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휴먼’ AGI…과연 그 능력은 어느 정도?
글로벌 전문가들 다양한 정의, “모든 성인 능력 초월”은 공통 홀로 조직 업무 총괄, 어떤 인재나 노벨상 수상자보다 더 똑똑해 스스로 컴퓨팅 제어, 인간의 100배 속도, 수많은 멀티 작업도 다른 AI 또는 인간과 협업, 특정 작업용 ‘조수’ 거느리기도
[애플경제 이지향 기자] 글로벌 AI기술은 궁극적으로 인간 수준을 뛰어넘는 최첨단 AGI(일반인공지능)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AGI의 ‘최첨단’ 기능은 과연 어떤 수준의 지능과 능력, 특성을 지닌 인공지능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이나 AI개발 주체마다 약간은 다르지만, 대략 4~5가지 측면에선 비슷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수 목적이 아닌 범용의 광범위한 용도, 그리고 인간 수준을 뛰어넘는 추론이나 판단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뛰어난 연산 능력뿐 아니라, 쓸모있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얼마나 생성할 수 있느냐에도 초점을 두고 있다.
전문가마다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AGI의 다양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오픈AI, 구글 딥마인드, 앤트로픽 등이 대표적이며, 일부 국내 연구기관들도 이런 개념 정리에 나서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 ‘6단계 중 최고 단계가 AGI’
구글 딥마인드는 AI 발전 단계를 레벨0~레벨5까지 6단계로 나누며, “챗GPT나 라마, 클로드.ai 등 현 시대의 가장 뛰어난 AI모델들조차도 1단계에 머무르고 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레벨5’, 즉 슈퍼휴먼 수준의 능력으로 특수용도나 목적을 뛰어넘어 범용에 적용될 수 있는 AI가 AGI라고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레벨0은 AI라고 할 수 없는 경우다. 이에 비해 레벨1은 숙련되지 않은 보통의 성인 수준으로 현재의 등 챗GPT, 바드, 리마3 등이 이에 해당한다. 레벨 2는 유능하며 숙련된 성인 중 상위 50% 이상에 드는 수준이다. 특수목적으로 이미 시리ㆍ알렉사ㆍ구글어시스턴트 등에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범용의 목적으로 사용된 사례는 없다.
레벨 3은 전문가(Expert) 수준이다. 숙련된 성인의 상위 10%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며, 현재도 특수 분야의 용도로 그래머리ㆍ달리2 등이 있긴 하다. 그러나 범용은 아직 없다. 레벨 4는 거의 ‘거장’(Virtuosos)수준으로 숙련된 성인의 상위 1%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다. 특수목적으로 쓰인 딥블루나 알파고가 그런 경우다. 그러나 이 수준의 범용AI는 없다.
마지막 레벨 5는 그야말로 ‘슈퍼휴먼’(Superhuman)이다. 이는 모든 성인의 능력을 초월한, 진정한 AGI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특수목적으로 쓰인 경우는 알파폴드ㆍ알파제로ㆍ스톡피시 등이 있다. 그러나 이 수준의 범용AI, 즉 AGI는 아직 요원하다.
딥마인드는 “다만 2024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알파폴드’, 알파고의 후속 버전인 ‘알파제로’ 등은 특수 목적을 위한 분야에서 5단계에 해당하는 AI모델”이라고 덧붙였다.
앤트로픽 “LLM과 아키텍처나 훈련방식 다른 상호작용 모델”
고성능 ‘클로드 3.5-Sonnet’를 개발한 엔트로픽은 AGI의 구체적 특성과 능력을 몇 가지로 구분,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AGI에 대해서 “현재 LLM과 비슷한 형태이긴 하지만, 아키텍처나 훈련방식이 다른 상호작용 모델”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AGI는 노벨상 수상자보다 더 똑똑하고 강력한 지능을 갖는다. 어떤 유능한 인재보다 뛰어난 AI 에이전트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스스로 계획을 짜고 질문하며, 실행한다.
