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페이스X에 보복한다면? “美우주계획에 치명적”

머스크 "우주정거장 폐쇄, 달 탐사 취소, 우주선 해체" 대응 미 우주계획 10년은 지체, 중국에 추월당할 가능성 커 테슬라는 ‘규제’로 옥죌 수도, “치명적 피해는 없을 듯” “싸워봐야 둘 다 손해” 판단?, 못이기는 척 ‘화해’ 조짐’

2025-06-06     엄정원 기자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사진=뉴욕타임스)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5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최애 친구(퍼스트 버디) 일론 머스크 사이에 온라인에서 싸움이 벌어진지 하룻만에 다시 봉합될 분위기다. 이날 두 사람은 이날 하루 종일 상호 비난을 주고받았다. 특히 트럼프가 머스크의 연방 계약 파기까지 언급한 후, 설전은 절정에 달했다.

억만장자 빌 애크먼 중재로 ‘화해’ 가능성

그러나 6일 상황이 변했다. 억만장자이자 투자자인 빌 에크먼의 중재로 두 사람은 전화 통화를 약속하고, 한발씩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원인도 있겠지만, 두 사람 모두 “싸워봐야 둘 다 손해”라는 무언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애초 트럼프가 머스크의 SpaceX와 테슬라에 보복을 가해봤자, 오히려 트럼프 정권에도 좋을게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오히려 미국의 우주 프로젝트 자체가 10년은 후퇴, 중국에게 결국 추월당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었다.

트럼프는 하루 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절약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 머스크의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다. 바이든이 그러지 않아서 항상 놀랐다!”며 격분해 마지 않았다.

현실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미국 대통령과 세계 최고 부자 사이의 ‘브로맨스’가 언젠가 깨질 것이라고 예상을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벌어진 온라인 소동은 ‘충격’이었다. 

만약 극적인 봉합 무드가 아니라, 트럼프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에 보복을 가하면 과연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머스크가 두 손을 들까.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력질’에 능숙한 현직 대통령으로서 트럼프가 머스크에게 보복할 경우, 그 결과는 미국 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만큼 치명적일 수 있다. 실제로 연방 정부가 머스크의 가장 대표적인 기업인 스페이스X와 테슬라와의 계약과 보조금을 중단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미 머스크는 이런 결과를 예상했듯이, X를 통해 “대통령이 나와의 정부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생각하면, (실제 보복이 시작되면) 스페이스X는 즉시 드래곤 우주선의 해체를 시작할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최악의 경우 "너 죽고 나죽자" 식의 대응에 나선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에게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의 우주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욕타임스)

‘스페이스X’와의 계약 파기? 미 우주계획도 파기 수준

머스크의 우주기업 SpaceX는 현재 나사(NASA)의 가장 중요한 계약업체다. SpaceX는 팔콘 9 로켓과 드래곤 우주선을 통해 나사의 유일한 우주인 수송 수단으로 국제 우주 정거장(ISS)으로 이동할 수 있다. 또한, 올해 초 노스럽 그루먼의 시그너스 우주선이 운송 중 손상을 입으면서 SpaceX는 반년 넘게 ISS로 화물을 운송하는 유일한 업체로 남게 되었다.

만약 나사가 SpaceX와의 계약을 종료한다면 사실상 ISS의 폐쇄 내지 폐기를 의미하게 된다. 문제는 SpaceX가 현재 2030년에 예정된 ISS의 안전한 궤도 이탈 계약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400톤이 넘는 질량을 가진 이 우주 정거장은 지구로 귀환하는 사상 최대의 인공물이다. 만약 궤도 이탈 후 태평양 외딴 지역으로 안전하게 추락하지 않고, 인구 밀집 지역에 떨어질 경우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SpaceX는 또한 나사의 달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의 핵심을 이룬다. 나사는 SpaceX와 개발 중인 스타십(Starship) 우주선을 달 착륙선으로 사용, 승무원을 달 표면으로 내려보내고 다시 달 궤도로 복귀시키는 계약을 체결했다. 나사가 ‘Blue Origin’와도 동일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히긴 했지만, ‘Blue Origin’사의 유인 착륙선이 완성되기까지는 7년에서 10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그 사이에 중국이 먼저 달에 착륙할 경우 이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이를 막고 먼저 달에 다시 진출하려면 SpaceX의 도움이 절실한 실정이다.

특히 미군에게 SpaceX는 국가 안보용 탑재체를 궤도에 진입시키는 주요 계약업체 두 곳 중 하나다. 그러나 다른 공급업체인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nited Launch Alliance)는 자사의 신형 로켓(벌컨(Vulcan))의 인증 절차를 통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우주군은 벌컨이 아닌, SpaceX의 팰컨 9와 팰컨 헤비 로켓을 선택한 바 있다. SpaceX의 신뢰성과 대응력을 고려, 향후 발사 계약의 대부분을 SpaceX에 발주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SpaceX의 Starlink 인터넷 서비스도 미군에게 필수적인 통신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군 당국은 이에 매우 만족한 나머지 “향후 위성 통신 수요를 위해 ‘Starshield’라는 브랜드로 자체 개발한 위성 버전을 구매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은 “왜 바이든이 스타링크와의 계약을 해지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격앙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이러한 계약을 해지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즉, 미국 정부로선 SpaceX가 여느 경쟁사보다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우주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개 때문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SpaceX와의 관계를 단절한다면, 미국의 우주 산업은 사실상 10년 이상 후퇴하게 되고, 중국의 우주 프로그램이 세계 무대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욕타임스)

테슬라, 보조금과 친환경 혜택 취소? ‘치명적’ 판단은 엇갈려

만약 트럼프가 테슬라에 보복을 가하면 또한 어떨까. 이 회사도 지난 몇 년간 연방 정부와 계약을 체결해 왔지만, 2008년부터 2024년까지 4,20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테슬라의 규모를 고려하면 비중이 매우 적은 셈이다.

하지만 연방 정부 보조금은 테슬라에게 훨씬 더 중요하다. IRS 친환경 차량 세액 공제는 많은 구매자에게 신차 전기차 구매 가격에서 최대 7,500달러를 할인해 준다. 모든 신규 리스 테슬라 차량은 7,500달러의 상업용 친환경 차량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태양광 및 파워월 고객을 위한 다른 세액 공제도 있다.

또한 테슬라는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에 탄소배출권 판매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무배출 차량’ 프로그램과, 유럽 연합,한 연방 정부 모두가 이 회사의 배출권 판매처다.

그래서 엑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머스크의 기업에 진정 타격을 주고 싶다면, 대체로 미국 정부에 유리한 계약을 해지하는 것보다, 규제 기관을 통해 그렇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테슬라가 차량에 완전 자율주행 및 오토파일럿 기능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저지할 수 있다. 미국 연방항공국(FAA)은 스페이스X의 야심찬 스타십 프로그램을 지연시키고 발사 시설 확장을 막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테슬라에 어떤 조치를 취하든,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주가는 5일 하락세를 보여 장중 한때 거의 15%나 하락했다.

트럼프가 만약 연방 정부의 막강한 권력을 휘둘러, 머스크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 중 상당수는 국가에 해를 가할 수도 있다. 이에 갈등이 격화될수록 두 사람 모두에게 이로울게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래선지 6일 다시 두 사람은 극적으로 갈등을 해소, 화해의 몸짓을 보이고 있어 다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