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오픈AI 인수’ 제안, 그 뒤의 ‘복잡한 셈법’
앨트먼 단칼에 ‘거절’ 불구, 영리법인 전환 앞둔 쟁탈전과 ‘수 싸움’ 머스크, 비영리 자산가치 올린 후 ‘투자자들’ 통해 매각 압박도 가능 향후 영리법인 지분 겨냥, 일각선 “가격조건 따라 이사회, 수용할 것” 머스크, 최근 오픈AI 상승세도 주목, “결과 따라 지구촌 기술산업 지형 변경”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일론 머스크가 마치 농담처럼 들리는 오픈AI 인수 제안을 하고, 이에 새 앨트먼이 맞받아 치며 거절한 것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실리콘밸리와 AI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또 다른 ‘수 싸움’이라는게 분석가들의 시각이다. 이는 그 결말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향후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지구촌 기술산업의 지형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11일 머스크는 투자자 컨소시엄을 통해 “오픈AI를 974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전격 제안했다. 이에 샘 앨트먼은 짐짓 “말은 고맙다”고 비아냥거리며 거꾸로 “X를 (머스크 제안 금액의 10분의1인) 97억4천만달러에 인수하고 싶다”고 X를 통해 응수했다. 지난 2~3년 간 두 사람 간에 쌓여온 해묵은 감정의 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저 ‘던져보는’ 정도 아니라, 치밀한 계산과 복선?
그러나 이번 일은 단순한 감정 싸움 이상의 복잡한 계산이 깔려있는 ‘고도의 비즈니스’라는 해석도 나온다. 챗GPT로 세상을 뒤흔들었던 오픈AI는 애초 머스크 등도 참여했던 비영리단체다. 그러나 머스크는 3년 전 이탈하고, 그 후로도 오픈AI는 챗GPT 개발 등으로 순조로운 성장을 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샘 앨트먼 등 경영진은 오픈AI를 영리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작업과 함께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섰다.
회사가 영리 기업으로 전환할 경우 기왕의 비영리단체 투자자에 대한 지분도 새롭게 재구성하고, 자산 가치도 새롭게 매겨지며 급상승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가 약 250억달러(오픈AI 벤처 ‘스타게이트’ 포함 45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도 미리 영업 법인의 지분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런 상황에서 머스크가 갑자기 ‘974억 달러 인수’ 제안을 하고 나선 것이다.
머스크의 제안은 그런 점에서 “그저 던져보는” 정도가 아니라, 치밀한 계산과 복선을 깔고 있는 행동이다. 향후 영리법인 전환이 이뤄지면, 무엇보다 기존 비영리 단체의 자산을 재평가, 보상해야 하는게 먼저다. 이미 샘 앨트먼과 오픈AI 경영진은 지난 수개월 동안 투자자들과 협력, 현재 법인을 통제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에 공정하게 보상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회사를 분사하고 AI 부문을 중심으로 영리법인으로 만들기 위한 필수적 절차다.
이 시점에 던져진 머스크의 ‘974억 달러’ 제안은 투자자 컨소시엄들이 오픈AI 이사회에게 비영리 단체의 가치를 재평가하도록 요청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즉 비영리 단체가 공정하게 보상받고 영리법인의 지분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비영리 단체의 가치가 높을수록, 영리법인 전환 후 해당 법인에서 지분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머스크, 잘만 되면 새 영리법인의 주인?
머스크는 바로 이 점을 노렸다는 해석이다. 비영리 단체에 대한 파격적 거래 제안을 통해 이 단체의 ‘몸값’을 부풀리는게 목적이다. 그런 다음 만약 인수가 성공할 경우 새로운 영리법인 오픈AI의 큰 지분을 확보하고, 잘 하면 대주주로서 ‘주인’ 노릇을 할 수도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물론 현재로선 앨트먼이 단칼에 그의 제안을 거절함으로써 무산될 것처럼 보인다.
다만 이같은 머스크의 제안은 앨트먼이 수락 여부와는 관계없이 향후 비영리단체 자산 가치를 크게 끌어올려 결국 오픈AI의 영업법인 전환을 위한 기회비용을 크게 높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따른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사회가 (머스크의) 제안을 단번에 기각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도 한다. 뉴욕 대학교 ‘비영리법’ 전문가인 하비 데일 교수는 “만약 머스크의 가격이 공정하다고 판단되고, 현재의 오픈AI 비영리 단체가 결정을 내릴 권한이 있다면 매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밝혔다.