마치 인간 개발자나 사용자처럼 스스로 컴퓨터를 활용하거나, 이를 통해 다른 도구나 로봇, 장비 등을 제어하기도 한다. 또한 인간에 비해 10배에서 최대 100배의 속도로 정보를 흡수하고 작동할 수 있다. 다만 “물리적 세계나 상호 작용하는 소프트웨어의 응답 시간에 의해 속도나 성능이 제한될 수는 있다”고 했다.
이는 또 단일 시스템이 아니라, 수백만 개의 복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있다. 이에 여러 관련 없는 작업을 (멀티로) 따로 수행할 수도 있고, 필요한 경우 인간처럼 협업할 수도 있다. 또한 특정 작업에 특히 뛰어나도록 조정된 ‘하위 집단’ 즉 ‘조수’도 둘 수 있다. “그야말로 인간 천재를 능가하는 ‘기계 인간’”이란 설명이다.
오픈AI “‘AI 5단계’ 중 마지막 단계”
오픈AI가 AGI를 규정하기 위해 구분한 ‘AI 5단계’ 역시 눈길을 끈다. 지난해 7월 오픈AI는 자체적으로 AI의 능력에 대한 5단계를 제시, 그 중 마지막 단계인 AGI를 정의했다. 이는 앞서 구글 딥마인드 분류와는 달리 ‘0’ 단계는 생략했다.
이에 따르면 마지막 5단계가 AGI다. 또한 최신모델인 챗GPT 4-o1을 2단계 ‘직전’으로 구분했다. 그렇다면 지난 주 오픈AI가 챗GPT 4-o1에 이어, 중국 ‘딥시크’에 대항해 급히 출시한 ‘o3-미니’는 이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o3-미니’ 초·중·고 3단계 중 ‘고’ 수준 기술은 충분히 2단계에 해당할 수도 있다.
오픈AI 분류에 의하면 레벨 1은 인간과 대화형 언어로 상호작용이 가능한 챗봇이다. 레벨 2는 ‘추론자’(Reasoners)다. 즉 박사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처럼 고도의 추론이 가능한 단계다. 오픈AI는 “이 단계부터 AI는 기본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설명한다.
레벨 3는 ‘에이전트(Agents)’ 단계다. 이는 인간 대신 며칠간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의 AI다. 고도의 자율성과 지속성을 가진다. 레벨 4는 혁신자(Innovators)다.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혁신을 도울 수 있는 수준이다. AI가 스스로 창의적 문제를 해결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성할 수 있는 단계다.
오픈AI는 레벨 5를 ‘조직(Organizations)’으로 특징짓고, 이를 AGI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홀로 조직 단위 업무를 총괄 수행할 수 있는 광범위한 능력을 가진 AI 단계”라며 “인간의 개입 없이 조직 전체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국내 전문가 “메타인지, 자율성, 쓸모있는 기능과 잠재력”
국내 전문가들도 대체로 이와 비슷한 시각이 많다. 이장원 럽디(주) CTO는 최근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을 통해 공개한 연구 보고서에서 특히 이같은 국제적인 AGI 개념 정의 중 공통점을 다시 요약해 눈길을 끈다.
그는 “이들 글로벌 전문가들이 제시한 기준은 각기 다르지만, 그런 상이한 기준들 사이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이는 관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이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AGI에 대해서 프로세스보단, 그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분야 특화된 AI는 이미 상용화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모든 용도에 두루 쓰일 수 있는 성능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기계 스스로 인간처럼 추론하는 능력인 ‘메타인지’도 AGI의 필수 조건으로 보고 있다. 그래야만 “AGI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자율성’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또한 당장의 경제적 가치보단, 범용의 잠재적 능력에 방점을 찍고 있다. 특히 “수많은 연산능력이나 추상적인 테스트보다 구체적으로 실제 쓸모 있는 일에 바로 쓸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