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에 굶주린 OpenAI, “아예 소셜미디어 만든다”
방대한 데이터 수집망 확보 목적, 머스크의 ‘그록AI’ 견제 의도도 GPT 모델의 차세대 버전, 소셜미디어 사용자 콘텐츠로 학습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일론 머스크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샘 알트먼의 OpenAI가 이번엔 챗GPT 내부에 소셜 네트워크 구축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머스크의 AI 모델 ‘Grok’(그록)을 염두에 둔 듯도 하고, 한편으론 메타를 비롯한 기존 소셜미디어 생태계에 ‘숟가락’을 놓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학습 데이터가 곧 돈’으로 인식되는 AI업계에서 소셜미디어는 그야말로 ‘데이터의 보고(寶庫)’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실리콘밸리 안팎에선 “오픈AI로선 진작에 시도해볼 만한 사업”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에 채널 프로, 더 버, 테크크런치 등 주요 기술매체들은 이 소식을 크게 보도하며,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픈AI 기술력과 어우러져 ‘큰 시너지’ 기대
오픈AI가 그 동안 구축한 AI 기술력과 소셜미디어의 광활한 데이터 수집망이 어우러지면 향후 엄청난 시너지가 예상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물론 아직은 오픈AI의 AI 서비스를 기반으로 구축될 가능성이 있는 소셜네트워크는 ‘초보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 감히 메타나 X에 비교할 단계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챗GPT를 비롯한 오픈AI 플랫폼들이 일론 머스크의 X를 기반으로 구축된 생성 AI 플랫폼 ‘그록’과 정면 승부를 벌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오픈AI 소셜 플랫폼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로서 오픈AI는 자체 AI모델이 생성할 수 있는 콘텐츠와, 다른 사람들이 만든 콘텐츠를 ‘소라’(Sora,비디오 생성 시스템)에서 볼 수 있는 것 외에는 공유 가능한 콘텐츠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메타는 오픈AI의 이런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곧 바로 챗GPT에 맞설 독립형 AI앱을 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앨트먼 vs 머스크 ‘갈등’도 배경
그러나 이같은 소식의 배경엔 무엇보다 앨트먼과 일론 머스크 사이의 현재 진행 중인 법정 싸움과 감정 대립과 한층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애초 머스크는 앨트먼과 함께 오픈AI를 공동으로 설립했다가, 서로 간의 의견 대립으로 지난 2018년 이 회사를 떠났다. 머스크는 그 후 묵은 감정을 삭이고 있다가, 결국 “오픈AI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영리 기업으로 변질되었다”며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오픈AI 소셜 네트워크 소식은 일단 그런 양자 간의 갈등에다, ‘그록’에 도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배어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동기는 따로 있다. 오픈AI로선 AI 기술 개발에 가장 중요한 데이터를 확보하는게 무엇보다 절실하다. 급기야 자체 소셜미디어를 만들어 무수한 데이터를 조달한다는 목적이다.
실제로 수백만 명 사용자들이 플랫폼에서 AI가 생성한 밈을 공유하기 시작한다면, 그들은 오픈AI 시스템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쏟아붓는 격이 된다. 사용자들이 허용하기만 하면 앞으로 개발할 GPT 모델의 차세대 버전도 이를 기반으로 학습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는 다른 어떤 소셜 플랫폼보다 사람들의 생각과 말, 행동, 창작물 등 ‘따끈따끈’한 정보와 로데이터(Raw Data)를 무진장 수집할 수 있다. 오픈AI로선 AI 학습 데이터로 이보다 더 탐날 순 없다.
챗GPT에 ‘오픈AI가 소셜미디어 만드나?’ 물어보니…
그러나 정작 챗GPT에게 이에 대한 프롬프트를 한 결과, 유보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다. 챗GPT는 “오픈AI가 실제로 소셜미디어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현재 오픈AI에서 전용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공식 발표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콘텐츠 관리, 추천 알고리즘, 심지어 콘텐츠 제작까지 AI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면 흥미로운 아이디어”라고 답변, ‘챗GPT 내 소셜미디어 기능’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진 오픈AI의 발상과 맥이 닿는다.
다만 “챗GPT와 같은 오픈AI 도구는 이미 소셜 미디어 생태계의 일부가 되고 있다”고 장담하며 “사람들은 이 도구를 사용하여 게시물을 작성하고, 콘텐츠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하고, 상호작용을 자동화한다”고 했다. 따라서 “오픈AI가 본격적인 소셜 네트워크를 구축하지는 않더라도, 오픈AI의 기술은 소셜 미디어 사용 방식을 확실히 형성하고 있다”고 에두른 답변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행간에서도 ‘소셜미디어의 효용’에 대한 확신은 강하게 배어있는 셈이다.
최근 소셜미디어 생태계 변화도 작용?
오픈AI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1~2년 간의 소셜미디어 생태계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아보인다. 전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여 X로 탈바꿈시키고, 콘텐츠 보호 장치를 상당 부분 제거하는 등 이른바 ‘소셜 미디어의 지옥’으로 만들었다. 그런 와중에 메타(Meta)의 스레드(Threads)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 뒤를 이어 블루스카이(Bluesky)가 새롭게 등장했다. 이들 모두 분산형 소셜 네트워크로, 아무도 사용자의 신원이나 데이터를 소유하지 않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그런 가운데 최근 소셜미디어는 주로 스냅챗,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와 같은 이미지 및 비디오 기반 소셜 플랫폼에서 가장 활성화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오픈AI의 소셜미디어는 비디오 등에 관한 언급은 없어, 또 다른 마이크로블로깅 스타일의 네트워크가 아니냐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그다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만한 소셜네트워크는 아니란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일론 머스크를 불안하게 만들기엔 충분할 만큼, 앨트먼으로선 시도해볼 만한 실험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