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력없는 ‘트럼프 관세표’, 챗GPT로 산출?
백악관 일각 “AI로 간단히 산출”설 등 추측 난무 “관세표, 실제 적용보단 협상 무기용” 이유로 AI로 추출 “향후 국정 의사결정도 AI로 할 만큼 무능한 정부” 불만도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사실상 전 세계에 부과되는 일련의 세금으로 세계 무역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계산하는 데 AI를 사용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실제 AI 사용 여부와는 무관하게 “트럼프 행정부가 추후 어떤 국정 의사결정이든 AI를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란 불안과도 맞물리며, 논란꺼리가 되고 있다.
관세표 국가, 인터넷상 도메인 리스트와 일치
트럼프가 직접 발표한 ‘상호 관세’ 표는 아직 확정적이지는 않지만 10년 동안 가장 중요한 문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표에 나와 있는 숫자가 매우 자의적이거나, ‘주먹구구’식이란 지적과 함께 이런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미국의 무역 적자를 국가별로 나눈 다음, 해당 국가의 총 수입으로 나누고, 그 결과를 반으로 나누는 매우 기본적인 공식을 사용했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이런 공식은 그러나 국제 교역상의 다양한 변수와 실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더욱이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의 펭귄에 대해서도 관세를 책정한 것으로 밝혀져 비웃음마저 사고 있다. 그 바람에 인터넷상에선 ‘펭귄 밈’이 넘쳐나기도 한다.
백악관 참모들 중엔 이를 의식하기라도 한 듯, “관세 산출 공식에 챗GPT를 사용했다”는 농담같은 진담이 나와 관심을 끈다. 이는 실제로 농담이 아닌, 진담일 가능성이 많다는 전문가들의 분석결과도 있다.
그 중 기술 아티스트 고든 채프먼은 실제로 소셜미디어 ‘스레즈’(Threads) 게시물에서 “놀랍게도 백악관의 관세표가 인터넷상의 도메인(실제 국가가 아니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관세표를) AI가 생성했다는 증거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일단 채프먼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여전히 “관세표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중요한 관세표가 실제 관세를 부과해야 할 장소와 완전히 일치하지도 않는 영토 목록에 적용된 간단한 공식에 불과하다면, 과연 관세 계산에 얼마나 많은 (인간의) 생각이 들어갔을까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의 생각이 아닌, AI의 기계적 산출이 주를 이뤘을 것이란 얘기다.
상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 경제 전문가들은 수 년간 이 문제를 다루어 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들 전문가들은 “관세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이처럼 (AI를 사용해) ‘말도 안 되는 수치를 산출하는 방법론’이 있을 수 없다”며 이를 일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챗GPT와 같은 LLM에 “다른 국가에 대한 미국의 관세를 ‘간단한 방법’으로 계산해 달라”고 프롬프트를 하면 실제로 이번에 백악관이 공개한 것과 거의 같은 공식을 얻게 된다.
챗GPT에 “美, 타국에 대한 관세, 간단히 계산하라” 요청
본래 이번 트럼프의 관세 수치는 실제 적용에 앞서, 국가별로 또 다른 복잡한 추가 협상의 무기로 활용될 것이란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인 에릭 트럼프는 X에서 이에 대해 직설적으로 밝혔다. 즉 “(각국은) @realDonaldTrump(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와 무역 협정을 협상하려는 마지막 국가가 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먼저 협상하는 사람이 이길 것이고, 마지막에 협상하는 사람은 반드시 질 것이다. 저는 이 영화(아버지 트럼프의 사업 방식)를 평생 봤다”고 썼다.
그러므로 겉으로 드러난 ‘숫자’ 뒤에 숨은 ‘수학’은 덜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논리다. 어차피 추후 협상 여하에 따라 모든 숫자가 곧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표면적 관세 수치는 그냥 챗GPT에 의해 산출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관세 계산이 정말로 AI에 의해 성급하게 이루어졌다면, 그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무능함을 보여주는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는 앞서 대중적인 ‘시그널’(Signal) 채팅을 사용, 특정 기자를 참여시킨 상태에서 비밀 군사 작전을 채팅한 것과 같은 허술한 ‘보안 의식’과 맥을 같이 한다는 지적이다.
기술매체 ‘매셔블’은 이에 “(설마하니) 백악관이 관세 계산에 챗GPT나 이와 동등한 것을 사용했을지 의문”이라며 “AI 자체가 불완전하고 단순화되었다는 경고는 숱하게 나온 바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추측에 의문을 표했다. 그럼에도 확신은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즉, “(AI를 사용했다는 추측을 뒷받침할 만한) 징후가 분명 있다”면서 “그 때문에 추후 백악관 전문가들이 AI에 또 어떤 무엇을 맡길지를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