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 다수, “인터넷 늪에서 해방되고파”

英 당국 “전체 절반이 ‘脫인터넷 세상’ 선호” 설문조사 공개 “소셜 미디어 사용, 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 유발” 반응 “‘디지털 통금 시간’” 자청, ‘디지털 페르소나’ 뒤에 숨으려는 심리도

2025-05-21     이윤순 기자
젊은이들 중 다수가 소셜미디어나 스마트폰 등 인터넷의 늪에서 해방되길 바라고 있다. 사진은 소셜미디어 앱 화면. (출처=셔터스톡)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MZ 세대를 포함한 젊은이들의 절반 가까운 숫자가 인터넷 없는 세상을 선호한다는 조사가 나와 의외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영국표준협회(BSI)가 최근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특히 10대들은 더 안전하고 중독성이 낮은 디지털 공간을 원하거나, 아예 그런게 없는 세상을 원한다고 한다.

비록 해외 조사 결과이긴 하지만, Z세대 역시 자신들의 온라인 경험이 정신 건강, 자아 혼돈, 안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역시 비슷한 현실의 국내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흔히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인터넷 없는 삶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16세에서 21세 사이의 거의 절반이 ”인터넷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자라고 싶다“고 답했다.

인터넷 스크롤의 어두운 ‘늪’

지금 시대의 많은 젊은이들은 흔히 스마트폰, 소셜미디어의 늪에 빠져, 그것이 주는 쾌락에 마냥 중독된 모습으로 연상되곤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해당 조사에선 젊은 세대의 68%가 “소셜 미디어 사용이 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답했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처럼 무한 스크롤과 알고리즘 기반 콘텐츠를 통해 관심을 끌도록 설계된 플랫폼이 이들의 자존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응답자의 절반은 오후 10시 이후 특정 앱 이용을 차단하는 ‘디지털 통금 시간’을 환영한다고 답했다. 이는 심야 화면 사용 시간을 제한하려는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실제로 영국 기술부는 ”특히 중독성 있는 기능을 갖춘 플랫폼에 대한 의무적인 제한을 고려하고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많은 젊은 사용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온라인에 접속하는 시간만이 아니라, 접속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하는 것이다.

(사진=테크크런치)

온라인에서 ‘또 다른 나’로 살아가

이 설문조사는 또한 십 대들이 끊임없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압박감을 어떻게 헤쳐나가거나 벗어나려고 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했다. 응답자의 4분의 1은 하루에 최소 4시간을 소셜 미디어에 소비한다. 그 중 많은 수는 주위에 ‘디지털 중독’을 숨기고 있다. 전체의 42%는 온라인에서 하는 일에 대해 부모나 보호자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토로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42%가 ”나이를 속였다“고 답했고, 40%는 ‘대체 계정’이나 ‘버너’ 계정을 사용했으며, 27%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 척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국표준협회는 “이러한 결과는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보호 욕구, 익명성, 또는 타인의 판단으로부터의 자유를 위해 ‘디지털 페르소나’ 뒤에 숨고자 하는 심리를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설문조사는 정신 건강 문제 외에도 ‘위험한 행동’들에도 주목했다. 젊은 응답자의 약 27%가 온라인에서 낯선 사람과 자신의 위치를 ​​공유한다고 인정했는데, 이는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행동이란 지적이다.

표준협회는 “‘디지털 통금’이 어느 정도 완화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시간 제한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즉 “웰빙을 우선시하는 안전하고 중독성이 낮은 플랫폼이 필요하다”면서 “그런 의미 있는 개혁이 없다면, 젊은 사용자들은 오후 10시에 접속하든 오전 10시에 접속하든 계속해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팬데믹으로 청소년 온라인 이용 증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청소년들의 온라인 이용 습관을 크게 왜곡시켰는데, 그 영향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응답자의 4분의 3은 팬데믹 기간에 온라인 화면을 들여다본 시간이 크게 증가했다고 답했다. 그중 68%는 “이는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더욱이 이들은 “온라인 괴롭힘, 비현실적인 미의 기준, 또는 끊임없이 연결된 상황에 대한 정서적 피로 등으로 인터넷이 더 이상 안전하거나 즐거운 공간이 아니다”고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테크 기업이나 당국, 정치인들이 이들의 이런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단순히 화면 시간만이 아니라 화면에 나오는 내용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많은 청소년들은 검색조차 하지 않음에도 불구, 유해 콘텐츠에 끌려들어갈 수 있다. 알고리즘이 사용자 자신을 대신해 유해하거나 불쾌한 콘텐츠로 유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 이윤보다 아동과 청소년의 정신 건강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안전 설계’ 방식을 시행하는 긴급 법안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각국에서 높아간다.

애플의 icloud 화면. (출처=애플, 셔터스톡)

인터넷을 비판하며, 변화를 요구

이번 설문조사에선 특히 “인터넷 없이 자라는 것이 낫다”고 말하는 10대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많은 성인들에게 웹은 유용한 도구다. 하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인터넷이 마치 연결과 고립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함정’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영국표준협회는 이에 “디지털 생활에 대한 피로감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그러면서 “기술 규제 목소리가 높아가는 가운데, Z세대의 메시지는 특히 명확하다.”면서 “그들은 자신의 정신을 해치거나, 데이터를 악용하거나, 평화를 앗아가지 않는 디지털 공간을 원한다.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아예 인터넷 없이 살고 싶다고 한다”고 요약했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젊은이들이 더 이상 수동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인터넷을 비판하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