더욱이 이번 머스크의 제안은 향후 영리법인을 겨냥한 투자자들 간의 ‘지분 싸움’을 부추길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도 오픈AI는 최대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가 다른 투자자, 후원자, 그리고 사내 직원들에 견줘 향후 영리법인에서 얼마나 많은 지분을 얻어야 하는지를 두고 지리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또한 샘 앨트먼은 최대 400억 달러의 신규 자본을 모금하려고 한다. 해당 라운드에 참여한 투자자들 역시 오픈AI가 영리 단체가 될 때 당연히 합당한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런 모든 당사자들을 만족시키는 문제는 머스크의 제안을 계기로 한층 복잡해졌다”면서 “특히 머스크의 ‘도박’으로 비영리 단체의 ‘몸값’이 올라가고, (비영리 단체 투자자들) 할당될 지분이 늘어나면 훨씬 더 상황은 어려워진다”고 전망했다.
그 뿐 아니다. 머스크는 또 다른 속셈도 있다. 일본 대기업 소프트뱅크가 오픈AI에 최대 250억 달러를 투자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도 그가 행동에 나선 이유 중 하나다. 향후 영업법인의 지분을 고려한 선제적 움직임일 수도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급박하게 오픈AI에게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 점도 머스크로선 방관할 수 없는 상황이란 분석이다.
트럼프 취임 후 오픈AI ‘장밋빛 비전’ 연속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다음 날 오픈AI는 자매 벤처기업인 ‘스타게이트’를 통해 미국 내에 대형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스타게이트에 약 140억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실리콘밸리의 유망한 벤처기업 중 다수가 오픈AI와, 머스크의 xAI에 투자하거나, 아예 두 곳 모두 투자하기도 했다. 또한 월스트리트 저널 소유주인 ‘News Corp’ 역시 저작권 시비를 종식하기 위해 오픈AI와 ‘콘텐츠 라이선싱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런 오픈AI의 ‘장밋빛’ 전망도 머스크로 하여금 ‘욕심’을 내게 한 이유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결코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의 제스처가 아니란 해석이다.
그런 가운데 앨트먼은 11일 X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머스크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는 사내 메시지에서 “우리의 경영 구조는 어떤 개인도 오픈AI를 통제할 수 없도록 보장하고 있다”면서 “(머스크의 제안은) 회사가 큰 발전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를 약화시키려는 전술”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앨트먼은 12일 ‘파리 AI 정상회담’에도 참석, “머스크가 회사의 발전을 방해하려 한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그는 또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아마도 우리의 (발전) 속도를 늦추려고 할 뿐, 분명히 우리의 경쟁자”라면서 “특히 오로지 더 나은 제품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 좋겠지만, 그 보단 온갖 전략과 술수, 수많은 소송, 온갖 ‘미친 짓’을 벌여왔고, 지금와선 이런 말도 안되는 제안을 하고 나섰다”고 공격했다.
오픈AI 이사회 의장인 브렛 테일러도 머스크의 제안을 일축했다. 그는 11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CIO 네트워크 서밋’에서 “오픈AI는 ‘매물로’ 나오지 않는다”면서 머스크를 저격했다. 그러면서 “이사회의 임무는 우리의 사명에 무엇이 이로운지를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이것(머스크의 제안)은 대체로 (회사 발전에) 방해가 될 것이고 이사회는 계속해서 사명(mission)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앨트먼, 머스크 제안 일축 불구, 결과 예단 못해”
앞서 머스크와 앨트먼은 오랜 불화를 겪어왔다. 두 사람은 2015년 오픈AI의 공동 창립자였지만 머스크가 3년 후에 떠났다. 당시 “위험성을 외면하고 지나치게 AI개발에 속도를 낸다”는게 머스크가 외부에 공개한 결별 이유였다. 그 후 2022년 챗GPT의 성공적인 출시로 오픈AI가 더욱 수익을 내며 승승장구하자, 머스크는 “앨트먼이 원래 약속했던 자선사업의 사명을 포기했다”고 비난하며 소송을 제기하고, xAI라는 경쟁 스타트업도 만들었다.
그러나 오픈AI는 이같은 머스크의 주장을 부인하며, “머스크가 이전에 오픈AI를 영리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본인도 지지했지만, (지분과 경영권을) 통제할 수 없어 물러났다”면서 이를 보여주는 문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머스크의 전격 인수 제안으로 불거진 양자 간의 갈등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가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선 실리콘밸리와 기술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