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영리법인 전환 ‘포기’의 ‘숨은 그림’
샘 앨트먼, ‘영리부문에 대한 비영리법인 이사회 지배’ 천명 ‘전사적인 영리전환 구도 포기’…비영리 이사회 장악 자신감 깔려 시민단체, 머스크 등 비난, MS 태도와 美규제당국 대응이 변수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오픈AI의 CEO 샘 앨트먼이 전사적인 영리기업 전환을 사실상 포기함으로써 그 배경과 향후 전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이를 ”서사시적 기업 드라마에서 최근 전개된 반전“이라며 ‘의외’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샘 앨트먼은 5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앞으로 비영리법인 이사회가 오픈AI(의 영리 부문 사업부)와 그 기술을 계속 관리하게 될 것”이라며 “비영리법인 이사회가 공익법인(PBC)(으로서 오픈AI사)을 통제하고 대주주가 되어, 다양한 혜택을 지원할 수 있는 더 나은 자원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 전사적인 영리법인 전환 시도를 철회할 것임을 밝혔다.
현지 업계, “앨트먼, 절반의 목표 달성” 평가
오픈AI는 비영리 단체로 시작했지만, 앨트먼은 지난해 이후 챗GPT 구축과 유지 관리 비용등을 이유로 영리법인 전환 등 구조 변경을 고려해 왔다. 특히 이사회 내부 갈등으로 불안해진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오픈AI를 현재 비영리 단체 이사회로부터 독립시키려 했다. 그러나 이번 그의 발표로 그런 계획이 완전히 무산된 셈이다.
이에 업계에선 앤트먼이 작년에 설정한 목표, 즉 챗GPT 개발사(영리 부문)와 이를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와의 분리라는 목표의 “절반만 달성한 셈”이라는 해석도 있다.
시사매체 ‘엑시오스’는 “앨트먼이 원래 제안했던 것처럼, 현재 영리 사업 부문이 오픈AI를 지배하는 비영리 기업으로부터 회사 지분 상당 부분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자유’를 얻는 대신, 비영리 이사회가 최종 경영자로 남게 되며, 상당한 지분도 확보하게 된다.”고 의미를 부연했다.
애초 앨트먼은 “인류 전체에 이로운 첨단 AI를 개발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를 위한 수십억 달러 모금에 나섰다. 그러나 그의 노력은 회사 지배구조(영리법인 전환 계획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으로 인해 빛을 잃었다.
이번에 발표된 개편된 계획에 따라, 오픈AI의 영리 사업부는 오랫동안 계획된 대로 “제한된 상한선” 범위에서 공익 법인(PBC)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PBC는 기업이 수익 외의 다른 목표를 우선시할 수 있도록 하는 비교적 새로운 구조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개념이기도 하다. 오픈AI의 경쟁사인 앤트로픽 또한 PBC 형태다.
또한, (비영리로 전환함으로써) 중요한 것은 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금액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오픈AI가 구조조정에 따라 최근 투자받은 수천억 달러의 자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단, 오픈AI가 향후 구조조정 마감일을 준수한다는 전제 하에 가능하다.
소프트뱅크가 주도한 최근 투자 라운드에서는 오픈AI가 연말까지 구조조정을 완료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있다.
비영리 이사회, 언제든 앨트먼 축출? “현실적으로 불가능”
그러나 이번 영리법인 전환 무산은 앨트먼 개인으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앨트먼의 원래 계획은 사내 영리 부문을 1년 반 전 자신을 해고한 비영리 이사회(이후 이사회 구성원이 거의 완전히 교체)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다시 비영리 이사회의 지배를 받으며, 애초 계획은 없던 얘기가 되었다.
이는 이론상으로는 2023년 11월에 일어났던 일(샘 앨트먼 축출)이 다시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오픈AI 비영리 이사회는 오픈AI라는 기업이 “원래 창사 당시의 사명에 충실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경영진을 해고할 수도 있다.
