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2-①)인터넷의 종말?…차세대 'AI브라우저'의 '서사'

‘클릭’이나 스크롤 아닌, 대화와 AI에이전트 통한 직관적 ‘반응’ 수많은 탭의 하이퍼링크 대신 ‘복잡한 워크플로→유동적 대화로 간소화’ 인간과 정보의 상호작용, 디지털 생활 영위하는 방식을 재정의 퍼플렉시티 ‘코멧’, 오픈AI AI에이전트 기반 ‘오퍼레이터’ 등 구글 크롬 등 검색 생태계 퇴색, ‘즉자적 결정 에이전트’로 진화

2025-07-11     김홍기 기자
퍼플렉시티AI의 AI에이전트 기반 브라우저 '코멧' 이미지. (출처=퍼플렉시티)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수 십 년의 인터넷 문화가 이젠 종언을 고할 것인가? 단순한 스크롤보단 대화 형태의 검색이나, AI에이전트를 접목한 상호작용 중심의 브라우저가 등장하면서, 그런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글로벌 빅테크 중심으로 이런 차세대 워크플로의 브라우저가 빠르게 안착되고 있는 현실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퍼플렉시티AI로 유명한 퍼플렉시티의 코멧(Comet)도 그 대표적인 사례다. 애초 퍼플렉시티는 인공지능 기반 검색 엔진 기능으로 구글을 위협한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더욱이 금년 들어선 퍼플렛시티의 엑스(X) 공식 계정을 통해 AI에이전트가 접목된, 새로운 브라우저 ‘코멧’을 출시했다. 이는 단순한 검색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의 명령을 적극 수행하는, 일종의 ‘디지털비서’ 역할을 한다.

애초 기존의 인터넷은 수십억 건의 클릭으로 작동된다. 클릭을 할때마다 광고 수익이 창출되고, 검색 결과를 형성하며, 지식의 발견, 수익화, 때로는 조작 방식을 좌우한다. 그러나 이젠 ‘클릭, 클릭’이란 개념의 인터넷 브라우저를 새로운 AI 기반 브라우저들이 대체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오픈AI도 이런 추세에 맞춰 새로운 AI에이전트 브라우저를 개발 중이고, 자칫 구글 크롬이 도태될 것을 우려한 구글도 초긴장 상태다.

퍼플렉시티의 ‘코멧’이 대표적

그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경우는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라다. 앞서 언급했듯이, 퍼플렉시티는 스크롤보다는 대화처럼 느껴지도록 설계된 웹 브라우저 ‘코멧’을 공식 출시했다. “브라우저 탭이 있는 챗GPT”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그 기능은 매우 진보적이다. 기본 검색은 물론, 사용자의 명령에 따라 작업을 처리하고, 복잡한 질문에 답하며, 때로 주변 환경이나 조건 변화를 탐색하고, 호기심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도록 한다.

퍼플렉시트는 자사의 ‘코멧’을 “사용자의 ‘제2의 두뇌’”로 묘사하기도 한다. 사람의 두뇌에 비교할 만큼 뛰어난 비서 내지 조수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프롬프트에 대해 적극적으로 답을 찾아 조사하고, 상품의 옵션을 비교하며, 구매하거나, 브리핑을 제공하기도 한다. 사용자를 대신하여 다양한 정보를 분석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 ‘코멧’은 수많은 탭을 넘나드는 복잡한 하이퍼링크 탐색으로 사용자를 유도하지 않고도 이 모든 것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복잡한 워크플로를 유동적인 대화로 간소화하는 것이다.

기존 구글 크롬의 화면. (출처=구글)

‘에이전트 AI’가 스스로 판단, 즉각 결행

‘코멧’과 같은 브라우저는 에이전트 AI의 급속한 발전을 보여주는 사례다. AI 시스템이 단순히 질문에 답하거나 텍스트를 생성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일련의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고 사용자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

기존 인터넷 사이트처럼 사용자가 브라우저에 모든 단계마다 입력, 검색할 필요가 없다. 에이전트 브라우저가 스스로 알아서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여러 단계의 작업을 실행함으로써 웹 환경 내에서 ‘지능형 비서’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한다. “‘코멧’은 사용자의 사고방식을 학습함으로써 사용자와 함께 ‘더 나은 사고’를 할 수 있다”는 퍼플렉시티의 설명이다.

다시 말해 기계와 인간이 함께 머리를 싸매고, 해법을 찾아내는 셈이다.

‘코멧’의 출시로 퍼플렉시티는 인터넷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구글 크롬과 정면으로 맞붙게 되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크롬은 수십억 명의 사용자들이 웹을 탐색하는 방식을 형성해왔다. 인터넷 세상의 출입구 역할을 한 것이다. 모든 쿼리나, 모든 클릭, 모든 광고는 사용자 상호작용을 극대화하면서, 결과적으로 광고 수익을 창출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을 통해 필터링되어 왔다.

그러나 ‘코멧이’ 등장하면서 마침내 이러한 모델이 무너지고 있다. ‘광고 중심의 인터넷 경제’에 근본적인 도전을 하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야심찬 공격에 나선 것은 ‘코멧’만이 아니다. 최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오픈AI 역시 빠르면 다음 주 정도에 자체적인 AI 기반 웹 브라우저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챗GPT의 기능과, 오픈AI의 자체 웹 에이전트AI인 ‘오퍼레이터’(Operator)를 통합한 것으로 짐작된다.

