시크는 미국과 세계를 경악하게 할 만큼 ‘AI 증류’ 기술의 정수를 과시한 성과를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요 AI 하드웨어업체, LLM 개발업체 총망라
이에 중국은 ‘중국판 실리콘밸리’를 형성한다는 목표로 우선 ‘모델-칩 생태계 혁신 연합’을 결성했다. 유력한 중국 AI기업들이 이에 대거 참가했다. 비렌 테크놀로지스, 화웨이, 엔플레임, 무어 스레드 등 주요 AI 하드웨어 제조업체가 망라되었다. 또 스텝펀(StepFun)을 포함한 대규모 언어 모델 개발업체들도 참가했다.
로이터통신, 탐스하드웨어 등에 의하면 연합의 목표는 하드웨어, AI 모델, 인프라, 그리고 전체 기술 스택을 연결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고성능 엔비디아 GPU 등 해외 하드웨어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AI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간소화, 현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런 ‘모델-칩 생태계 혁신 연합’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선 서방 언론은 물론, 중국 내에서도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이날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바에 의하면, 연합 회원사들은 “표준화와 상호운용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단합된 기술력’으로 미국의 기술과 제재를 돌파한다는 각오다.
이에 로이터통신 등도 “중국 AI 생태계 내 개발을 간소화하고 파편화를 줄이기 위해 모델, 칩, 인프라 간에 공통 프로토콜, 인터페이스, 프레임워크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표준화된 API와 모델 형식으로 통합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중국 AI 하드웨어 기업들은 저마다 서로 다른 아키텍처를 사용하고 있다. 즉, Arm이나 PowerVR, 혹은 자체적인 맞춤형 명령어 세트 아키텍처 등을 사용한다. 그 바람에 최소한의 통합마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화웨이의 소프트웨어 전용 플랫폼인 ‘CANN’으로 이 회사와 무관한 타사의 프로세서를 지원하는 건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번에 ‘연합’을 결성함으로써 이런 난관을 극복한다는 취지다. 개발자들이 표준화된 API와 모델 형식에 동의함으로써 ‘StepFun’이나 경쟁사에서 학습한 LLM을 여러 백엔드에서 최소한의 부작용으로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기대하기론, 중간 수준의 소프트웨어 스택을 통합, 모든 로컬 플랫폼에서 모델 이식성과 호환성을 확보할 수 있다. 개발자들은 파이토치 등으로 모델을 한 번만 작성하면 큰 변경 없이 모든 중국산 가속기에서 이를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선두에서 연합을 주도한 화웨이는 “이를 통해 프로세서, 컴파일러, 프레임워크, 도구 등 모든 구성 요소가 함께 작동하는 ‘응집력 있는 국가 AI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회사는 또 “통합된 환경에서는 혁신이 더욱 빠르게 발전할 수 있으며, 중국의 AI 산업은 세계 무대에서 더욱 탄력적이고 경쟁력을 갖추게 되어 미국 AI 산업과 경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AI 개발자와 산업 관계자 간 다리 역할도
앞서 ‘모델-칩 생태계 혁신 연합’과 함께 결성된 연합체가 있다. 소위 ‘상하이 상공회의소 AI 위원회’로 알려진 이 조직은 AI를 산업 애플리케이션에 더욱 심층적으로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당 연합체는 특히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업들인 ‘Iluvatar CoreX’, ‘MetaX’, ‘MiniMax’, ‘SenseTime’ 등의 업체들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이는 AI 개발자와 산업 관계자들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며, 최첨단 모델과 시스템이 중국의 산업 변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취지다.
이들 두 연합체는 모두 중국에 자립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할 뿐만 아니라, AI 개발과 함께 산업 부문에 간소하게 AI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중국판 ‘소브린 AI’의 구축이자, 미국에 맞선 ‘AI제국’을 향한 선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