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80시간 노동’ 오픈AI, 인재 이탈에 “2주간 완전 멈춤”

메타, ‘1억달러’ 계약금으로 오픈AI의 최고 인재들 뻬내가 오픈AI, ‘2주간 전면 휴무’로 ‘번 아웃’ 직원들 달래기 ‘진땀’ ‘인재쟁탈전’ 치열한 실리콘밸리 ‘살인적 근무환경’ 새삼 주목

2025-06-30     전윤미 기자
최근 메타의 '인재 쟁탈'에 맞서 내부 분위기를 진정시키고 있는 오픈AI의 로고. (출처=오픈AI)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최근 오픈AI 인재들을 메타가 거액에 스카웃하면서 새삼 실리콘밸리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주 메타는 거금 1억달러를 건네며 오픈AI의 최고급 연구원들을 데려갔다. 스카웃 조건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이들 인재들의 업무 환경이다.

오픈AI 직원들은 주당 80시간씩 과중한 업무량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도 없이 매일 야근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새 정부가 ‘AI 3대 강국’을 지향하는 한국으로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과연 IT분야에서 장시간 노동이 바람직한가. 혹은 고급인력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작동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AI 3대 강국’ 지향, 한국도 눈여겨볼 대목

앞서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자신이 직접 나서, 1인당 1억의 계약금을 미끼로 직접 ‘인재 사냥’에 나섰다. 혹사와 과로에 지친 다수의 최고급 인재들이 일단 회사를 옮기고 보자는 생각에 이직을 결행했다. GPT4o에 이르기까지 GPT 개발의 일등공신인 최고 브레인 4명이 한꺼번에 옮겨가면서 오픈AI로서도 충격이 컸다.

이에 샘 앨트먼을 비롯한 오픈AI 경영진들은 부랴부랴 직원들 달래기에 나섰다. 대부분 ‘번 아웃’ 상태인 전 직원들에게 일단 2주간의 ‘조건 없는’ 휴가를 주기로 했다. 오픈AI 창사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외신들의 행간을 뜯어보면, 정작 눈길을 끄는 것은 메타의 오픈AI ‘인재 쟁탈전’에 그치지 않는다. 그 보단 실리콘밸리의 ‘살인적’ 근무환경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 실상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특히 생성AI붐을 앞장서 이끌고 있는 오픈AI가 가장 혹독한 근무여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번 아웃’ 상태를 견디지 못한 인재들의 ‘탈출’이 이어지자, 그제사 오픈AI는 크게 당황했다. “직원들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주겠다”고 진화에 나선 것이다. 회사측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다음 주부터 대부분 업무를 중단할 예정이다. 다만 경영진은 정상​​업무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전체적인 회사 업무가 2주간 ‘완전 멈춤’ 상태에 들어간다.

오픈AI의 '주 80시간' 노동 조건이 새삼 눈길을 끈다. CEO 샘 앨트먼. (출처=아이스톡)

사측, 뒤늦게 직원들 달래느라 ‘허둥지둥’

오픈AI의 최고 연구 책임자(CRO)인 마크 첸(Mark Chen)과 다른 연구 책임자 7명은 30일 직원들에게 퇴사나 이직을 만류하는 간곡한 메시지를 보냈다. 사내 보안 메시지임에도 일부 언론에 유출되면서, 새삼 앨트먼 이하 경영진의 초조한 심경을 엿보게 했다. 메시지는 시종 직원들에게 회사에 남아달라고 설득하고 독려하는 내용이다.

연구팀의 한 책임자는 메시지에서 “만약 여러분들 중 누군가가 메타로부터 (스카웃) 제안을 받으면 망설임없이 다른 직원들에게 연락하라”면서 “만약 그들(메타)이 압력을 가하거나 터무니없는 제안을 한다면, 그냥 ‘물러나라’고 일축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결정에서 사람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메타를 비난하기도 했다. 또 “정 안되면 저는 메타측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이미 그들의 제안에 대해서도 모두 알고 있다”며 은근슬쩍 이직을 고려하는 직원들을 압박하는 듯한 뉘앙스도 담았다.

회사의 또 다른 임원은 “메타는 이번 주(2주간 전직원 휴무 기간)를 인력 재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여러분이 (집에 머물며) 고립된 환경에서 (퇴사) 결정을 내리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런 압박감(스카웃 제안)을 느끼신다면 주저하지 말고 연락하시라. 저와 마크(마크 첸)가 곁에 있으면서 여러분을 응원하고 싶다!”고 마치 실시간 감시라도 하는 듯한 분위기도 풍겼다. “늘 지켜보고 있으니까, 회사를 떠날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말라”는 투다.