“이론상”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앨트먼 실제로 2023년 11월의 시나리오(자신에 대한 축출)가 발생할 가능성을 매우 낮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영리 이사회는 이제 그의 통제 하에 훨씬 더 강력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 의미는 또한 차세대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는 회사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한 것이기도 하다. 과연 누가 수익을 창출하고, 누가 AI를 사회적, 윤리적으로 형성할 것인가에 대한 통제권이다. 그런 점에서 앨트먼이 실권을 갖고 있긴 하지만 비영리 이사회의 통제를 받음으로써 그런 의미가 부각되고 있다.
다만 이번 조치가 확정되려면, 아직 많은 당사자들이 새로운 거래에 서명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여전히 오픈AI에 대한 막대한 투자(현재까지 최소 130억 달러 투자 또는 약정) 가치를 보전하고 있다. 2023년 11월 위기 이후 두 회사의 관계는 다소 악화되었다. 그 후 앨트먼이 복귀한 후,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뿐 아니라) 소프트뱅크와 같은 다른 주요 투자자들에게 미래의 확장 계획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앨트먼의 발표에 대해 아직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블룸버그는 5일 늦게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가 아직 협상(비영리 이사회 지배) 중”이라고 보도했다. (독점)규제 당국 또한 오픈AI의 수정된 계획을 검토할 계획을 밝혔다. 또 오픈AI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델라웨어 주 검찰총장들도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캐시 제닝스 델라웨어 주 검찰총장은 ‘와이어드’에 “새로운 계획이 오픈AI의 자선 목적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비영리 단체가 영리 단체에 대한 적절한 통제권을 유지하는지 확인하고, 델라웨어 주법을 준수하는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전보다 속도, 위험 기술 출시” 비판도 새삼 제기
그러나 ‘엑시오스’는 “새로운 계획이 오픈AI와 공동 창업자 일론 머스크 사이의 오랜 법적 공방을 종식시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즉 “머스크는 회사의 구조조정이 원래 창립 이념에 대한 배신이라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머스크의 변호사는 앨트먼 발표 직후 “소송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오픈AI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일론이 근거 없는 소송을 계속하는 것은 늘 우리의 발전 속도를 늦추려는 악의적인 시도였음을 보여줄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 외에도 오픈AI의 상당수 투자자와 비판적 시각의 관계자들 역시 이번 발표 내용에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애초 오픈AI 영리화를 반대해온 시민단체 ‘퍼블릭 시티즌’의 공동 대표 로버트 와이스먼은 성명을 통해 “오픈AI의 발표는 사실상 현상 유지를 위한 공약이며, 일부 변경 사항은 예외적으로 적용할 뿐”이라고 비영리 이사회 지배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그는 “이런 현상 유지 방식은 오픈AI가 천명한 ‘비영리’ 사명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엑시오스’에 밝혔다.
이 단체는 특히 “2023년 11월 (샘 앨트먼 복귀와 이사회 개편) 쿠데타 이후, 오픈AI는 안전 문제를 우선순위에서 제외하고, 위험한 기술을 시장에 서둘러 출시하며 (그런 부정적 AI 개발을) 업계를 꾸준히 선도해 왔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과 같은 영리 기업보다 훨씬 더 노골적인 행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실리콘밸리에선 지난 2019년 앨트먼이 영리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던 것 역시 대규모 모금을 위한 또 다른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많다. 이번 결정 역시 “오픈AI가 모두에게 놀라운 AI도구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하며 막대한 자금을 모으기 위한 또 다른 선택이란 해석이다.
실제로 이날 성명에서 앨트먼은 “현재로서는 세상이 원하는 만큼의 AI를 공급할 수 없다”면서 대규모 자금의 필요성을 또 다시 강조했다. 이번 새로운 ‘절반의 계획’이 오픈AI에 대한 투자자들의 자금 수혈이 유지될 만큼 만족스러운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