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레벨1~5, 어떤 조건에서 왜 필요할까
아직은 레벨3 못미치는 수준 상용화, 대부분 레벨1 보급 레벨4, 레벨5는 인간과 자동차의 완전분리, ‘상용화 어려울 것’ 예상도 “어느 수준 적정?”…‘레벨2 ADAS면 충분’ vs ‘레벨4·5로 최고 효율성’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완전한 자율주행기술을 향해 수많은 테크 기업들과 기존 카메이커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내건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아직도 최고 레벨2 안팎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제적으로 제시된 자율주행기술 1~5단계(레벨) 중에서 최종 단계인 5레벨은 완전무인 초지능 자율주행기술이다. 일론 머스크 등은 이를 가까운 시일에 달성할 것이라며 호언장담을 하고 있지만, 크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로 대표되는 국내 기술도 레벨1을 상용화할 뿐, 아직 레벨2 자동차의 본격 출시에까진 이르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선 레벨3을 주장하는 웨이모 등이 자율주행 택시를 운행했으나, 인명사고까지 낸 잇따른 교통사고로 인해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삼 이 즈음 레벨 1~5의 수준과 의미를 되짚어보면, 레벨4나 레벨5의 기술적 어려움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2010년대 후반에 SAE International(이전 명칭: 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이 개발한 5단계 분류법이다.
‘반자동’에 비유될 1단계 자율 주행
1단계는 자율 주행 수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흔히 ‘운전자 지원’ 단계로 불린다. 운전자의 작업을 약간 더 쉽게 만들어 주지만 진정한 ‘자율 주행’으로 인정하긴 어렵다. 이미 최근 출시된 많은 자동차들은 레벨 1 자율 주행을 접목하고 있다.
레벨 1에 속하는 차량에는 차량 속도를 앞차의 속도에 맞게 조정하는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을 구사한다. 차량이 현재 차선에서 벗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차선 유지 지원과 같은 기능과 함께 통합되어 있다. 보행자나, 길을 잃은 쇼핑 카트, 또는 기타 장애물이 갑자기 나타나면 자동 비상 제동이 작동할 수도 있다. 이 기능을 사용하려면 차량 앞쪽, 백미러 또는 차량 뒤쪽에 있는 내장 카메라와 적외선 센서의 시각적 입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레벨 1의 차선 지원 기능은 잘못된 차선 이탈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의 최대 11 정도만 예방하는데 그친다. 그럼에도 미국 ‘국가 고속도로 교통 안전청’은 “모든 경차나 소형차에 자동 비상 제동 기능이 있다면, 미국에서만 매년 24,000건 이상의 충돌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레벨 1 기능에선 운전자가 항상 차량을 제어하고 주변 환경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레벨 1을 장착했다고 해서 운전자가 좀더 안전하게 되고, 만일의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ADAS로 부분 자동화 ‘레벨2 자율주행’
레벨 2는 ‘부분 자동화’라고도 한다. 인간 운전자는 여전히 도로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러시아워때 한눈을 팔거나, 졸음이나 낮잠은 위험천만이다. 다만 상당 부분의 필수적인 운전 작업은 자동화된다.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선 유지 보조 기능, 자동 비상 제동 기능 등이다. 이에 덧붙여 핸즈프리 스티어링이나, 교통 표지판 인식, 사각 지대 감지 및 자동 주차 기능이 적용된다. 레벨 1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기능은 카메라, 적외선 센서 및 초음파를 통해 가능하다. 일부 레벨 2 차량은 야간 투시 기능으로 열 화상을 통해 어둠 속에 가려져 있는 사람이나 사물을 볼 수도 있다.
많은 레벨 2 차량에서 이러한 기능은 ADAS(고급 운전자 지원 시스템)라고 알려진 시스템에 함께 패키지되어 있다. 아우디의 ‘Traffic Jam Assist’처럼 일부 ADAS는 시속 40마일 미만의 속도에서 핸즈프리 스티어링을 제공하는 등 한정된 상황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테슬라의 ‘Full Self-Driving’과 캐딜락 ‘슈퍼 크루즈’는 레벨 2 자율 주행에 해당하는 최초의 자동차들이다. 지난 1년 간 제조된 차량 중엔 2022년형 ‘Ford F-150 Lightning’부터 2022년형 ‘Rivian R1T’ 및 ‘R1S’까지 다양한 형태의 ADAS를 자랑한다.
