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개발도상국 생산성 향상의 촉매"
유엔개발계획(UNDP), "챗GPT 등 생성AI가 큰 역할" 기대도 농촌 교육, 디지털 보건 상담, 공공행정 자동화 등 시범 시행 중 소프트뱅크·오픈AI 등 IT기업들, 글로벌 AI 수요 대비 전략적 투자 확대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개발도상국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최근 발표한 '2025 인간개발보고서: 선택의 문제 – AI 시대의 사람과 가능성'에서 “AI 확산이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생산성 향상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글로벌 기술 격차에 밀려 디지털 전환 속도가 더뎠던 국가들도 이번에는 그 흐름에 함께 올라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UNDP는 특히 ‘생성형 AI’에 주목했다. 챗GPT와 같은 대화형 시스템이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할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했던 콘텐츠 제작, 언어 번역, 데이터 분석 같은 분야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UNDP는 “이런 기술은 기존 시스템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고,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로 접근성도 높다”며 “기술 도입 문턱이 낮아진 만큼 개발도상국도 빠르게 생산성 향상을 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에 거는 기대, 신흥국이 더 크다
최근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개발도상국 국민 10명 중 7명은 인공지능(AI)이 자국의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의료, 교육, 일자리 등 기본적인 삶의 영역에서 AI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 위기를 겪으며 기존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AI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는 단순한 희망적 사고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AI가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문제들을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농촌 지역에서의 원격 교육, 디지털 보건 상담, 공공행정 자동화 등이 이미 일부 국가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기술 기업들의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기존의 AI 강국들뿐만 아니라, 소프트뱅크와 같은 기업들도 대규모 인프라 확장을 위해 실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오픈AI와 오라클은 미국 내 AI 서버 인프라 구축을 위해 천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이는 AI 기술 발전에 따른 글로벌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해석된다.
AI는 ‘사용자 기반’이 중요한 기술이다. 사용자의 학습과 피드백을 통해 AI는 점점 더 개선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기술 수요가 집중된 지역을 먼저 선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큰 우위를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글로벌 IT 기업들이 신흥국 시장을 미래의 성장판으로 보고 있는 흐름은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 격차가 풀어야 할 과제
물론 AI 기술이 기대처럼 작동하려면 넘어야 할 벽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디지털 인프라다. 여전히 많은 개발도상국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나 인터넷 접속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AI 기술이 작동하기 위해선 데이터 전송 속도, 클라우드 연결, 에지 컴퓨팅 환경 등이 갖춰져야 하지만, 현재로선 그런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
이 때문에 ‘기술 격차’보다는 ‘접근성 격차’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신 기술을 누가 먼저 만들었느냐보다, 그 기술에 누가 먼저 접근하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개발도상국이 AI 활용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단순히 기계를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실제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는 로컬 환경 구축이 필수적이다.
‘사람 중심’ AI가 진짜 경쟁력이 된다
UNDP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기술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AI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기존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람 중심의 기술 설계와 지역 특성에 맞춘 적용 방식이 없다면, AI가 오히려 새로운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따라서 앞으로의 경쟁력은 복잡한 알고리즘이나 대규모 서버보다는, 기술을 일상에 어떻게 녹여내고 실제 문제 해결에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글로벌 IT 기업들도 이를 의식해, 기술뿐만 아니라 인프라·정책·교육 등 복합적 요소를 함께 고려하는 전략을 세우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