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일자리, AI로 대체”…美 연방정부가 앞장

머스크 ‘DOGE’, 수 만명의 해고·퇴출 직원 대신 AI챗봇 배치 세계 최강국 美정부, 앞장서 인간 일자리 AI로 대체하는 셈 현재로선 ‘평균’ 수준의 업무, “다만 기밀과 민감정보는 금물” 자체 개발 챗봇 ‘GSAi’ 적용, “전세계적 파급 효과” 예상도

2025-03-10     이윤순 기자
머스크와 DOGE의 이미지. (사진=와이어드)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미 연방정부 일자리가 대거 AI로 대체되고 있다. 그 간 인간의 일자리를 AI가 대체할 것이란 예측이 실제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연방정부에서부터 현실화되는 모습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2인자’ 행세를 하는 일론 머스크에 의한 것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또 다르다. 머스크는 이른바 ‘정부효율성부’(DOGE)를 이끌며 정부와 공공부문에 걸쳐 대대적인 감원 태풍을 주도하고 있다.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DOGE’를 앞세워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미 역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 해고자들이 떠난 자리는 모두 ‘AI챗봇’으로 채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정부 일자리 감축”

일론 머스크는 이를 위해 지난 주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시종 의기양양한 모습을보이며 이같은 방침을 설파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일자리 감축”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만 명의 도메인 전문가와 공무원을 한꺼번에 해고함으로써 발생한 빈자리를 모조리 AI 챗봇으로 채울 계획이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DOGE는 연방 부동산을 관리하고 대부분의 정부 계약을 감독하는 기관인 미국 일반 서비스청(GSA)의 직원 약 1,500명에게 ‘GSAi’라는 독점적인 챗봇에 대한 액세스 권한을 제공했다. 일자리를 점차 챗봇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이다. 이 기관은 이미 수백 명의 직원이 해고되거나 퇴사했다. 이에 신규 채용대신 챗GPT 기반의 GSAi 챗봇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고 할 머스크의 ‘DOGE’는 전체 연방 정부기관에 GSAi를 서둘러 도입, 일반적인 공공 업무를 빠르게 대체할 계획이다. 이 기관의 내부 메모에서 GSA 당국은 “GSAi는 그 범위에 제한받지 않고, 무한정 직원들의 업무를 빠르게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메일 초안 작성, 토론 주제 작성, 텍스트 요약, 코드 작성 등을 지목하며, “GSAi에 의해 손쉽고도 빠르게 끝낼 수 있는 작업들”이라고 꼽았다.

GSAi, ‘이메일이나 토론 주제 작성, 텍스트 요약, 코딩’ 등

직원들은 다만 GSAi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조건을 전달받았다. 즉, 비공개 정보나 ‘통제되지 않은 비밀 정보’(민감하지만 분류되지 않은 정보)는 공유할 수 없도록 했다. 챗봇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는 상당히 제한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챗봇을 사용, 회의 노트를 요약하거나 일부 데이터를 구성하는 등의 행동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같은 제한 조건은 향후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기업들, 특히 공공부문에서 AI챗봇의 쓰임새를 규정하는데 참고가 될 수도 있다.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의 한계와 범위를 시사하는 것이기도 해 눈길을 끈다.

대체로 해고 태풍에서 살아남은 나머지 직원들은 챗봇에 대해 “웬만한 인턴만큼이나 유능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다만 “평범하고 일반적이며 추측 가능한 답변을 주로 생성한다”는 반응도 있다.

최근 백악관에서 열린 미 연방정부 내각회의에서 일론 머스크가 공무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해고와 함께 AI로 일자리를 대체하는 등의 개혁방안을 밝히고 있다. (사진=AFP)

본래 GSAi는 머스크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등장하기 전부터 이미 개발 중이었다. 예전부터 GSA는 여러 기관과 협력, 챗봇과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개발해 왔다. 미 연방 재무부와 보건복지부도 모두 내부 및 외부 플랫폼에 챗봇을 배포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교육부도 기관 내에서 ‘업무 지원 목적’으로 설계된 챗봇 프로젝트에 대해 GSA와 협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방정부는 트럼프 이전부터 이미 AI챗봇에 의한 일자리 대체를 기획해온 셈이다.

그러나 개발이 완료된 후에도 “엉성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일선 업무 현장에 배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머스크와 DOGE가 등장하면서, 망설임없이 출시된 것이다. 이는 본래 이번과 같이 갑자기 해고된 수천 명의 직원을 대체할 목적이 아니라, 애초 직원들의 업무를 용이하게 하는 지원 도구일 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GSA의 경우, 해고자들 중엔 자신이 쫓겨난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GSAi 도구를 개발, 구축하던 사람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들은 애초 “이메일을 작성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챗봇을 목표, 개발에 매진했으나, 오히려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업무 평정, 해고 여부 평가도 AI챗봇에게 맡겨

앞서 NBC 뉴스에 따르면, 머스크가 이끄는 ‘DOGE’는 모든 연방공무원들에게 “자신의 직무를 정당화할 수 있는 5가지를 적어내라” 최후 통첩을 하면서, 그 답변에 대한 평가를 위해 또 다시 AI를 사용했다. 미 연방 인사 관리국은 AI를 이용해 연방 직원들이 보내온 이메일 답장을 일일이 평가, 분석했다.

DOGE는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현재오 AI를 사용해 연방공무원들의 응답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AI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고, 결국 해고를 당한 것이다.

이미 퓨 리서치 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의 62%가 AI가 직장인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믿고 있다. 해당 조사에서 ‘퓨 리서치’는 “많은 사람이 채용 및 직장 평가에 사용되는 기술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퓨 리서치’는 “AI 평가에 최종적인 해고 여부가 달린 상황에서 평균 10명 중 한 명의 비율로 ‘불합격’을 받아 자리에서 쫓겨났다”고 전했다. 이에 연방공무원의 절반에 조금 못미치는 사람들이 채용이나 근무 평정서 검토에 AI를 사용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향후 ‘소송’ 등 법적 다툼도 예고

이처럼 AI가 연방 직원의 운명을 결정할 상황이 닥치면서, 당장은 아니지만, 채용 및 해고 결정에 AI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크다. 이미 지난 2022년에도 연방 법원에 비슷한 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미국 동등고용기회위원회는 중국에 본사를 둔 튜터링 회사 ‘iTutorGroup’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 회사가 AI 기반 채용 시스템을 통해 55세 이상의 여성 지원자와 60세 이상의 남성 지원자를 자동으로 거부할 수 있게 함으로써 미국의 고용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소송은 ‘iTutorGroup’이 AI에 의한 나이 제한으로 채용이 거부된 200명 이상의 구직자에게 365,000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하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그처럼 이번에도 역시 해고된 공무원들이 AI와 챗봇에 의한 일자리 대체에 저항,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또한 향후 AI가 인간의 주요 일자리를 대체할 시금석이 될 수도 있어 머스크의 ‘DOGE’에 또 다시 세인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