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힘 광원’ 기반 양자키분배 기술에 '시선집중'

양자키분배 원리에 송·수신 광자 간의 상관 현상을 측정, 접목 ‘얽힘’ 등 특성 이용, ‘랜덤한 비트 열’로 ‘키’ 구성, 생성 카이스트, “‘얽힘 광자’들의 고유한 상관관계 특성이 핵심”

2025-04-03     전윤미 기자
양자역학 이미지. (사진=테크크런치, 게티이미지)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양자컴퓨팅 시대엔 기존 공개키 등의 암호화 체계로는 외부의 사이버공격을 막아낼 수 없다. 이에 그 대안으로 등장한 암호화 방식이 양자키분배(QKD, Quantum Key Distribution) 암호화 체계다.

국내 전문가들도 이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은 소위 ‘광원’을 기반으로 한 ‘얽힘 광원 기반 양자키분배’ 기술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이는 기존 양자키분배 원리에다 두 개의 송·수신 광자를 통해 이들의 상관된 현상들을 오류 없이 측정하는 방식을 접목한 것이다.

특히 “‘얽힘 광원 기반 QKD’ 기술은 키 생성을 위해 난수 발생기 등의 시스템 장치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기술의 보안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카이스트의 설명이다.

난수 발생기 등 시스템 의존 안해 ‘보안성 높아’

본래 ‘QKD’ 기술은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와 둘 이상의 입자들 사이의 양자역학적 상관관계를 표현하는 얽힘과 같은 양자역학의 근본적인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일련의 ‘랜덤한 비트(bit) 열’로 구성된 암호화키를 생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 다음 이렇게 생성된 키를 허용된 두 사람 사이에서만 안전하게 분배하는 방식이다.

이때 ‘랜덤한 비트 열’이 바로 암호화된 ‘키’(key)인 셈이다. ‘키분배’, 즉 송·수신자 사이에서만 서로 똑같은 형태로 복사된 두 개의 비밀스런 ‘키’를 각기 하나씩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카이스트 김헌호 연구교수팀은 그 중에서도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에 근거한 ‘BB84 프로토콜’에 주목하고 있다. 또 BB84프로토콜과 원리적으로 동등한 ‘BBM92 프로토콜’도 연구하고 있다.

BB84 프로토콜은 ‘Conjugate coding’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Conjugate coding’은 여러 메시지를 전송하여 하나를 읽으면 다른 하나가 파괴되는 방식이다. 이를 ‘양자 멀티플렉싱’이라고 하는데, 특히 염기(어떤 양성자를 내어놓아 생성되는 염기)로 편광된 광자를 ‘큐비트’로 사용, 정보를 전달한다. 이는 키 생성을 위한 난수 생성기를 간단하게 확장한 개념이기도 하다.

이에 근거한 BB84 프로토콜은 단적으로 말해 “단일광자 편광 상태의 랜덤한 생성과, 측정을 통해 QKD를 구현할 수 있도록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와 거의 흡사한 것으로 ‘더불어 얽힘 상태’의 두 입자 상관관계 특성을 이용하는 ‘BBM92 프로토콜’ 역시 BB84 프로토콜과 원리적으로 같다.

양자 컴퓨팅 이미지. (사진=구글)

‘얽힘 광원 QKD’ 기술, 구현 장치들과 무관하게 동작

이들 QKD 프로토콜을 중심으로 지난 수 십 년 간 특히 ‘광섬유’와 자유공간을 통한 ‘장거리 QKD 기술’에 관한 연구 및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특히 ‘얽힘 광원’을 QKD에 적용하는 연구가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되었다는 얘기다.

‘얽힘 광원 QKD’ 기술은 ‘광자’와 ‘광원’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QKD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장치(디바이스)들과는 무관하게 동작한다. ‘얽힘’ 기반 QKD는 앞서 언급된 BBM92 프로토콜 기반으로 대부분 구현된다.

즉, ‘편광-얽힘’ 광원 기반의 QKD를 위한 광학계는 광원에서 생성된 ‘편광-얽힘’ 상태의 두 광자를 서로 떨어져 있는 두 수신자(예를 들어 A, B)에게 각각 전송한다. 그런 다음 수평/수직 방향과 +45°/-45° 방향으로 서로 엇비슷하게 편광된 광자들의 동시성(동시계수,coincidence)를 측정한다. 이때 두 수신자가 시간적으로 상관된 광자들을 오류없이 측정하는 경우, 비로소 암호화에 사용할 수 있는 동일한 난수인 ‘키’를 생성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거리와 무관하게 ‘얽힘 광자’들 특유의 상관관계다. 즉,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A와 B, 두 수신자의 광학계에서 각각 측정되는 광자의 편광 상태는 일단 완전히 ‘랜덤’하다. 이는 동선이 불확실하고 예측불가한 ‘얽힘 광자’들의 고유한 상관관계 특성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수신자 A의 어느 특정한 검출기에서 하나의 광자가 측정되면, 또 다른 수신자 B의 경우는 반드시 이에 대칭 내지 평행 대치된 검출기에서 역시 측정된다. 이처럼 ‘얽힘 기반’ BBM92 프로토콜에서는 이같은 광자들 간의 상관관계 특성을 이용해 ‘키’를 생성하게 되는 것이다.

양자 이미지. (사진=아마존)

‘편광 얽힘’ 상관관계 선명도, 충실도가 중요

다만 이 경우 서로 평행 대치 관계가 아닌 검출기 간에 동시계수(측정)가 발생하는 오류가 생겨날 수 있다. 이른바 ‘에러 키(error key)’다. 이는 결과적으로 QKD에서 ‘양자 비트의 에러 비율’을 높이게 된다. 이런 에러 발생 여부는 ‘광원’으로부터 두 수신자 A와 B에게 전송된 ‘편광 얽힘’ 상태의 상관관계의 정량적 선명도나 충실도(fidelity)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높은 선명도로 ‘에러’를 방지하기 위해선 광원으로부터 ‘’다중광자‘의 생성 확률을 낮추는 방안이 권장된다. 또 ’얽힘 광자‘ 이외의 잡광(noise photon)을 차단하거나, 낮은 암계수(dark count)의 단일광자 검출기를 사용하고, 편광 소광비율(extinction ratio)이 높은 광학 부품 사용 등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또한, 광원의 편광 방향과 측정 광학계를 구성하는 광학 부품들의 정밀한 ’편광 축‘의 정렬도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이처럼 QKD는 서로 떨어져 있는 두 사용자가 동기화된 일련의 난수를 생성하는 물리적인 방법으로 이해된다. 이는 곧 두 사용자 간에 메시지를 암호화(encrypting)하는 근거로 사용된다. 전문가들은 “결국 암호화된 통신의 안전성은 키 분배의 안전성이 얼마나 보장되느냐에 달렸다”면서 “그런 이유로 QKD 기술은 통신기술의 가장 안전한 대안”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