앞서 지난 1월 이 회사는 일단 시범 단계로 ‘오퍼레이터’를 출시했다. 이는 웹 브라우저 상호작용을 통해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다. 오픈AI의 고급 모델을 활용, 웹사이트를 탐색하고, 양식을 작성하며, 주문이나 각종 반복적인 브라우저 기반 작업을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사람처럼 웹 클릭, 타이핑, 스크롤, 보는 방식’

‘오퍼레이터’는 마치 사람처럼 웹 페이지를 클릭하고, 타이핑, 스크롤하며 ‘보는’(seeing)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궁극적으로 디지털 경제와 유통에서 ‘롱테일(long tail)’, 즉 비주류의 시장이나 상품, 거래에도 주목하거나, 처리할 수 있음을 뜻한다.

만약 이런 원리의 오픈AI 브라우저가 완전한 통합 기능을 발휘할 경우 브라우저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에이전트가 단 한 번의 결정과 실행으로 구글 크롬과 구글 검색을 능가하는 해법과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즉, “브라우저 인터페이스와 검색 기능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구글을 무색케 한다”는 얘기다.

그야말로 “‘클릭’은 이제 안녕”이라는 슬로건이 어울리는 모습이다. 특히 퍼플렉시티의 ‘철학’은 매우 간편하면서도 도발적이다. 즉 “웹은 사용자의 생각에 ‘반응’해야지,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퍼플렉시티는 이전에 ‘코멧’ 출시의 변을 통해 “인터넷은 인류의 ‘확장된 정신’이 되었지만, 이를 사용하는 도구는 여전히 원시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래서 “인간의 ‘사고, 그 자체’처럼 유연한 인터페이스”를 적극 주창하고 나선 것이다. 기존 인터넷처럼 인간의 ‘생각’을 다시 재해석하거나 필터링해서 검색, 응답하는 식은 곤란하다. ‘생각’을 직접 ‘들여다보며’ 그대로 반응하며 보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코멧’은 그래서 기존 인터넷처럼 끝없이 탭을 탐색하고 하이퍼링크를 쫓는 방식에 반기를 들었다. 이를 배제하는 대신, ‘맥락’에 기반해 작동할 것을 시도한 셈이다. 예를 들어 바로 “보험 플랜을 비교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고, “헷갈리는 문장을 요약해 달라”거나, “(즐겨찾기) 북마크에 추가하지 않은 재킷을 바로 찾아달라”는 등의 요청을 직관적으로 할 수 있다. 즉, “전체 워크플로우를 자연스러운 대화로 통합하고, 예전에는 수십 번 클릭해야 했던 것을 단 하나의 직관적인 프롬프트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게 바로 ‘코멧’이란 얘기다.

오픈AI도 최근 챗GPT와 AI 에이전트 기반 '오퍼레이터'를 결합한 브라우저를 출시했다. (이미지=오픈AI)

“‘클릭’은 이제 ‘안녕’~”

이런 AI에이전트 브라우저가 활성화된다면, 레거시 인터넷 시대는 종말을 맞을 수도 있다. 실제로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구글 크롬과 검색은 사용자를 외부 웹사이트로 유도하는 방식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코멧’과 같은 AI 브라우저는 그래서 구글 크롬 생태계와, 구글 검색의 지배력을 근간에서부터 위협하고 있다.

구글 검색은 이미 퍼플렉시티나, 유닷컴(You.com)과 같은 AI 기반 신생 업체들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아 왔다. 구글 나름의 신 개념의 ‘검색 생성 경험(SGE)’과 같은 더욱 심층적인 AI 통합 시도 역시 벽에 부딪혔다. 때로 이는 ‘환각’과 어색한 (문장 등의) 요약을 생성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구글의 주요 브라우저인 크롬은 정체성 위기로까지 몰리고 있다. 막대한 광고 수익 파이프라인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냐, 아니면 기존의 링크나 클릭에 의존하지 않는 AI 기반의 패턴을 선택할 것인가를 두고 갈등하고 있다.

코멧(Comet)은 기존의 광고 중심 모델을 우선 배제한다. 뿐만 아니라, 굳이 연달아 제시되는 검색 링크를 일일이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 사양, 가격 또는 사용자 리뷰를 비교하기 위해 일일이 수많은 탭을 열어볼 필요가 없다. 코멧을 사용하면 그저 질문만 하면 브라우저가 알아서 바로 처리해주거나, 답을 알려준다.

“‘인터넷’을 재정의하다”

오픈AI의 차기 브라우저 역시 이런 혁신적인 변화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사용자 ‘상호작용’을 오픈AI 특유의 챗GPT와 유사한 인터페이스 내에서 구사할 수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완전히 새로운 ‘자립형 정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 미래에선 구글 크롬이 더 이상 정보·지식 검색이나, 상거래의 필수적인 관문이 될 수가 없다.

‘코멧’이나 오픈AI의 브라우저가 성공한다면, 그 영향은 단순히 검색 기능을 퇴색시키는데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인터넷 세계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게 된다. 출판사, 광고주, 온라인 소매업체, 심지어 기존 소프트웨어 회사조차도 사업이나 업무, 거래에서 어떤 중개 시스템이나 매개체가 필요없게 된다. AI 에이전트가 그 모든 역할을 해낸다. 즉, 기존의 중개시스템과 사용자와의 직접적인 연결이 필요없게 된다.

지능형 에이전트가 대신 콘텐츠를 요약하고, 가격을 비교하고, 작업을 실행하면서, 기존 웹사이트나 인터페이스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정보와 상호작용하고, 디지털 생활을 영위하는 방식을 둘러싼 여정이 새롭고도 모험적인 국면을 맞이하는 셈이다. 그 이정표이자, 나침반이 바로 ‘AI 브라우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