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약 기술, 제약업계 서열 재편?

항암 신약, 품질 관리 등 신기술 융합과 혁신으로 새로운 국면 시간 단축 및 비용 절감, '연합학습' 기반 33개 제약사 협업도

2025-02-26     김예지 기자
(사진:픽셀스)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제약업계가 최근엔 AI신약 개발로 승부를 가릴 전망이다. 유한양행은 AI 신약 개발 전문 기업 아이젠사이언스와 협력해 항암 신약의 작용 방식을 규명하고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AI 기술을 접목해 효율적인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LG화학은 AI를 기반으로 의약품 제조 혁신을 추진하며, AI 품질 관리 시스템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AI 기술은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맞춤형 치료와 제조 공정 최적화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AI는 이제 신약 개발의 시간 단축과 비용 절감을 가능하게 하면서 제약업계 경쟁의 관건이 되고 있다.

AI 신약 개발, '시간과 비용 획기적 절감'

기존의 신약 개발 과정은 후보 물질 발굴, 실험, 임상 시험 등을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시간과 자원이 소모된다. 그러나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신약 후보 물질을 빠르게 발굴하고, 임상 시험 설계를 최적화하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AI는 유전자, 단백질, 화합물의 상호작용을 분석하여 신약 후보 물질을 선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임상 시험의 효율성을 높이며 비용 절감에 기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I 기반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통해 신약 후보 물질 발굴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대량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하여 최적의 후보를 선별하고, 시간 지연을 최소화하며 정확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바이오 의약품 생산에 있어 AI는 변수를 예측하고 조정하여 생산 품질과 효율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둘째, 맞춤형 항암 치료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치료 중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존의 신약 개발이 평균적인 환자를 대상으로 했던 것과 달리, AI는 환자의 유전체 정보와 생활 습관 등을 분석하여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암 치료와 유전자 치료에서 강력한 가능성을 보인다.

유한양행은 AI 기술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항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AI는 환자의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치료법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치료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AI 기반의 맞춤형 치료법은 치료의 효과를 크게 향상시킨다.

이 외에도 제조 공정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최적의 조건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제품의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미국 일라이 릴리(Eli Lilly)는 AI 기반의 품질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여, 제조 공정에서의 불량률을 크게 줄였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도 AI를 활용한 생산 공정 자동화를 통해, 의약품의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바이오협회가 진행한 바이오산업 현황 및 전망 세미나에서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한국바이오협회)

연합 학습으로 신약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국내에서는 AI 기반 신약 개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시도로 '연합 학습(Federated Learning)' 모델이 도입되고 있다. 연합 학습은 중앙 서버에 데이터를 전송하지 않고 각 기관에서 독립적으로 데이터를 학습하여 모델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면서, 다양한 기관들이 협력해 공동으로 AI 모델을 학습할 수 있게 돕는다.

‘K-MELLODDY’ 사업은 국내형 연합 학습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열린 '2025 제약바이오포럼'에서 김화종 K-MELLODDY 사업단장이 소개한 이 사업은 33개의 제약사, 연구소, 병원, 대학 등이 협력하는 프로젝트로, 데이터 활용을 가속화하고 AI 신약 개발을 선도하며 신뢰 기반의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요 참여 기업으로 SK바이오팜, 유한양행 등이 있으며, 이 사업은 글로벌 수준의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AI 기반 신약 개발의 디지털 전환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 산업의 디지털 전환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141억 7,000만 달러(한화 약 20조 원)로 추산되며, 2032년에는 약 632억 9,000만 달러(한화 약 9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AI를 포함한 첨단 제조 기술이 핵심적인 성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미 지역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중국, 일본, 인도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역시 AI 기반 신약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연구 개발(R&D)과 디지털 기술 도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AI를 적극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더 많은 혁신적인 기술들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