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망가, 희대의 ‘AI와 일자리’ 논쟁 ‘눈길’

앤스로픽 창립자 아모데이, “AI가 화이트컬러 절반 대체” 엔비디아 젠슨 황 ‘발끈’, “훨씬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양자 간 논쟁, AI신중론 vs AI속도론 대결을 상징

2025-07-14     엄정원 기자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왼쪽)와 엔비디아 CEO 젠슨 황. (출처=테크크런치, 게티이미지 등 합성)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AI가 결국은 사람의 일자리를 대거 없앨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를 더 만들 것인가. 이를 둔 논쟁은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으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AGI도 곧 출현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학계와 기술업계, 정치·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그런 논란과 논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엔 이와 관련, 특히 눈길을 끄는 ‘희대의 논쟁’이 벌어졌다. ‘AI붐’을 타고 세계 최대 시총을 기록한 엔비디아 CEO 젠슨 황과, 오픈AI 창립자이자 대표적인 AI 속도조절론자인 엔스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가 그들이다.

발단은 아모데이가 “AI가 몇 년 안에 초급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절반을 대체할 수 있다”고 공언한 것이다. 그의 발언은 AI 개발 경쟁이 맹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벌써 몇 주째 전지구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모데이는 샘 앨트먼과 함께 사실상 챗GPT를 만든 장본인이다. 그러나 앨트먼의 ‘속도전’에 반발, 불화를 빚다가 결국 퇴사, 앤스로픽을 창립해 “챗GPT를 능가한다”고 자부한 ‘클로드’AI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오늘의 AI 기술 문명의 핵심 인물인 셈이다. 그런 그가 “AI에 의해 화이트칼라 일자리 절반이 없어질 것”이라고 함으로써 그야말로 ‘난리’가 난 것이다.

아모데이 주장에 젠슨 황 ‘격분’?

현지 언론들이 그의 발언을 대서특필하면서 가장 ‘격분’하며 반박하고 나선 인물이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은 오히려 훨씬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 모두 인간보다 더 똑똑한 AI가 곧 등장할 것이며, 이는 사람과 기업의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 정도와 범위에 대해 양자 간의 간극이 크다.

지난주 4조 달러의 가치를 지닌 역사상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된 황(黃, 발음은 웡)은 “AI 기업들이 왜 사람들을 겁주려는지 모르겠다. 자동차를 안전하게 개발하는 것처럼 기술도 안전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을 겁주는 것은 지나친 행동”이라며 아모데이를 저격했다. 황은 그러면서 “역사적 모든 증거를 바탕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싶다”고 엑시오스에 밝혔다.

그는 “과거를 되돌아보고 모두가 스스로 자신이 더 생산적이 되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았던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그러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가 더 생산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계화, 자동화가 일자리 만들 수도”

그에 따르면 작물 재배도 기계화 덕분에 더 생산적으로 변했다. “기계화의 결과로 갑자기 모두가 일자리를 잃은 것은 아니”란 얘기다. 모든 사람의 일자리는 분명 기술 발전에 따라 바뀐다. 어떤 일자리는 불필요해질 수 있다. 아예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란게 젠슨 황의 믿음이다.

그는 “세상은 (기술발전에 따라) 날로 더 생산적일 것”이라며 “GDP(국내총생산)가 더 높아지면, 일리도 더 많아질 것이다. 특히 모든 일자리는 AI로 인해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AI 반도체 이미지. (출처=셔터스톡)

황의 발언에 대해 아모데이는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다만 아모데이와 함께 앤스로픽을 창립한 잭 클라크가 나섰다.

그는 “AI가 초급 (화이트컬러) 직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는 매우 절실항 문제”라며 “AI 기술의 생산자로서 우리는 AI의 잠재적인 사회적, 경제적 영향에 대해 투명하고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아모데이의 시각에 우회적으로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대규모 실직 등) 필요에 따라 대비해야 한다. 마치 AI의 혁신적인 이점을 논의하고 대비해야 하는 것처럼 (일자리 대체에 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젠슨 황과 아모데이 간의 이런 논쟁은 AI자동화가 날로 고도화되면서 일자리 시장을 둘러싼 AI 전문가들 사이의 깊은 갈등을 보여준다.

AI와 일자리, ‘전문가’들 사이 시각차 커

아모데이는 ‘설명 가능한 AI’를 주창하며, 인간에 끼치는 AI의 영향을 깊이 고민해온 엔지니어로 유명하다. 그는 앨트먼에 대해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에 비유하며, 무절제한 AI개발에 경종을 울린 인물이다. 이번 그의 주장도 평소의 ‘AI신중론’ 내지 나름의 ‘이성적 AI 기술론’에 기반한 것이다.

젠슨 황은 반대로 반도체 칩을 중심으로 맹렬하게 ‘AI붐’을 풀무질해온 인물이다. 그런 만큼 낙관론의 입장에 설 수 밖에 없다. 그는 아모데이에 맞서 “스스로를 준비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지식 근로자들일수록 AI를 활용하여 ‘업무 방식을 혁신하는’ 방법을 배우라”고 권장한다.

그는 “10년 후를 돌아보면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며 “그 때쯤이면 많은 이들이 이전에 자신의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훌륭한 직업을 가지고 있고, 이전보다 더 나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즉 “자신의 많은 일을 AI가 도와주기 때문에 예전과 달리, 훨씬 더 의미 있는 일들을 하고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예를 들어, 장거리 트럭 운전수는 자율주행 기술로 한층 삶의 질이 좋아지고, AI 기반의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고 이에 필요한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그는 “AI 혁명은 놀라운 기술인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산업 혁신의 시작”이라고 ‘AI예찬론’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