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 발달할수록 오히려 일자리 늘 수도”
“AI 관련 일자리 증가 등 ‘대체’의 범위 ‘제한적’” 주장도 기업들, 한층 복잡한 프로젝트의 숙련된 개발자 ‘구인난’ ‘AI활용=무능력자’ 편견, AI 도입이나 일자리 대체 가로막아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무작정 ‘AI에 의한 실직 공포’를 가질 필요가 있을까. 이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제 관련 연구나 자료를 종합해보면,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의 범위는 ‘제한적’이란 주장에 좀더 무게가 실리는 편이다.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가트너’ 조사에서도 생성AI는 복잡도가 낮고 반복적인 작업을 대체하는 한편, 오히려 AI 관련 일자리를 더 늘려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AI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는 많지만, 이런 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이미 많은 노동자들은 구직과 급여 인상을 위해 오히혀 생성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많은 기업들은 또 AI의 영향과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정규직 지식 근로자 채용을 주저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러나 프리랜서 마켓플레이스 업워크(Upwork)가 엑시오스에 공개한 새로운 데이터에 따르면, AI 관련 프리랜서 소득은 그 어느때보다 늘어난 2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I 분야 프리랜서의 시간당 소득은 AI 관련 분야가 아닌 프리랜서보다 40% 이상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업워크 연구소는 “AI 관련 프리랜서 수입 증가는 주로 해당 분야에 이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실제 현장에선 기존 머신러닝 전문가가 생성 AI를 통해 기존의 직무 능력을 보완하면 엄청난 프리미엄, 즉 높은 폭의 임금인상이나 고연봉 혜택 등을 누리기도 한다. 심지어 “AI 이미지 또는 비디오 생성 도구를 사용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에게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업워크는 자사 플랫폼 데이터에서도 프리랜서와 정규직 모두에게 향후 수요가 높은 AI기술에 대한 초기 지표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특히 코딩 분야에선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즉, 반복적인 코딩은 절대적으로 AI에 의존하는 반면, 한층 복잡한 프로젝트의 경우는 숙련된 개발자를 찾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이는 실제 수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업무 과정에서 코딩 기술이 최소 4분의 1이 넘는 프리랜서들은 챗GPT 출현 이전보다 오히려 수입을 더 올리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챗GPT가 등장했던) 2022년 11월에 비해 현재 동일한 직무에서 수입이 더욱 많다”는 것이다.
특히 바이브코딩이 유행하면서 이런 경향은 두드러지고 있다. 코딩 방법을 모르더라도 AI를 사용하여 코딩하는 바이브 코딩이 늘어나면서, 해당 코딩 도구 사용에 능숙한 사람들을 찾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앞서 웝워크도 “소위 ‘제너럴리스트"라고 불리는 사람들, 즉 AI를 활용하여 코딩하고 디자인할 수 있는 인력을 찾는 기업들이 많다”고 했다.
실제로 웝워크는 자체 플랫폼 데이터를 사용, 130개 이상의 업무 범주와 함께 ‘디자인 및 크리에이티브’ 또는 ‘영업 및 마케팅’처럼 더 광범위한 기준의 62개의 세부 직종을 평가했다. 이들에 대해 6개월 동안 ‘웝워크 마켓플레이스’에서 업무와 직무의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추적, 이같은 결과를 얻어냈다.
이 회사는 자사 데이터 세트에 “‘수백만 개의 채용 공고’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프리랜서 수입’이 포함되어 있으며, 계약 시작 시점과 프리랜서의 소득에 따라 직업 유형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추적했다”고 밝혔다.
아직 많은 기업과 직장에서의 AI 도입은 경영진의 의도와는 달리, 노동자들의 반발로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많은 직장인들은 여전히 회사의 (AI도입과 대체) 방침에 동의하지 못한다. 반대로 개인적으론 회사 몰래 비밀리에 자체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타인의 평판’도 AI 도입이나 일자리 대체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미국 듀크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많은 직장인들은 생성AI를 많이 사용하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역량과 동기 부여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앤스로픽은 또한 자사 AI도구와 다른 시중의 AI도구들이 업무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연구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앞서 지난 달 앤스로픽의 CEO이자 공동 창립자인 다리오 아모데이는 엑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AI가 향후 1~5년 안에 모든 초급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절반을 없애고, 실업률을 10~20%까지 치솟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정작 앤스로픽은 자체 연구를 통해 “AI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전망과 분석은 다양하다”면서 “이러한 논의는 실제 데이터에 기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자사 CEO의 견해와는 결이 다른 진단을 했다. 해당 연구는 AI의 경제적 영향과 사용 추세를 시간 경과에 따라 추적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자동차와 기차 때문에 말(馬)과 마부가 종적을 감췄듯, 인간 육신과 얽힌 이런저런 직업이 사라질 것”이란 경제학자 바실리 레옹티프의 예언은 ‘절반의 진실’일 가능성이 크다.
그간의 진단과 분석들을 종합해보면, 분명 AI는 이미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AI를 활용하여 할 수 있는 다른 종류의 직업도 생겨나거나, 확장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