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닮은 ‘그록’, 극우 성향 노골적 표현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일론 머스크의 AI 챗봇 그록은 이전에도 우익 사용자와 허위 정보 연구자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엔 또 사용자 검색어에 애초 프롬프트 주제에서 벗어난 ‘백인 학살’ 주장을 삽입해 사용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용자들은 일론 머스크가 지원하는 챗봇 ‘그록’이 관련 없는 답변에 ‘백인 학살’ 주장을 삽입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AI는 인기 주제를 과도하게 강조하는 프로그래밍 오류를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록은 1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당국이 완강히 부인한 ‘백인 학살’이라는 주장을 액면 그대로 표현했다. 더욱이 이와는 관련 없는 질문에도 반복적으로 언급하곤 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러 X 사용자들은 이런 기이한 현상을 보여주는 스크린샷을 게시했다. 그중 한 사용자는 그록에게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록은 그러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 학살’이란 언급을 덧붙였다.

또 다른 사례로, 기업가 쉴 모노트는 그록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 갈등에 대한 관련 없는 댓글로 수수께끼에 답한 사례를 지적했다.

머스크는 X를 언론 자유가 만개하는 플랫폼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그록은 잘못된 정보를 끊임없이 노출하고 있다. 일부 사용자들은 그록이 ‘백인 학살’을 반복적으로 언급한 것은 우익 진영에서 “지나치게 각성하고 있다”는 비에 대한 반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답변들을 머스크가 해당 주제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던 게시물과 연결지었다.

한편 머스크는 본래 미국으로 이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이민자다. 그는 그록을 “무섭도록 똑똑하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이런 편견과 오류는 다시 그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3월에도 최신 챗봇 버전이 출시된 후, 사용자들은 그록이 허위 정보를 유포한다고 비난한 적이 있다.

머스크의 X는 원래 회사를 대변할 커뮤니케이션 부서나 홍보 부서를 두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록 측은 후속 게시물에서 이런 문제를 인정하며, “주제에서 벗어난 답변은 프로그래밍 오류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록은 “관련 없는 답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라고 게시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저희 의도는 그게 아니었고,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합니다. 제 프로그래밍은 때때로 관련성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주제를 끌어들이는데, 이 부분은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공지했다.

코딩 오류 외에도, 그록이 인기 주제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미국이 백인 남아프리카인 59명에게 망명을 허가한 사건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에 남아프리카 정부가 아프리카너(아프리카계 미국인)의 토지를 압류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내린 행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사건들과 함께 ‘백인 대량 학살’이란 유언비어가 이같은 그록의 반응을 촉발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록은 다시 공지문을 통해 “남아프리카 문제에 대해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어떤 형태의 폭력이나 대량 학살도 지지하지 않습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백인 대량 학살’ 주장은 매우 논쟁적입니다. 일각에선 (백인이 운영하는) 농장에 대한 공격이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고 주장하고, 또다른 사람들은 그저 모든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범죄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라고 궁색한 변명도 곁들였다. 이는 결국 일론 머스크의 우파적 성향이 작용한 모습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