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GB300 겨냥....삼성·SK, HBM '한판 승부'
신제품 GB300, 칩 하나에 HBM 576개 필요, "HBM 수요 급증" 예상 SK하이닉스, HBM4 개발 및 TSMC 협력으로 AI 메모리 경쟁력 강화 삼성전자, 파운드리 연계 HBM4로 반격 준비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엔비디아가 AI 슈퍼칩 ‘GB300’을 공개하며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HBM은 AI 서버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메모리로, 빠른 데이터 처리와 높은 연산 효율을 요구하는 AI 시스템에 필수적인 부품이다. 이번 엔비디아 신제품 출시를 계기로 HBM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두 회사는 기술 개발과 글로벌 공급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AI 슈퍼칩 GB300, HBM 수요 판도를 바꾸다
엔비디아가 새로 내놓은 GB300 슈퍼칩은 두 개의 B300 GPU와 하나의 그레이스 CPU를 결합한 모듈형 칩이다. 이 칩 한 대에 들어가는 HBM 수량은 무려 576개에 달한다. 이는 AI 서버에 필요한 메모리 용량이 이전 세대보다 몇 배 이상 늘어난 것을 의미한다.
GB300은 추론 성능과 메모리 대역폭 모두 기존 대비 1.5배 이상 향상돼, AI 서버가 고성능 메모리에 더욱 의존하게 됐다. 실제로 HBM은 AI 반도체 원가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핵심 자원으로 떠올랐다. 앞으로도 엔비디아는 ‘GB300 NVL72’ 등 슈퍼컴퓨터급 서버 제품을 출시할 예정인데, 대량의 HBM 탑재가 필수 요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엔비디아와 협력하는 HBM 공급사들은 단순한 부품 제조사를 넘어 AI 생태계의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잡고 있다.
SK하이닉스, 차세대 HBM4와 글로벌 협력 강화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4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는 HBM3E 12단 제품을 조기에 양산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올해 상반기 생산 물량은 이미 모두 소진됐다.
올해는 HBM4 12단 제품과 내년 출시 목표인 HBM4 16단 제품 개발 계획을 공개하며 기술 경쟁력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최근 대만 ‘컴퓨텍스 2025’ 행사에서는 최신 HBM3E 12단과 HBM4 12단 제품을 선보이도 했다.
특히 HBM4용 로직 다이 제작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협력해 품질과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북미 주요 고객사들과도 내년 공급 물량 협의를 활발히 진행하며 글로벌 신뢰를 쌓고 있다.
이처럼 SK하이닉스는 빠른 기술 대응과 견고한 납품 체계를 기반으로 AI 메모리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며 수익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결합한 ‘원팩 전략’으로 반격
삼성전자는 자체 파운드리 역량을 활용한 ‘원팩(One-Pack) 전략’으로 차세대 HBM4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HBM4부터는 로직 다이 제작에 파운드리 공정이 필수인 만큼, 삼성전자는 평택과 화성 생산라인에서 6세대 10나노급 1c D램 양산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세 공정을 적용해 성능과 전력 효율을 개선하는 한편, 수율 안정화를 위해 칩 크기를 키우는 방법도 병행한다. 빠르면 올해 3분기 내 고객사 테스트를 완료할 계획이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설계 단계부터 고객과 협업하는 ‘커스텀 HBM’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 중이다. 이 전략은 기술 경쟁에서 뒤처진 점을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삼아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LPDDR-PIM, CXL 기반 D램 같은 AI 최적화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에도 힘쓰며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HBM, AI 인프라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아
HBM은 이제 단순한 메모리 부품을 넘어 AI 인프라 설계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엔비디아는 메모리 공급사 선정을 제품 수요 예측보다 앞서 진행하며 공급망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빠른 기술 대응과 납품 신뢰를 기반으로 시장을 공고히 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통합 생산 능력과 고객 맞춤형 전략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이번 엔비디아 GB300 출시로 HBM 수요가 폭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은 단순한 메모리 시장을 넘어 AI 산업 전체의 경쟁력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하이닉스의 TSMC 협력과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통합 전략은 각각의 강점을 살린 차별화된 접근으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이 경쟁이 국내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위상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 전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3분기 이후 HBM4 납품 경쟁이 본격화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의 시장 점유율과 실적에 큰 변동이 예상된다”며 “두 회사 모두 AI 메모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