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미국의 그림자 대통령으로 등극?
트럼프에 1억3천만달러 기부, X를 무기로 트럼프 행정부에 영향력 사법리스크와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X등 소셜미디어 중요 머스크도 세금·소송 등 트럼프 필요, “트럼프가 머스크에 진 빚이 더 많아”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美대선이 트럼프의 승리로 끝나면서 일부 언론과 정치평론가들은 일론 머스크야말로 비공식적인 ‘그림자 대통령’으로 행세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은밀하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행세하면서, 자신의 사업을 위한 사익을 한껏 추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가 머스크에게 빚진 것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엄청 크다는게 그 배경이다.
트럼프의 승리가 선언된 날, 세계 최고 부자 머스크는 단 하루만에 순자산에 150억 달러를 챙겼다. 테슬라주가 급등하면서 3천억 달러에 가까운 그의 자산이 또 크게 불어난 것이다. 계산해보면 투자 수익률이 11,538%에 달한다. 그러나 그가 이번 선거 결과에서 얻는 이득에 비하면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선거 기간 그의 동정을 보도해온 외신을 종합해보면, 사실 이번 선거에서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 1등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진영에 투척한 자금은 1억 3천만 달러 이상에 달한다.
“트럼프 당선의 1등 공신” 평가
사실 머스크와 트럼프는 한때 사이가 무척 좋지 않았다. 지난 2022년 7월,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마무리할 때만 해도 그랬다. 당시 트럼프는 머스크를 “또 다른 헛소리 예술가”라고 먼저 도발했다. 이에 머스크는 트럼프에게 “이제 모자를 걸고 일몰을 향해 항해하라”고 사실상 정계를 은퇴하라고 저격했다. 이에 트럼프는 다시 머스크가 자신의 첫 임기 때 정부 보조금을 요청했던 일을 회상하며, “당시 그에게 무릎을 꿇고 구걸하라고 말할 수도 있었고, 그는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2017년 트럼프의 자문 위원회에 위촉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가 파리 기후 협정에서 미국을 탈퇴시켰을 때 이에 반발, 사임한 이후로 끊임없이 불화를 빚어왔다. 그 후 머스크는 수년간 우경화되어 온 듯하지만, 처음에는 공화당 대선 후보 예비선거에서 트럼프보다 플로리다 주지사 론 데산티스를 지지했다. 트위터를 인수한 후인 2023년에는 X(트위터) 스페이스 스트림에서 데산티스의 캠페인 출범을 주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헛소리하는 예술가” 불화 사건 2년 후, 데산티스는 탈당했고, 그로부터 6개월 후, 머스크는 공식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했다. 그럼에도 전폭적으로 트럼프 지지를 하기까진 몇 달이 더 걸렸다. 결국 ‘America PAC’에 8월과 9월에 약 3,00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선거 직전 몇 달 동안 총 1억 3,000만 달러를 투척했다.
머스크는 그때부터 트럼프 캠페인에 협력하기 시작했고,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첫 트럼프 집회에서 직접 모습을 드러내며 지지대열의 선두에 섰다. 세계 제일의 억만장자의 현금 투척은 트럼프로선 그 보다 더 큰 원군이 있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매셔블’이나 ‘워싱턴포스트’ 등 일부 외신은 “그것말고도 우리가 모르고, 영원히 알 수 없는 것은 머스크와 트럼프가 무대 뒤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머스크도 트럼프에 기댈 이유 20가지 넘어
다만 머스크가 차기 행정부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최소 20가지가 넘는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의 회사들이 모두 ‘최소 20건’의 연방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 당선자의 도움이 절실한 형편이다. 머스크로선 특히 트럼프가 법무부, 노동부, 교통부를 이끌 사람을 누구로 뽑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또 증권거래위원회와 연방거래위원회에 새로 누굴 임명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이 모든 기관들이 테슬라, 스페이스X, 뉴라링크, 트위터/X의 잠재적 위반 사항을 조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이들 회사 모두 막대한 벌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협조를 얻으면 이 모든 조사가 조용히 무마될 수도 있다는 기대다.
