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신 금·ETF”…2025 부자들, 금융에 눈 돌린다

하나금융연구소,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 발간 부자 1만 명 분석… 투자·소비 행태에서 자산가의 달라진 기준 드러나

2025-04-16     김예지 기자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사진:하나은행)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하나금융연구소가 대한민국 부자들의 금융 행태를 분석한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를 발간했다. 전국의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자산가 1만 명을 대상으로 투자·소비 패턴과 자산관리 방식을 조사한 이번 보고서에서는, 자산가들이 부동산보다 금융상품에 무게를 두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변화가 포착됐다.

금, 채권, ETF 등 비교적 안전한 자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졌으며, 부동산은 ‘기다리는 게임’으로 인식됐다. 특히 젊은 부자층인 ‘영리치’는 기존 세대와 뚜렷이 다른 투자 습관과 전략을 보였고, 이러한 경향은 고자산가뿐 아니라 대중부유층 전반에 걸쳐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들 사이에선 금이나 채권 같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예금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투자 의향이 모인 자산은 금(32.2%)이었고, 이어서 채권(32.0%), ETF(29.2%), 주식(29.0%) 순이었다. 채권의 경우 아직 투자 경험이 없는 사람 중에서도 신규 진입을 고려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ETF는 지수를 따라가는 안정적인 성격 덕분에 기존 주식 투자보다 더 주목을 받았다. 이는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에 대한 직접 투자 의향은 지난해보다 낮아졌다. 올해 부자의 부동산 매수 의향은 44%로, 전년도 50%에서 하락했다. 반면 매도 의향은 34%로 소폭 상승했다. 대다수는 아직 명확한 투자 타이밍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었으며, 그 사이 금융상품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부자들은 여전히 가상자산을 ‘위험한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성장 가능성도 크게 보고 있었다. 하나금융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금융자산 1억 원 이상 보유자 중 가상자산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비율은 3명 중 1명꼴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3년간 연평균 15%씩 늘어난 수치다.

흥미로운 점은 단순한 관심을 넘어서 보유 코인의 종류나 투자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 가상자산 투자자 중 34%는 4종 이상의 코인을 보유하고 있었고, 1천만 원 이상을 투자한 사람도 70%를 넘었다. 과거에는 일시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수시로 매입해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방식이 많아지고 있다.

가상자산을 계속 투자하겠다는 응답도 절반 이상이었다. 단순히 ‘수익률’ 때문만은 아니었다. 예전보다 수익률이나 주변 영향보다는 투자 접근성(37%)이나 관련 환경의 우호성(34%) 등 구조적인 변화가 투자 의사를 자극하고 있었다.

이 보고서에서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40대 이하 젊은 부자층인 ‘영리치’의 변화였다. 영리치는 과거보다 빠르게 투자에 눈뜨며, 기존 50대 이상 ‘올드리치’와는 확연히 다른 성향을 보였다. 영리치 4명 중 1명은 미성년자 시절 혹은 취업 전에 주식을 시작했다고 답했으며, 이는 올드리치의 5배 수준이다.

투자 목적 역시 단기적 수익보다는 자산 증식을 위한 장기 전략에 가까웠다. 주식을 단순히 경기를 타는 상품이 아닌, 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셈이다. 올드리치가 가족의 권유나 시장 분위기에 따라 투자를 시작한 것과는 다른 점이다.

영리치의 해외주식 선호도도 두드러졌다. 이들의 투자 비중은 해외 70%, 국내 30%로, 올드리치의 80:20과 비교해 글로벌 자산 비중이 높았다. 올해 해외주식 비중을 4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응답한 이들도 있었다.

젊은 부자들은 실물자산에도 적극적이었다. 금과 예술작품 등 실물자산에 대한 관심은 2022년 이후 꾸준히 유지됐으며, 2024년 말 기준 영리치의 실물자산 보유율은 41%에 달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도 마찬가지다. 영리치 중 가상자산을 보유한 비율은 올드리치보다 3배 이상 높았고, ‘위험하지만 도전할 만한 투자처’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나금융연구소 윤선영 연구위원은 “가상자산에 대한 부유층의 관심은 시장 성숙의 신호일 수 있다”며 “새로운 자산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고, 자신 있는 분야에만 투자하려는 태도가 부자들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부자들의 투자 성향이 점점 더 다양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일수록 오히려 이들은 금융 자산 중심으로 전략을 정비하며, 새로운 시장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