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실리콘밸리, 트럼프 취임식 앞두고 ‘추파’ 공세

머스크의 ‘독주’에 초조감, 팀 쿡, 저커버그 등 거액 기부 오픈AI, 아마존 등도 기부 경쟁,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 유착?’ 실리콘밸리 기업들 머스크 벤치마킹, ‘트럼프와 관계 회복’ 안간힘

2025-01-07     전윤미 기자
실리콘밸리 전경. (사진=테크크런치)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취임일이 가까워오면서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들도 거액의 기부금을 내는 등 ‘줄서기’에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경유착을 시도한다는 비판의 소지도 크지만, 이들 애플과 메타 등 주요 기업들은 이에 아랑곳않는 분위기다. 미국 민주주의에 균열을 일으켰다는 트럼프에 대한 평가와도 맞물리는 풍경이다.

이는 일론 머스크의 독보적인 행태가 큰 영향을 끼친다는 해석도 있다. 머스크는 트럼프 선거 운동때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내는가 하면, 유세 현장에서 직접 트럼프와 손을 잡으며 분위기를 유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 후엔 마침내 ‘정부효율성부’라는 애매한 명칭의 부서 책임자로 낙점되었다.

트럼프 행정부 실세 등극 ‘머스크’에 대한 견제?

정확히 그 업무가 공표된 적은 없지만, 이름 그대로라면 정부의 효율성을 위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모든 정부 부처와 기관을 ‘효율성’ 관리란 명분으로 통제, 간섭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무리는 아니다. 심지어는 ‘트럼프 행정부의 2인자’란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머스크는 이에 마치 ‘날개’를 단 듯이, 트럼프 행정부의 IT산업이나 AI진흥과 관련된 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처럼 위세를 부리고 있다. 최근엔 유럽에까지 날아가 영국의 우파세력에 힘을 보태는 등 본격적인 ‘정치인’의 행각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머스크의 행보를 지켜본 실리콘밸리는 내심 못마땅하면서도, 초조한 마음이 들 수 밖에 없다. 이에 너도나도 트럼프에 ‘추파’를 던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도 애플 CEO 팀 쿡이 도널드 트럼프의 취임식용 기금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시사매체 ‘엑시오스’를 통해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또 다시 실리콘밸리의 분위기가 출렁거렸다.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 (사진=엑시오스)

이미 앞서도 트럼프 진영에 소정의 기부를 해오며 팀 쿡은 親트럼프 인사로 꼽히고 있다. 그는 이미 트럼프의 마라라고(Mar-a-Lago)에서 열린 저녁 식사를 겸한 수많은 만남을 가져왔다. 이번 기부는 그간 “트럼프와 쿡 간의 오랜 협력 관계의 정점”을 보인 것이란 평가다.

물론 쿡만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난달, 이미 메타도 트럼프의 취임 기금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는 회사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그간 서먹서먹했던 트럼프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읽히고 있다. 앞서 트럼프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하며 묵인했던 의사당 난입 사태 직후 메타는 ‘페북’을 비롯한 자사의 소셜미디어에서 그의 계정을 차단하기도 했다. 이번엔 그런 악연을 해소하고, 새삼 호의를 표시한 것이다.

그러나 저커버그와는 달리 쿡은 회사와는 별개로 자신의 사비를 기부한 것이므로 성격이 다르다. 메타는 공식적으로는 회사 자금에서 나온 것이므로 그것과는 또 다르다.

빅테이크들의 소셜미디어 앱 이미지. (사진=매셔블)

샘 앨트먼, 아마존 등도 취임식 기금 서둘러 기부

이들 뿐 아니다. 오픈AI의 CEO 샘 앨트먼도 부랴부랴 100만 달러를 기부했고,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여지껏 그 어떤 행정부보다 실리콘밸리가 권력에 줄을 서는 풍경이다. 다만 ㄱ업들이 대통령 취임식 기금에 기부하는 것은 미국에선 흔한 일이다. 올해도 다른 많은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기부 행렬에 줄을 서고 있다. 골드만 삭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 AT&T, 암호화폐 회사인 크라켄과 코인베이스 등도 이에 합류하고 있다.

트럼프의 지난 1기 행정부 당시의 취임식 역시 역사상 가장 비용이 많이 든 행사로 알려지고 있다. 취임식을 위한 준비위원회는 무려 1억 700만 달러를 모금했다. 이에 비해 오바마의 2013년 취임식은 약 4,300만 달러를 모금했고, 2009년 취임식은 5,500만 달러를 모금했다.

트럼프의 지난 2016년 취임식에 가장 많은 돈을 쓴 회사로는 록히드 마틴과 보잉, 뱅크 오브 아메리카, JP모건 체이스, 다우 케미컬, 화이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었다. 가장 큰 기부자는 AT&TdT로 무려 2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번에도 MS, 구글 등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이들 기업은 앞다퉈 기부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머스크는 물론, 쿡 역시 대부분의 실리콘밸리 기업들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에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이다. ‘뉴욕타임스’는 “애플 티 쿡은 이미 트럼프 1기에도 ‘대통령과 따뜻한 관계’를 누렸으며, 다른 경쟁자보다 대통령과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보도했다.

실리콘밸리 풍경. (사진=셔터스톡)

물론 대통령 취임식 기부는 행정부의 호의를 얻기 위한 노력이다. 실제 대통령 취임식은 공적 자금으로 진행되지만, 그 첫 의식 이후에 열리는 축하 행사의 대부분은 개인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그런 이유로 다양한 사람과 조직이 대통령 취임 위원회에 기부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대부분의 경우 가장 큰 목돈은 주로 기업, 로비스트, 정치 행동 위원회에서 나온다.

이에 NYT는 “사적 자금은 정치에서 완전히 제거되어야 한다. 공적 자금만이 정치에서 유일한 자금이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미 정계의 그런 사적 정치자금 풍토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론 머스크, 팀 쿡, 마크 저커버그 등 실리콘밸리도 이런 추세에 합류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