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동지' MS와 오픈AI, 이젠 ‘적(敵)’으로 돌아서

지난해 이후 묵은 갈등, 최근 파트너십 붕괴, 서로 외면 MS, 오픈AI 대신 xAI, 메타, 딥시크 등 코파일럿에 채용 오픈AI, 오라클·소프트뱅크 투자협약 등 MS와 거리두기 기술공유 갈등 작용, “그러나 어차피 분리, 독립은 필연”

2025-03-10     전윤미 기자
오픈AI의 샘 앨트먼(왼쪽)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야 나델라.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자매회사로 알려질 정도로 끈끈했던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관계가 ‘파국’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나아가서 이젠 두 회사가 치열한 경쟁 관계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게 최근의 분위기다.

애초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의 산파 역할을 했다. 창업 이후 거액의 투자자이자 가장 유력한 후원자이기도 하다. 지난 2023년 11월엔 샘 앨트먼이 이사회 결의로 축출당하자, 그를 MS의 일원으로 영입하려고 시도할 만큼, 진한 유대관계를 형성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두 회사 간엔 조금씩 틈새가 생기다가 결국 최근엔 서로에게 적대감을 갖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MS, 자체 모델 ‘MAI’ 개발, 기술 독립 선언

조금씩 균열을 보이던 양사의 관계는 최근 MS가 자사의 코파일럿 제품에 사용하기 위해 일론 머스크의 xAI와, 메타 인텔리전스 등을 차용하는가 하면, 챗GPT를 대체할 ‘MAI’라는 자체 모델을 구축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MS가 오픈AI와 결별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기술매체 ‘더 인포메이션’ 등은 MS가 사실상 오픈AI와 경쟁하기 위해 MAI와 같은 자체 추론 모델을 만들고 있음에 주목했다. 또 머스크의 xAI, 메타 인텔리전스, 심지어 딥시크 모델을 테스트하며 기존 챗GPT를 배제한 직장용 AI봇인 코파일럿을 배포하고 있다며 양사의 경쟁구도를 강조했다.

양사의 협업 관계를 강조했던 사티야 나델라의 모습. 그러나 최근 양측의 파트너십은 파탄에 이르렀다. 사진=게티이미지)

이런 모습은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상키 어려운 것이다. MS는 오픈AI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앞으로 적어도 몇 년 동안은 결코 균열이 생길 수 없도록 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달 동안 MS는 챗GPT의 가격이 비싸고 속도 역시 느리다는 이유로 오픈AI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챗GPT 기반의) MS 코파일럿은 사실 비용이 많이 들고 결과가 제한적이어서 기업에서 별로 호평을 받지 못하는 편이었다. 준비된 텍스트를 슬라이드쇼에 넣는 것과 같이 그나마 쉬운 작업엔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그러나 챗봇을 고정된 데이터 세트로 제한할 경우엔 오픈 웹을 검색하는 것보단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오류를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검토, 수정해야 하는 등 한계가 많이 지적되곤 했다.

MS “코파일럿 기반 ‘챗GPT’ 성능 미흡” 불만

MS는 이에 지난 1월, 모든 호스팅 요구 사항에 애저(Azure)를 사용해야 하는 계약 문구에서 오픈AI를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이 무렵 오픈AI는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과 함께 대규모 신규 데이터 센터를 개설하기 위해 5,000억 달러(또는 초기에는 1,000억 달러)라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뒤집어놓고 보면, MS가 더 이상 많은 투자나 자원을 제공할 의향이 없음을 보여주는 징조이기도 하다.

또한 두 회사 간에 틈이 벌어지기까지 이미 사소하지만 심상찮은 갈등의 조짐도 있었다. 진작부터 MS는 오픈AI에 투자를 하는 대신, 이 회사가 개발, 축적한 지적 재산을 사용할 권리를 확보하기로 했다. 그러나 ‘더 버지’ 등에 따르면 이를 두고 양측 간에 감정싸움이 벌어졌다. 즉, 오픈AI가 ‘o1’ 추론 모델을 구축한 방법을 설명하는 기술문서를 MS에게 제공하기를 꺼려했다는 뒷얘기다.

지난해 가을, 오픈AI와 MS의 고위 임원들이 서로 화상 통화를 하다가 갈등이 생겼다. MS의 사내 인공지능 부서를 이끄는 무스타파 설리먼은 오픈AI 직원들에게 “최신 모델인 o1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 설리먼은 애초 오픈AI의 ‘o1’이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생각’을 하도록 프로그래밍된 방법에 대한 문서를 요청했다. 그러나 단호하게 거절당하면서 무척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오픈AI 샘 앨트먼은 최근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 새로운 투자 및 후원자를 모색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오픈AI는 다른 투자자 유치, MS는 오픈AI 시장 공략

사실 진작부터 양측 모두 미래의 ‘결별’을 예정한 ‘갈등의 씨앗’이 움트고 있었다. 서로가 멀지않아 파트너가 아닌 경쟁자가 될 것이란 점을 피차 알고 있었다.

본래 MS CEO 사티야 나델라부터가 언제까지든 오픈AI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2022년경에만 하더라도 나델라는 “MS가 오픈AI의 모델을 사용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우리 자체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느냐”고 일축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이젠 샘 앨트먼이 백악관에 나타나 오라클과 AI기술을 비롯해 새로운 협력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발표한 후 양측 관계는 결정적으로 악화되었다.

이에 MS는 이젠 ‘MAI’라는 자체 추론 모델에 대한 액세스를 다른 개발자에게 판매함으로써 사실상 오픈AI의 시장을 잠식할 계획이다.

이처럼 두 회사가 서로 분리되기를 원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일 수도 있다. MS로선 AI야말로 다음 단계 기술 발전의 주요 플랫폼 전환이 될 것이 확실시되는 추세 속에 자체적인 ‘기술 독립’을 기하는게 ‘생사의 문제’일 수도 있다.

오픈AI도 이를 인식하고, 현재 비영리 단체이지만, 더 많은 자금을 모으고 공익만을 위한 운영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근 영리 단체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다른 의미에서 나델라와 MS는 최대0한 ‘AI붐’의 가치를 포착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베팅하며, 헤지(Hedge)하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에 따라선 MS가 개발한 AI모델이 이길 수도 있고, 오픈AI가 이길 수도 있다. 아니면 중국의 오픈소스 모델 딥시크가 승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MS야말로 기업 생태계에서 가장 막강한 애플리케이션의 왕자로서, 최소한의 리스크로 최대의 열매를 획득할 수 있는 위치”라는 분석도 많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