머스크는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트럼프의 첫 임기 때 머스크는 EV 보조금과 세액 공제의 연장뿐만 아니라, 정부 계약도 엄청나게 따냈다. 그 결과 머스크는 지난 10년 동안 16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그 중 대부분은 NASA가 점점 더 의존하고 있는 SpaceX를 통해 이루어졌다. 물론 이번에도 트럼프는 새로운 NASA 관리자를 임명한다.
그 중 약 30억 달러가 작년에 머스크 개인 주머니에 들어왔으므로 머스크로선 내야 할 세금이 천문학적 수준이다. 머스크는 선거 기간 미 동부에 불어닥친 허리케인 ‘헬렌’ 피해자들에게 무료로 스타링크k 위성 인터넷 서비스(30일 무료 체험으로 밝혀짐)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 추정에 따르면 이번 ‘선행’으로 인해 트럼프 집권 하에서 스탈잉크는 수십억 달러의 계약을 더 많이 벌어들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머스크, 물밑에서 연방정부 상당 부분 운영?
심지어는 머스크가 실제로 물밑에서 연방 정부의 상당 부분을 직접 운영한다는 믿기지 않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머스크가 가장 좋아하는 밈 중 하나를 따서 명명한 ‘정부 효율성부(DOGE)’가 그런 경우다. 선거 전부터 머스크는 이 부서를 신설, 책임을 맡겠다는 의사를 드러내보이기도 했다. 물론 아직은 이에 대한 공식적 언급은 없다.
그러나 트럼프의 메디슨 스퀘어 유세장에서 머스크는 “이 부서가 연간 연방 예산에서 2조 달러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미 연방정부의 전체 재량 예산이 1조 7,000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약 머스크의 뜻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사회 보장, 의료 보험, 의료 보조 등의 비용을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 정치인들이라면 이런 인기없는 행동은 하지 않겠지만, 머스크는 정치인이 아니며 유권자와 직접 마주할 일은 없을 것이란게 외신들의 우려다.
그러면 두 사람의 관계에서 누가 우위를 점하고 있을까? 언론매체와 평론가들의 시각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대체적으론 “트럼프가 머스크에게 두려워할 것이 더 많을 것”이란 견해가 더 우세하다. 만약 예전처럼 두 사람이 다시 불화하면 머스크가 복수할 방법이 더 많다는 얘기다.
우선 머스크는 트럼프의 소중한 X계정인 ‘@realdonaldtrump’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 이 계정은 2016년 트럼프가 집권할 수 있게 한 결정적 도구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2021년 트럼프가 1월 6일 봉기를 조장한 후 이 계정은 ‘영구적으로’ 정지되었다. 나중에 머스크가 X를 인수한 후 그는 (트위터) 여론 조사를 통해 이들 되살리도록 했다.
“트럼프가 머스크에게 두려워해야 할 것”
또 트럼프는 34건의 사업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아직 선고를 앞두고 있다. 별도의 민사 사기 사건에서 그는 이미 감면된 1억 7,500만 달러의 벌금을 내라는 명령을 받았다. 또한 2020년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한 여러 사건에 여전히 기소되어 있으며, 자신의 자택인 마라라고에 기밀 문서를 불법으로 보관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런 판국에 머스크는 굳이 트럼프의 계정을 다시 삭제할 필요조차 없다. 스캔들로 얼룩진 트럼프와, 그가 이끄는 행정부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X의 알고리즘은 이미 트럼프에게 유리하도록 조정되어있다. 그처럼 머스크에게 맞서는 공화당 정치인이나 임명자를 X에서 제외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일다. 또한 그렇다고 정부 계약을 따내지 못하도록 한다고 해서 위협이 되지 않는다. 전체 머스크의 사업 중 정부 계약분은 미미한 비중이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또한 그의 “‘America PAC’가 2026년 중간 선거까지 계속 운영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로선 민주당에게 의회를 빼앗기거나, 탄핵당하지 않으려면 머스크를 계속 자기편으로 묶어 두어야 한다. 그래서 이들 ‘변덕스러운’ 두 거물에 대한 전망이 벌써부터 워싱턴 정가의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매셔블 등 일부 언론은 “머스크가 미국의 ‘그림자 대통령’ 행세를 할 것”이란 얘기도 서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