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대표적인 ‘실패작’들…비전 프로, 레빗 ‘R1’ 등
델 XPS 노트북, 에어팟4, MSI 클로, 로토 VR 체어 등도 꼽혀 “애초 취지와 달리, 기능, 편의성, 가격 등 소비자 호응 실패”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2024년 한해가 저물면서 지난 1년 간 명멸했던 기술과 제품들에 대한 해외 기술매체들의 다양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더 버지, 엔가젯, 기즈모도 등 유력한 기술매체들이 이른바 ‘대표적인 실패작’들을 꼽고 있어 역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그같은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는 그런 누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이들 기술매체들을 종합해보면 가장 공통적으로 꼽는 실패작들은 애플 비전 프로, 레빗의 웨어러블 AI기기 ‘R1’, 메타 레입 밴, 델 노트북 XPS 라인업 등이다.
애플 비전 프로
애플로선 금년에 가장 뼈아픈 대목이 ‘애플 비전 프로’의 판매 부진이다. 이는 일단 기술적으론 매우 진보된 VR 헤드셋이다. 최첨단의 디스플레이를 갖추고 있어 영화를 보거나 새로운 공간적 콘텐츠를 경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로 금속과 유리 전면 플레이트로 되어있어 또 다른 스트랩이나 머리 받침대 없이는 사용하기 불편하기 짝이 없다.
특히 주머니에 파워뱅크를 넣으면 엄청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빠른 공간 작업 세션에선 더욱 그런 불편함이 커진다. 무엇보다 가장 큰 단점은 외부 센서를 완벽하게 활용하는 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500달러의 비싼 가격이어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할 수 밖에 없었다.
Rabbit R1
‘R1’이 올해 초에 발표되었을 때 반응은 엄청났다. 예쁜 오렌지색과 사각형의 웨어러블 AI기기인 ‘R1’은 ‘걸어다니는 생성 AI’로서 만능의 기기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정작 이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가장 기본적인 AI 작업조차 해내기 힘들었다”며 불만이 쏟아졌다. 이미지 인식이 번번이 오류를 빚어 과연 카메라가 있는지조차 의심이 들 정도였다. 또한 “하루 종일”이라고 장담했던 배터리는 몇 시간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결국 출시 이후 레빗은 ‘R1’에 대한 정기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고있지만, 결코 성공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메타 레이-밴
일종의 스마트 안경은 메타의 레이 밴(Ray-Bans)은 처음 나왔을 때 그야말로 스타일리시할 뿐만 아니라 고품질의 영상과 사진을 촬영할 수도 있어 대환영이었다. 또한 휴대전화를 손에 들지 않더라도, 음악을 듣거나 메시지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AI 기능이 결국 문제가 되었다. 질문이나 요청에 부정확하거나 관련성 없는 답변을 제공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이는 더욱이 잘못된 답변임에도 제 나름의 엉뚱한 확신을 갖고 있어 더 문제였다. 이에 메타는 최근 라이브 번역 기능을 추가하긴 했다. 그러나 이 여시 화자가 빠르게 다른 언어로 말할 때는 번역이 불가능하다.
델 노트북 XPS
올해의 Dell이 출시한 델 XPS 노트북 라인업은 13인치, 14인치 또는 16인치이든 훌륭한 라인업으로 기대를 모았다. 얇지만 견고한 프레임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놀라울 정도로 조용했다. 또 여러 모델에 모두 밝고 생생한 OLED 디스플레이가 장착되었다.
그러나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불이 들어오는 ‘터치 감응 기능 행’이다. 보이지 않는 트랙패드도 낯설었고, 노트북이 꺼지면 사라지는 ESC 키도 사용자들로선 적응이 안되거나 이해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터치 감응 키’는 직사광선에 희미해지면서 밝기나 볼륨 조절과 같은 필수적인 제어 기능을 찾는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소니 브라비아 시어터 U
넥 스피커, 즉 목에 걸고 다니는 폰은 처음엔 신선했다. 소니가 내놓은 브라비아 시어터 U는 기존 헤드폰에 대한 틈새 상품으로 주목받았다. 목에 걸고 다니면서 주변에 들리지 않게 청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적절하게 제한된 조건에서만 소리가 훌륭하다는 점이 문제다. 즉, 제대로 소리를 들으려면 동상처럼 완벽하게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어야 한다. 이는 사람들이 흔히 자연스럽고 편안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현실을 감안하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 제품 가격인 300달러면 아예 다른 소음 차단 헤드폰을 낀채 편안하게 TV를 보는 것이 낫다는 평가다. 결국 이는 실패작일 수 밖에 없다.
ANC가 있는 에어팟4
능동 소음 제거(ANC) 기능이 있는 에어팟4도 결국 실패작 신세가 되었다. 이는 처음엔 획기적인 제품으로 보였지만, 배터리 수명이 짧고 착용감이 불편해 이전 버전 에어팟보다 더 못하다는 평가다. ANC를 추가한 것은 환영할 만 하지만, 경적과 사이렌이 끊이지 않는 도시 소음을 차단하는 데는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애플 생태계에 충실한 사용자들에겐 차라리 에어팟 Pro 2가 낫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MSI Claw
MSI Claw도 뛰어난 핸드헬드가 즐비한 시장에서 처음 기대와는 달리 루저가 된 제품이다. 디자인은 에이수스 ‘ROG Ally’를 연상시켰지만, 인체공학적으로 어색하고, 어깨 버튼은 마치 스펀지 같다는 반응이다. 여러 차례 업데이트를 거듭했지만 ‘Z1 Extreme’으로 구동되는 AMD 핸드헬드와 같은 제품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더욱이 800달러라는 가격도 소비자들에겐 부담이 되었다. 표가 제공하는 것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것입니다.
Roto VR Explorer Chair
역시 800달러짜리 Roto VR Explorer 의자는 컨셉트는 훌륭하지만, 이를 실행할 만한 기능 부실로 망가진 사례다. 이는 머리를 돌리는 방향으로 회전하도록 설계된 VR 게임 의자다. 이론적으로는 몰입감 있고 신날 것 같지만, 실제론 끊임없이 멈추고 시작하는 서투른 카니발 놀이기구를 연상케한다. 가장 큰 단점은 머리를 돌리는 것보다 더 역동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게임에서는 성능이 따라잡지 못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