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자신들만의 ‘인터넷 영토’ 구축

강력한 인터넷 차단 정책, ‘인터넷 주권’ 명분으로 엄격한 검열 일반화 VPN도 무력화, 인터넷 트래픽 검사, 필터링, 승인된 콘텐츠만 허용 클라우드플레어 암호화, 로컬 웹사이트 차단. 트래픽 재라우팅

2024-12-15     김예지 기자
러시아는 강력한 인터넷 검열을 위한 '그들만의 인터넷 영토'를 구축하고 있다. 사진은 러시아 정부가 차단한 챗플랫폼 '디스코드' 이미지. (사진=테크크런치)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러시아가 자신들만의 차단된 ‘인터넷 영토’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는 반체제 움직임이나 스파이 활동 등을 차단하기 위해 흔히 개인이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애용하는 VPN(가상 사설 인터넷망)조차도 이를 우회할 수 없는 인터넷 장벽을 설치하고 있다. 이는 극단적인 인터넷 검열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최근 국제 인터넷감시기구 넷블럭스(NetBlocks)에 따르면 이처럼 글로벌 인터넷 접속을 차단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가상 사설망인 VPN조차도 이러한 차단을을 우회할 수 없다. 러시아는 이를 ‘인터넷 주권’으로 부르며,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자국 내 다게스탄에서 인터넷 접속을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을 시험했다. 이는 언론 통제로 이어졌다. 일부 지역 뉴스 매체들은 종일 차단되었다. 이런 차단은 인근의 체첸과 인구셰티아까지 확대되었다는 넷블럭스의 파악이다. 이에 따르면 유튜브, 텔레그램, 심지어 택시 앱과 같은 서비스도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시간, 일부 웹, 소셜미디어 차단

러시아 당국은 “인터넷의 해외 세그먼트에 대한 접근을 비활성화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개발하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특정 시간에 특정 사이트와 왓츠앱(WhatsApp 등) 등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다”고 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러한 시도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 디지털 개발부는 향후 5년 동안 웹 트래픽 검열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약 600억 루블(6억 6천만 달러)을 할당할 계획이다. ‘TSPU’로 알려진 이 시스템은 국가 통신 규제 기관이 만들고, 배포하고, 제어하는 ​​국내에서 개발한 트래픽 관리 도구를 사용한다.

글로벌 온라인 검열을 추적하는 프로젝트인 ‘센서드 플래닛(Censored Planet)’에 따르면 TSPU는 인터넷 제어에 대한 정교한 접근 방식이다. 이를 통해 러시아 당국은 인터넷 트래픽을 검사하고 필터링해 승인된 국내 리소스에 대한 액세스를 유지하면서 특정 웹사이트와 서비스에 대한 액세스를 차단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인터넷 검열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세계적으로 인터넷 검열과 제한이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나타났다. 미국에서도 세계 최대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틱톡을 금지하려는 지속적인 시도가 진행 중이다. 이는 데이터 주권과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헝가리, 터키, 이스라엘, 베네수엘라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도 다양한 형태의 인터넷 검열과 콘텐츠 제어를 시행하고 있다.

또 다른 국가들도 법 집행을 위해 디지털 검열을 시작한 경우가 많다. 최근 브라질도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브라질 당국은 일론 머스크가 현지 법률을 준수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후 X(이전 명칭 Twitter)에 대한 액세스를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승인된 VPN도 엄격 관리

이 사건 동안 전문가들은 브라질 정부가 소셜미디어를 추적하고, 브라질의 계정들이 X에 게시된 시점을 식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브라질 당국은 또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 또는 ISP와 협력, VPN 서버로의 트래픽을 감지하고 차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지금까지 그 어떤 인터넷 통제 시도보다 더 포괄적인 것으로 보인다. TSPU 인프라는 심층 패킷 검사와 트래픽 재라우팅을 통해 검열을 우회하는 데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도구 자체를 무력하게 만든다. 사용자들이 차단된 콘텐츠에 액세스하는게 무척 어렵다.

러시아 정부는 또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의 암호화 기능을 통해 로컬 웹사이트를 차단한다. 또한 정부 통제 인프라를 통한 트래픽 재라우팅, 암호화 서비스와 VPN으로의 트래픽 타겟팅 등을 동원한다. 러시아에서 VPN은 명백한 불법은 아니지만, 엄격하게 제한된다. 2017년부터 러시아는 정부 승인을 받지 않은 VPN 제공자를 금지했다. 정부가 요청할 경우 승인된 VPN이라도 사용자 데이터를 기록, 제공해야 한다.

러시아의 ‘인터넷 영토’ 구축과 인터넷망 차단은 자국의 DNS 개발과 서구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제거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 때문에 다른 많은 국가보다 더욱 정교하고, 광범위하다. 정부가 인터넷 트래픽을 강력 통제하는 중국이나 북한과 유사한 방식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만의 인터넷을 완전히 고립, 차단시키는 것은 복잡한 인프라와 글로벌 네트워크와의 연결과 의존으로 인해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관련 기술 전문가들조차 이를 구현하는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도 매우 천천히, 그리고 매우 신중하게 인터넷 차단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문화적으로 매우 유사한, 엄청난 국내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와 다른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