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BCI’, 상용화 보폭 빨라진다?

뉴럴링크 경쟁사들, 잇따라 환자에게 ‘뇌-컴퓨터’ 이식 확산 “뇌를 컴퓨터에 직접 연결하려는 기업들, 앞으로 속출” 예상

2025-06-03     엄정원 기자
미국 미시간 대학교가 시도한 BCI 장치. (사진=미국 미시간대학교, 와이어드)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가 처음 선보이며 기술을 과시했던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또 다른 기업이나 스타트업들도 잇따라 시도하며, 점차 상용화를 향한 보폭이 빨라지고 있다.

가장 최근엔 미국의 스타트업 ‘파라드로믹스’(Paradromics)는 기술 초기 테스트에서 자사의 뇌 이식 장치를 환자에게 삽입했다. 회사측에 의하면 외과의사들이 자사의 뇌 이식 장치를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삽입, 약 10분 만에 안전하게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코넥서스(Connexus)’라는 이름의 이같은 임상 시험이 일개 스타트업에 의해 성공함으로써 BCI의 대중화가 한층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와이어드’는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를 포함해 사람의 뇌를 컴퓨터에 직접 연결하려는 기업들이 앞으로 속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오스틴에 본사를 둔 파라드로믹스는 또 다른 스타트업인 ‘코넥서스’와 협력, 척수 손상이나, 뇌졸중, 또는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 환자의 언어 및 의사소통 능력 회복을 목표로 BCI를 시행했다. 이 장치는 신경 신호를 합성 음성, 텍스트 및 커서 제어로 변환하도록 설계되었다. 2015년에 설립된 파라드로믹스는 지난 수 년 간 이미 양에게 이식 실험을 진행해 왔다. 그런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간에게 마침내 이 장치를 이식한 것이다.

다른 BCI 회사들은 덜 침습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는 뇌 표면에 이식하는 임플란트를 시험하고 있으며, ‘신크론’은 혈관에 삽입해 뇌에 닿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 두 장치 모두 개별 뉴런이 아닌 뉴런 그룹으로부터 신호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앞서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도 간질 치료를 위해 뇌 수술을 받는 환자에게 BCI가 시행되었다. 환자는 청각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을 부호화하는 측두엽에 ‘코넥서스’ 장치를 일시적으로 삽입하는 데 동의했다. 외과의들은 이 장치를 이식하기 위해 ‘파라드로믹스(Paradromics)에서 개발한 에피펜(EpiPen)과 유사한 기기를 사용했다. 연구진은 이 장치가 환자 뇌의 전기 신호를 기록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검증했다.

앞서 2023년, 스탠퍼드 대학교와 UC 샌프란시스코의 연구진은 BCI를 이용한 음성 해독 분야에서 중요한 진전을 보고했다. 마비가 있는 두 여성의 경우, 뇌 이식을 통해 ‘의도’된 말을 분당 62단어와 78단어의 속도로 해독할 수 있었다. 참고로, 사람들은 분당 약 130단어를 말할 수 있다.

파라드로믹스의 CEO인 맷 앵글(Matt Angle)은 ‘와이어드’에 “중대한 신경외과 수술을 받는 환자에게는 매우 특별한 기회가 있다.”면서 “두개골을 절개하고 뇌의 일부를 곧 제거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뇌 이식 수술을 시도할 가능성은 실제로 매우 낮다.”고 이번 시험의 의미를 강조했다.

파라드로믹스의 이식 장치는 10센트 동전 크기보다 작으며, 뇌 조직에 꽂는 420개의 작은 돌출 바늘이 있다. 이 바늘은 개별 뉴런의 신호를 기록하는 전극이다. 앞서 뉴럴링크의 이식 장치도 뇌 조직에 있다. 다만 뉴럴링크의 이식 장치는 64개의 얇고 유연한 실에 1,000개 이상의 전극이 분포되어 있다.

파라드로믹스의 앵글은 또한 “개별 뉴런에 근접함으로써 최고 품질의 신호를 얻을 수 있다.”면서 “뇌에서 고해상도 신호를 얻는 것은 사람의 의도된 음성을 정확하게 해독하는 데 중요하다”고 전했다.

BCI는 사람의 개인적인 생각을 직접 ‘읽는’ 것이 아니라, 동작에 앞선 의도와 관련된 신경 신호를 해석, 작동한다. 예를 들어 파라드로믹스가 개발 중인 BCI는 말할 때 움직임을 보이는 얼굴과 표정을 해독한다. 입을 움직일 수 없는 마비 환자도 그 움직임을 ‘의도’할 수 있으며, 이는 뇌에서 고유한 신경 신호를 생성한다. 이 신호는 특히 음성으로 해독된다.

파라드로믹스도 유사한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연말까지 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