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전쟁’, 반도체 시장에도 관세폭탄?

대만 TSMC산 칩에 고율관세 예측, 엔비디아 등 관련기업 직격타 트럼프&젠슨 황 면담 불구 “계획 강행”, 전자·전기제품 등 소비자에 전가 트럼프 “관세 물기 싫으면, 미국 내에 공장 지어야” 이전 압박

2025-02-03     이지향 기자
엔비디아의 최신 RTX5090 이미지. (출처=엔비디아)

[애플경제 이지향 기자] 트럼프가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면서 특히 미국이 주로 수입하는 AI반도체와 칩의 가격에도 고율의 관세가 매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AI 산업을 주도하는 미국의 관련 제품에도 반영되어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을 안길 것이란 우려다.

특히 엔비디아 칩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는 대만 TSMC에 대해서도 무거운 관세를 물릴 것으로 예상되어 주목된다. 그렇게 되면 국제 GPU와 관련 제품의 소비자 가격이 엄청나게 치솟을 수도 ​​있다. 트럼프는 앞서 “대만에서 만든 TSMC 칩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엔비디아나 TSMC 등에게 미국 내에 생산시설과 기지를 둘 것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이에 지난 31일 트럼프 대통령과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회동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날 오후 트럼프는 대만 TSMC의 칩을 사용, 그래픽 카드와 AI 칩을 만드는 엔비디아 측과 공식적인 회동을 가졌다.

회동에 앞서 주변에선 TSMC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이 다소 변경될 수도 있다는 엔비디아측의 기대도 뒤따랐다. 나아가선 TSMC 등 대만산 칩을 포함한 외국산 칩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계획 자체가 수정될 것이란 예측도 있었다.

그러나 회동 결과는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날 외신에 의하면 오히려 트럼프는 회동 직후 새로운 행정 명령에 서명하면서 “우리는 칩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고, 석유와 가스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오는 2월 18일경에 관세 부과가 시행될 것 같다”고 공표했다.

트럼프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말할 수 없다. 다만 좋은 (대화가 오간) 회의였다.”고만 했다. 그러면서도 “외국산 반도체와, 칩과 관련된 모든 것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기자들 앞에서 기존 계획을 반복했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2월 1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는 기자들과 대화하면서 “이들 세 나라가 관세를 미리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젠슨 황과의 회동에도 불구하고, 수입 반도체 칩에 대한 무거운 관세 부과 계획을 바로 공표한 것은 이런 분위기의 연장이다. 다만 그는 “캐나다 원유에 대한 관세를 10%로 낮출 계획”이라고 일부 수정했다.

그의 언급대로 칩에 대해 무거운 관세가 부과되면, 결국은 TSMC나 엔비디아, 퀄컴, AMD 등 제조업체들은 추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 가격이 인상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이들 제조업체들의 미국 내 이전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도 중국과 멕시코엔 애플, 엔비디아, 소니, LG, 삼성을 포함한 주요 글로벌 공급업체들의 공장들이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은 이제 베트남과 인도 등 미국의 대중 관세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다른 국가로 제조 시설을 이전하고 있다.

“만약 칩에 대한 무거운 관세가 부과되면 소비자 가격이 크게 인상될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는 “결코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고, 단지 성공적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이해할 것”이라고 이해하기 힘든 답변을 덧붙였다.

이미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관세로 인해 많은 관련제품들의 가격이 오르거나, 수요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반도체 칩이 필수인 PC, 스마트폰, 콘솔에 대한 수요가 50% 이상 감소할 위험이 있고, 노트북과 태블릿 가격은 46%~68%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이같은 관세 정책을 통해 결국은 주요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도록 하는게 목표다. 예를 들어 반도체 공장을 짓는 데 수년이 걸리고 수십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수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는 얘기다.

이미 애플, AMD, 엔비디아, 퀄컴, 인텔 등은 애리조나에 새로운 공장을 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대만 TSMC에서 칩을 공급받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엔비디아, AMD,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이미 트럼프의 관세에 나름대로 대비책을 마련해왔다. 그래서 무거운 관세가 부과되면, 이들 기업은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엑시오스’는 이에 대해 “무역 전쟁에 돌입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라며 “그 비용은 일반 소비자, 특히 기술 시장의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개선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선 상황이 엉망이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