조건부 자동화 ‘레벨 3 자율 주행’
레벨 3은 ‘조건부 자동화’라 불린다. 이는 한층 고도화된 자동운전 내지 자율주행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단계에서부터 “‘자율주행’이라는 용어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와 일치하는 기능”이라고 평가한다. 단, 레벨 3에 속하는 차량도 적절한 자동화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운전자는 개입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즉, 부득이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가 개입하도록 강요할 경우 개입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실제로 레벨 3 자율 주행은 차량이 가속, 제동, 조향, 주차, 교통 표지판 및 신호 탐색, 고속도로 진입 및 출구, 다른 차량과의 안전한 속도 및 거리 유지를 가능하게 한다. 흔히 인간 운전자가 직접 차를 운전할 때 수행하는 모든 작업을 대신하는 것이다. 특히 복잡한 센서, 프로세서, 알고리즘을 통해 레벨 3 차량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어 운전 과정의 대부분을 대리할 수 있다. 그야말로 ‘기계 대리 기사’인 셈이다. 이는 그러나 복잡한 공사 구역, 사고 현장, 또는 기타 특정 상황에서는 운전자가 개입해야 할 수도 있다.
아직은 완전한 레벨3을 상용화하는 자동차는 드물다. 다만 레벨3에 거이 다가간 경우는 더러 있다. 그중 하나인 메르세데스-벤츠는 미 캘리포니아에서 최초로 레벨 3 승인을 받고 상용화에 들어갔다. 메르세데스도 지난 4월에 D‘rive Pilot’이 장착된 자동차 판매를 시작했다. 또 2024년형 S-Class나 EQS 세단의 경우 비디오 교율을 받은 운전자는 딱히 안전을 신경쓰지않고, 다른 사람의 안전을 해치지않고도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메르세데스의 ‘Drive Pilot’ 소프트웨어는 항상 운전자의 ‘눈을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낮잠이나 졸음은 여전히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레벨 3은 기술의 도약이지만 사실상 말하자면, 레벨 4로 가는 길목에 가깝다고 해야 정확하다.
인간 운전자 책임 거의 없는 ‘레벨 4 자율 주행’
이는 ‘고도의 자동화’라고도 평가된다. 레벨 4는 인간 운전자의 책임이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최소화한다. 앞서 언급한 문제가 있는 상황을 더 잘 처리할 수 있어 운전자가 개입할 필요가 없지만 운전자가 원하면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다.
자율 주행 트럭 회사 ‘TuSimple’ 측은 언론 인터뷰에서 “‘레벨 3’은 특정 조건과 상황에서만 자율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운전자가 극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운전하는 동안 항상 운전석에 앉아 경계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레벨 4 차량에 운영 설계 도메인(ODD)이 있는 상황에서는 운전자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구분했다. 즉 ‘운전자 아웃 런(이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회사의 자동화 트럭이나, 웨이모의 자율 주행 택시가 이에 근접하고 있다.
개별 운전자로선, 레벨 4 자율 주행은 보다 편안한 주행을 보장한다. 운전자가 책을 읽거나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화면에서 넷플릭스를를 보거나 심지어 잠을 잘 수도 있다. 그래서 일상적인 출퇴근은 물론, 장거리 여행이 한층 편안해질 것이란 기대다. 특히 이는 세게적인 공급망 문제를 완화하고, 현재 세계 각국의 공통적 고민인 운전자 부족에 대처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이 직접 운전하는 트럭에 비해 연료 소비를 10% 줄인다는 보고도 있다.
앞서 테슬라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Full Self-Driving’이라는 레벨 4 버전을 2023년 말까지 계획했지만, 불발에 그치고 다시 연기한 바 있다.
‘꿈의 완전 자동화’, 레벨 5 자율 주행
레벨 5는 그야말로 ‘완전 자동화’다. 차량이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운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인간 운전자는 전혀 필요 없다. 심지어 차량끼리 정면으로 마주치는 절박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다.
아직은 레벨 5는 ‘꿈’의 대상이란 평가다. 레벨 4 주행기술을 개발한 회사가 몇 개 있긴 하지만, 그나마도 실제 소비자용으로 출시하진 못했다. 하물며 레벨 5 차량은 이직 요원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레벨5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에서나 작동할 수 있다. “즉, 어느 나라나 도시에 가도 완벽하게 주행할 수 있어야 하지만, 아직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적절한 자율 주행 수준’ 두고 의견 분분
그렇다보니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선 ‘과연 적절한 자율주행 수준은 무엇인가’란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굳이 모든 사람에게 완전자율주행 차량과 기술이 제공되어야 하는냐는 것이다. 이에 “운전자를 지원하고 안전성과 편안함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레벨2의 ADAS로 충분할 것”이란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운전자를 완전히 차량에서 분리함으로써 안전성을 개선하고, 연료 효율 향상이나 비용 절감 등을 노린다면 레벨 4 또는 레벨 5가 필요할 것“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