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창도 뚫을 수 없는 방패, ‘양자키분배’

양자 특성 통해 생성된 암호키 공유, ‘천하무적 암호기술’ ‘중첩성, 얽힘’ 등 응용, 송수신자 양자 상태 측정, 암호키 생성 공유

2024-11-07     이보영 기자
양자통신의 원리가 되는 양자의 특성 이미지. (사진=익스트림테크)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양자시대엔 현재의 공개키 등과 같은 암호기술은 무력화되기 십상이다. 반대로 양자통신을 이용하면, 그야말로 천하무적의 완벽한 보안을 기할 수 있다는게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KT융합기술원,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등 전문기관에 따르면 양자통신은 중첩성과, 얽힘, 비가역성, 불확정성 등과 같은 특성을 이용, 정보를 암호화하고 전송하는 기술이다. 그 대표적인 양자암호통신 기술인 양자키분배(QKD, Quantum Key Distribution) 방식은 이같은 양자의 특성을 통해 생성된 암호키를 송·수신자에게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특성 이용한 암호

애초 양자의 특성은 에너지가 연속적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단위로 끊어져 변하는 이치와도 같다. 이는 ▲중첩성, ▲불확정성, ▲비가역성, ▲얽힘 등 4가지 주요 특징을 보인다. 이런 특성이 곧 최고의 양자통신 암호기술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즉, ‘중첩성’은 하나의 양자가 두 가지 이상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동전에 앞면과 뒷면이 있듯이,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갖고 있다. 또 ‘불확정성’도 양자 고유의 특성이다. 이는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원리다. 한쪽을 정확하게 측정하면 다른 쪽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즉,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예측 불가의 원리다.

‘비가역성’은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화한 후에는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어려운 특성을 말한다. 또 ‘얽힘’은 두 개 이상의 양자가 서로 얽혀 있는 상태다. 한쪽의 상태를 측정하면 다른 쪽의 상태가 즉시 결정되는 현상이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얽힌 상태는 늘 유지된다는 얘기다. 이런 예측 불가하고 중첩되며 얽히는 특성이야말로 양자 컴퓨터, 양자통신, 그리고 양장 암호기술 등 지금까지의 기술적 관점을 뛰어넘는 새로운 지평을 여는 단초가 된다.

그런 양자통신에 의한 ‘양자키분배’ 방식이야말로 철벽과 같이 어떤 기술로도 뚫을 수 없는 미래의 암호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송신자가 양자 상태를 무작위로 생성, 수신자에게 전달하면, 수신자는 양자 상태를 측정하고 측정 결과를 비교해 암호키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양자컴퓨터 이미지. (사진=어도비스톡)

기존 통신 기반 암호기술은 송수신자가 알고리즘 기반의 키를 주고 받는 방식이다. 이는 얼마든지 도청과 침투가 가능하다. 그러나 양자 암호통신 기술은 양자 역학을 기반으로 한 물리적 키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결코 뚫을 수 없다.

양자의 특성을 통해 생성된 암호키는 중첩 상태로 있게 된다. 이는 ‘외부 관측’(침투 시도)이 한 번이라도 발생하게 된다면 0과 1을 동시에 가지던 원자가 한쪽으로 결정되어버린다. 이때 수신자는 그런 데이터의 변화를 통해 해킹 여부를 금세 식별할 수 있다.

한 단계 나아간 ‘양자직접통신방식’도

현재 QKD 기술과 함께 양자에 직접 정보를 전달하는 양자통신 기술인 ‘양자직접통신’ 방식도 있다. 물론 “아직은 기술적 한계로 인해 현재 연구·개발 단계”라는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양자직접통신은 송신자와 수신자 간에 아예 양자 상태를 직접 전송,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그야말로 완벽한 보안성을 제공할 수 있는 최첨단의 차세대 통신 기술이다.

연구 초기엔 짧은 거리에서만 양자직접통신이 가능했다. 그러나 점차 장거리 전송 기술 개발을 통해 실용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제 표준화 기구(ISO/IEC JTC1 등)를 중심으로 양자통신 관련 표준화 작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국내에선 `21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과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가 공동연구를 통해 독자적인 방식으로 양자직접통신 기술을 개발하고 구현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고 근황을 전하고 있다.

앞으로 양자 상태를 장거리까지 안정적으로 전송하고, 양자통신 장비를 소형화함으로써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차세대 통신 기술로 거듭날 것이란 기대다.

전문가들은 “양자통신기술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구조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말 그대로 ‘100% 완벽한 보안’이 가능한 시대가 온다는 뜻이다.

그렇게되면 양자 컴퓨터로도 해킹이 불가능하게 된다. 이는 금융 국방, 의료 등에 두루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또한 양자통신을 기반으로 GPS 없이 정확한 위치기반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디지털 산업의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특히 이를 기반으로 양자 센서, 양자컴퓨팅 등과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전망”이라는 기대다. 이에 세계 주요국들도 앞다퉈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