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보다 1000조배 더 빠른 '中 양자컴'…韓·美는 지금?
지난 4일 中 과기대 개발 '쭈충즈-3' 발표 AWS와 구글 등 美 대기업도 양자컴퓨터 상용화 경쟁 가속 韓, 올해 양자기술 관련 예산 1980억원…2030년까지 글로벌 양자 경제 선도 목표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중국이 올해 1월에 공개된 ‘딥시크’에 이어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1000조 배 빠른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며 첨단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을 한층 격화시키고 있다. 지난 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과학기술대학(USTC) 연구진은 105큐비트 초전도 양자 프로세서 ‘쭈충즈-3’를 공개하며,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중국의 양자컴퓨터 연구가 단순한 기술적 진전을 넘어서, 글로벌 경제와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양자컴퓨터는 인공지능(AI) 훈련, 복잡한 최적화 문제 해결,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가능성이 커, 향후 글로벌 기술 경쟁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이번 '쭈충즈-3'의 공개를 통해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중요한 기술적 성과를 거두었으며, 미국과의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컴보다 1000조 배 더 빠른 '쭈충즈-3'
중국 연구진들이 발표한 '쭈충즈-3'는 105개의 큐비트와 182개의 결합 요소를 갖춘 초전도 양자 프로세서로, 기존의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보다 10의 15승 배 더 빠른 연산 성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진전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성과는 지난해 10월 미국 구글이 '네이처'에서 발표한 최신 양자칩 '윌로'보다 무려 100만 배 빠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큐비트 수가 많을수록 정보 처리 속도가 향상된다는 점에서, 이번 쭈충즈-3의 성능은 주목할 만하다. 쭈충즈-3의 큐비트는 15×7 배열로 배치되어 높은 연결성을 제공하며, 이는 양자 상태 간의 상호작용을 강화하고 더 정밀한 연산을 가능하게 한다.
연구진은 83큐비트와 32사이클을 활용한 난수 회로 샘플링 실험을 통해, 쭈충즈-3가 기존의 클래식 컴퓨터보다 15자릿수 더 높은 연산 성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보다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실험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성과는 여러 분야에서 양자컴퓨터의 활용 가능성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 훈련에서는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빠른 연산 속도가 중요한데, 쭈충즈-3는 이를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신약 개발, 분자 모델링 등에서 양자컴퓨터는 기존의 컴퓨터가 처리할 수 없는 수준의 계산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쭈충즈-3는 기존 양자컴퓨터들이 겪었던 신뢰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양자컴퓨팅 기술이 실용적인 단계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성과는 향후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양자컴퓨터를 비롯한 첨단 기술 분야에 대규모 투자
최근 중국은 양자컴퓨터를 포함한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AI와 로봇 기술과 함께 양자컴퓨터를 미래의 핵심 산업으로 삼고,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미국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중국이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 동안 양자 기술 분야에 최소 150억 달러(약 22조 원)를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미국의 양자 기술 투자액인 38억 달러의 약 4배에 달하는 수치로, 중국의 양자컴퓨터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대폭 늘어났음을 시사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번 양회 기간 중, 미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양자컴퓨터를 비롯한 첨단 산업의 발전은 중국이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구글 등 미국 대기업, 양자컴 개발 활발
중국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중요한 진전을 이룬 가운데, 미국도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로, 지난 1월 양자 컴퓨터 칩 '오셀롯(Ocelot)'을 공개하며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중요한 전환점을 예고했다.
AWS는 이 칩이 상용화에 도달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통해 양자컴퓨터 개발이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은 이 기술이 최소 5년의 개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양자컴퓨터가 실제로 실용화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AWS의 오셀롯 칩은 물리적인 9개의 큐비트를 이용해 1개의 작동하는 논리 큐비트를 구현하는 기술을 적용한 점이 특징이다. 이 기술은 양자컴퓨터의 오류를 실시간으로 수정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향후 상용화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자컴퓨터의 핵심인 큐비트는 속도는 빠르지만 오류가 발생하기 쉽고, 이 오류를 수정하는 과정이 기술적 난제였기 때문이다.
AWS는 큐비트 오류를 줄이기 위한 기술적 진전을 이루었으며,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기존의 수백만 개의 큐비트를 사용할 필요 없이 몇십만 개의 큐비트로도 유용한 계산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도 양자컴퓨터 기술에서 중요한 진전을 보였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윌로우(Willow)' 칩을 공개하며, 양자컴퓨터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실시간으로 수정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 칩은 기존 컴퓨터로는 수백만 년이 걸릴 계산을 단 5분 만에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구글은 윌로우 칩이 향후 과학, 의학,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美·中 사이에서 경쟁력 갖추기 위한 전략 마련 중요'
한국은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에 있어 빠르게 진전을 이루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선도국들인 미국과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양자기술을 국가의 핵심 산업으로 삼고 이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법'이 제정되었고, 양자기술의 산업화, 글로벌 협력, 투자 확대, 인력 양성을 주요 전략으로 삼고 2030년까지 글로벌 양자 경제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양자기술 관련 예산도 크게 증가하여, 올해는 1980억원으로 54.1%가 늘었다. 또한 정부는 하반기에는 민관합동 양자전략위원회를 출범시켜 5개년 계획을 통해 양자기술의 발전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들은 양자컴퓨터 기술의 핵심인 큐비트 수 확장과 오류 수정 기술에서 중요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정부와 기업, 연구소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각 분야에서 연구 개발을 선도하고 관련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이를 통해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양자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양자컴퓨터의 급속한 발전과 미국, 중국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