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중 반도체 규제, 中 ‘대미 반격’ 비상한 관심
“中, 이미 예상되는 미국 칩 규제에 대응, 사전 준비” 충분한 재고, 사전에 대량 수입…중국 내 美 기업에 보복 예상 인텔, 마이크론 등 대중 의존도 높은 기업도 ‘표적’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미국이 대중 반도체 수출에 대해 새롭게 강력한 규제를 가한데 이어, 향후 이에 대한 중국의 반격 또한 만만찮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전문가들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구 외신들도 중국의 향후 ‘대미 제재’의 수단과 강도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제재’에 이어, 중국의 ‘대미 제재’의 수위에 따라선 많은 나라가 그 영향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이에 중국의 반격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미 워싱턴의 제재 발표 직후 자국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이번과 같은 경우에 대비, 미국 기업에 보복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을 마련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이크론 등 ‘보안’ 이유로 조사 나서
로이터통신 등에 의하면 베이징은 이미 작년 5월 미국 메모리 칩 제조업체인 마이크론이 보안 조치를 소홀히했다는 이유로 “마이크론으로부터 일부 정부 구매를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중 간 칩 전쟁에서 중국이 반격한 첫 보복 조치 중 하나로 기록될 만하다.
중국 사이버 보안 협회(CSAC)는 “미국 기업이 중국의 국가 안보와 이익에 지속적인 해를 가했다”면서 “중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보안 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다음으론 미국의 인텔(INTEL)이 미래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텔은 개인용 컴퓨터와 중국 데이터 센터의 기존 서버를 포함한 전자 기기에 사용되는 칩을 공급하는 가장 큰 서방 기업 중 하나다. 작년에 중국에서만 이 회사는 총 수익의 4분의 1 이상을 올릴만큼 대중 의존도가 높다. 만약 인텔에 대한 보복조치가 가해지면, 이 회사로선 치명적이다.
보복 조치는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중국에 상주하는 미국상공회의소는 “지난 몇 년 동안 미·중 무역 전쟁과 같은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통관 속도가 느려지고, 각종 검사가 더 많아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중국은 또 지난 9월에 패션 브랜드 ‘Tommy Hilfiger’와 ‘캘빈 클라임’을 소유한 미국 기업 ‘PVH Corp’에 대해 이른바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UEL)에 올리기도 했다. 이와 함께 중국기업 ‘신장 면화’와 기타 제품을 “불공정하게 보이콧(거래 중단)”한 혐의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미국 기업이 공급망에서 ‘신장 면화’를 제거한데 대한 첫 번째 반격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UEL’ 목록을 적용, 조사를 실시했다.
앞서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 1기 동안 해당 목록을 만들었다. 이 목록에 오른 미국 기업에 대해선 중국과의 수입, 수출 및 투자를 금지하겠다고 경고했다. 지금까지는 록히드 마틴(LMT.N)과 RTX의 레이시온 미사일 및 방위와 같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데 관여한 미국 기업이 이 목록에 포함되어있다. 이번에 ‘PVH Corp’가 새로 등재된 것이다. 이는 사실상 미국기업을 통제, 대중제재에 반격하기 위한 ‘미국 기업 살생부’나 다름없다는 해석이다.
중요 광물 수출 통제, ‘이중 용도 품목’ 수출통제
중국은 또 세계 희토류 물질의 채굴과 가공을 주도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이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는 규칙을 시행했다. 지난 8월에는 탄약, 적외선 미사일과 같은 군사적 용도와 배터리, 태양광 장비에 사용되는 전략적 금속인 안티모니에 대한 수출도 제한하기로 했다. 워싱턴이 중국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제한된 반도체를 구매하는 것을 금지한 지 며칠 후의 일이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전기 자동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일부 흑연 제품에 대한 새로운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앞서 7월에도 중국은 국가 안보 이익을 이유로 칩 제조에 널리 사용되는 금속인 갈륨 8개와 게르마늄 6개 제품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은 최근 12월 1일부터 이른바 ‘이중 용도 품목’ 즉 민간과 군사적 용도에 모두 사용되는 제품에 대한 수출 통제를 엄격히 실시하기로 했다. 발효에 앞서 지난 9월에 처음 발표된 바에 의하면 해당 규칙은 수출기업으로 하여금 ‘통합되고 단순화된 수출 통제 목록’을 만들도록 했다. 또한 ‘이중 용도 품목’의 중국 수출업체들은 최종 사용자에 대한 세부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통해 미국 군수 산업 분야에서 차지하는 중국 공급망 비중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목록에는 중국이 선도하고 있거나 선도적인 강국이 되려고 하는 광범위한 첨단 기술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칩 기술,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드론이 포함된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올해 시행된 중국 내 미국 드론 제조업체 스카이디오(Skydio)에 대한 제재가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배터리 공급이 감소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 제재에 대한 중국의 반격 또한 거셀 것으로 전망이다. 중국의 국영 매체 ‘글로벌 타임즈’를 통해 그같은 기미를 엿볼 수 있다. 이 매체는 2일 “(중국에 대한 미국의) 봉쇄가 심화됨에 따라 더 많은 미국 산업, 기업, 전체 경제가 점점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오피니언란을 통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