마크 첸은 지난 28일 직원들에게 ‘강력한’ 의지를 담은 메모를 보내면서 최고의 연구 인력 확보 경쟁에서 메타 측과 정면으로 맞설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자사의 최고 두뇌들을 빼내 가는 행태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메모는 메신저 협업툴인 ‘슬랙’을 통해 오픈AI 직원들에게 전송되었고, 그 과정에서 일부 언론에 유출되었다.

이는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가 자사의 ‘초지능 연구소’에 합류할 오픈AI 수석 연구원 4명을 성공적으로 영입한 지 며칠 후 나온 것이다. 그 행간엔 분노와 함께 인재 이탈에 대한 초조감이 강하게 묻어났다.

오픈AI ‘개발 속도전’, 직원들 시종 ‘압박’

메타의 오픈AI 인재 ‘빼가기’는 최근 더욱 뜨거워진 AI 기술 경쟁을 보여준다. 승부의 관건은 ‘인재’다. 이에 실리콘밸리에선 서로 최고 AI 연구자들을 영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그 중에서도 최고급 AI인재가 밀집한 오픈AI가 가장 집중적인 타깃이 되고 있다.

오픈AI CEO 샘 앨트먼은 동생 잭 앨트먼과 함께 진행한 팟캐스트에서 “저커버그가 우리 직원들에게 1억 달러의 계약금을 제공하는 등 매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고 직접 나서 비난했다. 실제로 이 제안에 대해 직접 알고 있는 여러 소식통을 통해 ‘1억 달러 계약금’설은 사실로 드러났다.

오픈AI 경영진은 메타의 노력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일말의 ‘자성’도 엿보인다. 마크 첸은 자사가 “정기적인 제품 출시 주기에 쫓기고, 경쟁사와의 단기적인 비교에 너무 얽매이고 있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직원들이 숨쉴 틈도 없이 신기술 개발을 압박해왔다는 것이다.

앨트먼과 긴밀히 협력했던 전 오픈AI 직원들도 이런 ‘숨막히는’ 오픈AI 내부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이에 따르면 샘 앨트먼은 몇 달 간격으로 늘 ‘화제’가 될만한 신기술 발표를 보고 싶어 했다. 최근엔 인공 일반 지능(AGI) 구현에 집중하는 쪽으로 바뀌며, 더욱 근무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마크 첸은 “연말 무렵엔 업계에서 훨씬 많은 슈퍼컴퓨터가 온라인에 등장할 예정”이라며 “컴퓨팅을 ‘초지능’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찾는 중요한 목표에 계속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여전히 의욕을 보였다. 그는 “이게 메인 퀘스트이고, ‘메타와의 전투’는 사이드 퀘스트라는 걸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직접 오픈AI 인재 스카웃에 나선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 (출처=아이스톡)

“마치 도둑이 든 느낌”이라며 메타 비난

그러면서 그는 “지금 마치 누군가 우리 집에 침입해 무언가를 훔쳐간 것 같은 직감적인 느낌이 든다.”며 메타와 저커버그를 저격했다. 한편으론 직원들을 달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CEO 샘 알트먼을 비롯한 회사 임원들과 24시간 내내 (메타의 스카웃 제안) 채용 제안을 받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특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보상 체계를 재조정하고, 최고의 인재를 인정하고 보상할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뒤늦게 직원들의 흔들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허둥대는 모습이다.

그런 가운데 오픈AI 경영진은 내부 메모를 통해 “인력 확보를 재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직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하겠다는 뜻이다. 첸은 “(개인의 역량을 평가할) 높은 개인적 공정성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염두에 두고 최고의 인재를 유지하고 싶다”면서도 “여러분 모두를 지키기 위해 싸우겠지만, 다른 이들에 대한 공정성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토를 달기도 했다.

앞서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메타 CEO 저커버그는 자신이 직접 나서 오픈AI의 스카웃 대상들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왔다. 첸은 이에 슬랙을 통해 “지난 달 메타는 새로운 AI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구축해 왔으며, 보상 중심의 패키지로 우리의 가장 유능한 인재들을 영입하려고 반복적으로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그런 가운데 메타의 한 관계자는 ‘와이어드’에 “본사는 오픈AI와 구글 출신 인재를 중심으로 연구 인력 영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다만 “앤스로픽의 경우 본사의 최대 경쟁사이긴 하지만, (인재를 스카웃하기엔) 메타의 ‘문화’와 잘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최고의 인재에게는 ‘메타’야말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이라고 자화자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