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 ‘리플’, 그 우여곡절의 서사
리플과 SEC, XRP판매에 '증권' 여부로 5년간 법적 공방 리플 승소에 SEC 항소,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다시 항소 취하 법원 양측 합의 내용 기각 등 사태 원위치, 또 다시 합의 모색 양측 공조로 분쟁을종식 노력, 최근 리플, 항소 취하로 ‘상황 끝?’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XRP 판매를 둘러싼 리플과 SEC의 오랜 법적 공방은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있다. 수많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지난 2020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리플의 법정 공방과 우여곡절에 늘 일희일비하며 가슴을 졸이곤 했다.
애초 리플은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함께 시장의 블루칩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2020년 미 SEC가 리플과 두 명의 임원을 XRP 판매와 관련, 13억 달러 규모의 미등록 증권 공모 혐의로 기소하면서 ‘시련’과 우여곡절이 시작되었다. 2023년엔 법원이 한때 리플에 대체로 유리한 판결을 내려 암호화폐 업계는 크게 반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SEC가 다시 상급심에 항소했고, 리플도 이에 맞서 항소하면서 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Ripple과 SEC, 항소 중단 신청
그 후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돌아오면서, 양자는 다시 타협을 모색, 합의점에 도달했다. 그러나 최근 연방법원이 다시 이를 무산시켜 또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양측 모두 장기간의 공방을 끝내지는 못했지만, 곧 적절한 선에서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앞서 지난 3월 중순, SEC가 리플을 상대로 제기한 오랜 소송에 대한 항소를 취하할 것이라고 발표, 업계에 놀라움을 안겼다. 이에 당시 XRP는 14% 급등했다. 당시 리플 CEO 브래드 갈링하우스는 X를 통해 이런 소식을 전하며, “이는 우리의 승리이자 SEC의 항복”이라고 환호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암호화폐 친화적’ 스탠스가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되었다.
이로 인해 당초 1억 2천 5백만 달러의 벌금을 내라는 명령을 받았던 리플 랩스는 덕분에 5천만 달러만 지불하고, 에스크로 계좌에 보관된 나머지 7천 5백만 달러는 리플 랩스에 반환하기로 합의했다. 즉 “1억 2,500만 달러 가운데 이미 이자가 붙는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된 5,000만 달러는 현금으로 보관하고, 잔액은 리플에 반환할 것”으로 발표되었다. 리플 역시 SEC의 결정에 따라 항소를 취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한 양측은 4월에 각자의 항소를 중단해 달라는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여기엔 SEC가 항소를 취하할 의사가 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첫 사례이지만, 신청서에는 여전히 “SEC 위원들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작 이 대목이 나중엔 ‘지뢰’ 역할을 하게 된다.
신청서에는 “양측은 이 원칙적인 합의에 대한 위원회의 승인을 받기 위해 추가 시간이 필요하며, 위원회가 승인할 경우 지방법원의 결정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신청서가 법원에 제출된 후 약 한 달이 지난 5월 8일 캐롤라인 크렌쇼 SEC 위원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는 리플 랩스와의 합의안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이는 법원 명령과 SEC 및 SEC의 집행 조치를 훼손했다”고 반박했다.
크렌쇼 SEC 위원, 양측 합의 ‘강력 비판’
크렌쇼 SEC 위원은 또 “이는 암호화폐 시장 질서를 후퇴시킨 것이며, 투자자들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SEC의 암호화폐 집행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해체할 뿐 아니라, 증권법을 해석하는 법원의 역할을 훼손하고 있다”고 법원의 기각을 강력 요청했다.
그래설까. 크렌쇼의 비판 성명 발표 일주일 후, 연방 법원은 리플과 SEC가 합의안을 승인해 달라는 공동 신청을 기각했다. 해당 합의안이 통과될 경우 원래 1억 2,500만 달러의 벌금 중 5,000만 달러만 납부하게 될 리플로선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법원은 양측이 최종 판결 면제 규정을 위반했다며 절차적 오류를 지적했다.
그럼에도 리플은 “법원 명령은 리플의 승소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리플과 SEC는 이 사건 해결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법원과 함께 이 문제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플과 SEC, 법원에 가처분 해제 요청, ‘또 기각’
절차상의 문제로 합의 승인이 무산된 지 거의 한 달 만에, 양측은 법원에 리플의 가처분 해제와 함께 기존 벌금 중 1억 2,500만 달러에 달하는 에스크로 자금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소송은 2020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양측이 공동으로 시도한 두 번째 사례였다. 그러나 이전처럼 앞서 이를 기각했던 판사의 승인이 필요했다.SEC와 리플 간의 오랜 법적 공방을 종식시키기 위한
두 번째 공동 시도에도 불구하고, 아날리사 토레스 연방법원 판사는 지난 26일 다시 한번 양측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토레스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 이전) 4년간 계속되어왔던 SEC의 ‘주장’을 인용하며, 양측의 합의 요청 주장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양측이 요청한 1억 2,500만 달러 지급액 삭감이나, 가처분 신청 취하를 거부했다.
이에 리플은 26일 “공은 다시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라며 “법원은 우리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었다. 과거 기관 매도에 대한 판결에 이의를 제기한 항소를 기각하거나, 항소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어느 쪽이든 XRP의 ‘증권이 아닌 법적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기각 이후, 리플은 다음 날인 27일 늦게 “교차 항소를 취하하기로 결정했다”면서 “SEC도 이전에 밝혔듯이 항소를 취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SEC도 이전에 2023년 판결에 대한 자체 항소를 취하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판결로 결국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던 리플-SEC 사건은 어렵사리 최종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역시 찜찜한 느낌이지만, “이 상황을 완전히 마무리하고 가장 중요한 것, 즉 블록체인 가치의 구축에 집중할 것”이란 리플의 해명을 믿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