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ESS, 기술은 앞서도 ‘활용’은 제자리걸음?

ESS 설치는 빠르지만, 운영 효율은 여전히 낮아 기술은 앞섰지만 시장과 제도는 미완성 BESS 활용률 저조에 전력망 안정 효과도 제한

2025-06-09     김예지 기자
중국 윈난성에서 세계 최초 리튬-나트륨 하이브리드 BESS가 가동됐지만, 하루 1~2회 운용에 그쳐 활용률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사진:미드저니)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중국이 에너지 저장 장치(BESS) 설치에서 빠른 속도를 보이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 영국 에너지 전문매체 에너지 스토리지에 따르면, 중국 윈난성에서 세계 최초로 리튬-나트륨 하이브리드 BESS가 가동을 시작했다.

이 설비는 하루 두 차례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며, 연간 약 5억 8,000만 kWh의 전력을 생산해 27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다. 전압과 주파수 조절이 가능한 그리드 포밍 기능도 갖춘 첨단 시스템이다.

하지만 첨단 기술이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활용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윈난성 리튬-나트륨 하이브리드 BESS의 가동 횟수는 하루 1~2회에 그치고 있다.

최신 설비라고 해도 운용 패턴은 기존 ESS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력은 진화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력 시장과 제도는 아직 미흡한 상태다.

지난해 저조했던 ESS 활용률, 올 상반기도 해결되지 않아

PV 매거진 등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BESS의 실질 가동률은 매우 낮았다. 올해 상반기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윈난성 바오치 프로젝트의 경우 하루 1.5~2회 충·방전이 이뤄지며, 시스템 용량 대비 활용 시간은 제한적이다. 설비는 고도화했으나 운영 효율 측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이 같은 현상은 기술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전력 시장 구조의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시간대별 요금제, 전력 거래 플랫폼 등 인프라가 일부 지역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면서 전국적인 확산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ESS 가동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기업들은 운전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한다.

중국 정부는 ESS 설치 확대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보조금 지원과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대한 ESS 의무화 조치를 유지하며, LFP 배터리뿐 아니라 나트륨 이온, 전고체,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기술 적용도 활발하다. 그러나 설치 이후 운영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기술력 앞서도 시장 없으면 무용지물

전압과 주파수를 조절하는 그리드 포밍 ESS는 세계적으로도 앞선 기술로 평가받는다. 중국은 이 기술을 상업 실증 단계까지 끌어올리며 기술적 리더십을 보여줬지만 상업적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과 유럽은 전력 거래 기반이 잘 구축돼 ESS가 실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덕분에 가동률도 점차 개선되는 추세다.

반면 중국은 설치 규모 확대에 집중하는 반면, 운영 효율성 확보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모습이다. 첨단 기술을 보유했더라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 BESS 산업은 기술 개발과 정책 추진, 설치 속도 면에서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시장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설치 규모만 키우는 방식은 전력망 안정화나 수익 모델 구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도 현행 설치 중심 정책이 이어진다면, 중국 ESS는 충분히 구축됐지만 활용이 미흡한 인프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