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엔비디아....'AI칩 독립 전쟁' 성공할까
엔비디아 AI칩 독점적 공급자, 빅테크 기업들 공급난, 가격 부담 오픈AI·메타·아마존 자체 AI칩 개발 나서, 구글도 자체 TPU 개발 "자체 AI칩 확보, 비용절감 넘어 AI 생태계 주도권이 진짜 목표"
[애플경제 정한빈 기자] 빅테크들을 중심으로 '脫 엔비디아'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AI 모델의 훈련과 추론에 필요한 핵심 기술인 GPU(그래픽 처리 장치)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무려 80%에 달하며 최신 GPU는 날로 가격이 치솟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AI칩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늘 재고가 부족하고, 공급난이 이어지는데다, 갈수록 천정부지로 가격이 올라서 생성AI 모델 개발 비용도 천문학적 규모로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RTX40시리즈도 한화 5천만원을 상회하며, 최신 제품인 RTX5090의 경우 일부 지역에선 한화 1억원에 가깝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 특히 수십만 개의 칩을 구매해야 하는 빅테크 기업들에겐 막대한 재정적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에 특히 AI 추론과 강화학습 등에 목을 매고 있는 빅테크들은 아예 차제 칩을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AI 생태계의 패권에 큰 변화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오픈AI, 메타, 아마존과 같은 AI 선도 기업들은 엔비디아 칩을 대체할 자체 칩 개발에 나섰지만 그 이유는 단순히 비용 절감을 넘어선다. 자체 AI칩 확보는 기업의 미래 AI 전략을 스스로 통제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체 AI칩 개발, 한국 칩설계 스타트업 인수 등
오픈AI는 자체 AI칩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챗GPT로 유명한 오픈AI는 수개월 내 첫 번째 AI칩 설계를 완료하고 대만 TSMC를 통해 생산을 의뢰할 예정이다. 오픈AI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칩을 인프라 내에서 테스트하며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첫 시도에서 완벽한 성능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 엔비디아 칩과 병행 사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한국의 AI칩 설계사 퓨리오사AI를 인수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메타는 최근 자체 AI 칩 'MTIA'를 개발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능으로 AI칩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따라서 AI 추론 및 학습에 최적화된 ‘워보이’와 ‘레니게이드’ 같은 칩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퓨리오사 AI를 인수해 자체 AI칩 개발에 속력을 낼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서비스 강자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자체 설계한 트레이니움(Trainium)칩을 통해 AI 훈련과 추론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아마존과 아마존웹서비스는 각각 생성형 AI '노바'를 출시하고 AI 칩 '트레이니움3'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자체 칩 확보가 클라우드 AI 서비스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전략"이라고 밝혔다.
구글도 이같은 '脫 엔비디아' 전선의 맨 앞에 서있다. 구글은 지난달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이를 위한 신기술인 텐서처리장치(TPU)인 '트릴리움'을 소개한 바 있다. 이는 AI 신경망의 연산 요구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설계된 AI칩이다.
구글은 당시 "트릴리움은 시중 제품 가운데 가장 강력한 TPU이며, 칩 한개당 최대 컴퓨팅 성능이 4.7배 향상되었다"면서 "날로 복잡하고 방대한 규모로 팽창하는 AI프로세싱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아성 깨는데 오랜 시간 걸려" 전망도
구글은 또 시장조시가관 옴디아를 인용, "구글 TPU 수요가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해들어가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시장 장악력이 여전히 막강하지만, 구글 TPU도 급속하게 시장을 대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빅테크들로선 'AI칩 독립'이 단순히 비용 절감이나 엔비디아와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가트너도 일찍이 이같은 빅테크의 움직임을 예고하면서 "자체 칩을 확보하려는 진짜 이유는 AI 생태계 주도권을 스스로 통제하려는 데 있다"며 엔비디아 의존에서 벗어나 자체 칩을 확보하는 기업은 독립적인 기술을 구축함으로써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자체 AI칩을 개발하는 데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며 엔비디아와 같은 성능과 신뢰성을 확보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당분간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는 유지되겠지만 빅테크의 움직임은 분명히 AI칩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