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장 건설 TSMC, 트럼프에 ‘뒤통수’ 맞아
트럼프 측, “TSMC 칩 사용한 제품엔 관세 부과” 말바꿔 TSMC 美공장 건설 조건 ‘무관세’ 협약 무색, 대만측 ‘당혹’ 관련 명문 규정없는 점 악용, 협상 앞둔 "한국에도 반면교사"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TSMC가 미국에 무려 1천억 달러를 들여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 트럼프의 관세폭탄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애초 알려지기론 트럼프는 TSMC의 미국 공장 건설을 조건으로 관세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그 후 나온 소식에 의하면 TSMC 칩을 사용하는 전자 기기에 대해선 최대 100% 관세가 부과할 것으로 알려져 대만을 당혹케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와의 지난한 협상을 이어가야 할 한국으로서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셈이다.
와이어드, 더블씹테크나 블룸버그TV 등에 의하면 TSMC-트럼프 협정으로 ‘대만산 칩 관세’의 위험이 아주 사라지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트럼프는 당연히 관세 혜택에 포함될 것으로 여겨져 별도의 명문화를 하지 않았던 ‘TSMC 칩을 사용한 제품’에 대해선 여전히 무거운 관세를 물릴 것이라고 말을 뒤집고 나섰다. TSMC로선 한 순간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TSMC로선 날벼락…애초 계약과 달리 ‘말 뒤집어’
그렇게 되면 TSMC가 미국으로 사업을 확장하더라도 트럼프의 관세 위협은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또 다른 기술매체 와이어드(WIRED)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역시 트럼프는 대만에서 만든 칩에 추가 세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이를 위해 매우 기묘한 방식으로 부과할 수 있기 때문에 TSMC와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협정이 애초 의도했던 관세 부담 해소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칩 수입에 세금을 부과하는 대신 칩을 사용하는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이는 TSMC의 반도체를 사용하는 모든 소비자 기기가 최대 100%까지 비싸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TSMC는 물론, 해당 칩을 사용하는 모든 산업과 사용자들에게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앞서 TSMC의 미국 공장은 특히 중국측으로 하여금 신경을 곤두세우게 한 것이다. 중국은 “대만이 미국에 ‘선물’로 반도체 기술을 제공한다”며 “TSMC가 향후 미국의 지배적 기업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TSMC 칩 사용 제품 관세 부과’는 그런 중국측 우려를 현실화하는 셈이 된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선 TSMC와 다른 대만 칩 제조업체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런 논의 과정엔 대만 칩 자체뿐만 아니라 애플 아이폰과 같이 TSMC 칩을 내장한 수입산 전자 기기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안이 포함되어 있다는 소식이다.
트럼프, 과거 “대만, 美 기술 훔쳐” 발언이 배경?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TSMC와 계약을 체결했다. TSMC가 최대 1,650억 달러를 투자, 애리조나에 두 개의 첨단 패키징 센터와 주요 R&D 시설 등을 짓는다는 내용이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의 단일 외국 투자다. 이는 백악관에서 발표되었으며, 트럼프는 TSMC의 CEO C.C. 웨이와 함께 “미국이 국내에서 칩 생산을 하는 것을 반갑게 생각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랬던 트럼프가 TSMC로부터 실속을 챙긴 다음 애초 대만측의 관세 면제 조건이 담긴 계약을 사실상 휴짓조각으로 만든 것이다. 이에 대해 앞서 와이어드는 “대만으로선 끔찍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 칩을 사용하는 기기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으로 수입되는 주요 기술 제품의 가격이 최대 100%까지 인상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반도체 자체가 아니라 TSMC 칩을 사용, ‘패키지화’된 제품을 대부분 수입하고 있다. 와이어드는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소식은 일반 소비자에게는 끔찍한 소식이며 기술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물론 아직은 확정되진 않았지만, 다만 변수는 아직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TSMC와 같은 기업을 상대하는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관세 폭탄을 안기고 있는 가운데, 대만도 예외가 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과거에 “대만이 미국 기술을 훔치고 있다”고 한 적도 있어, 이번 조치가 현실화될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