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과 ‘머스크’, 美 대선 한가운데 부상
페북, 해리스 음해 ‘마타도어’ 가짜광고, 머스크가 간접 조장 머스크 자금 댄 극우단체 게재, 페북 “문제없다”고 해 논란 ‘불법이민 허용, 총기회수, 국경개방’ 등에 트럼프 지지자들 반발, 결집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미 대선을 며칠 앞두고 페이스북과 일론 머스크가 또 다시 이슈의 한 가운데에 섰다. 페이스북엔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을 소재로 한 가짜 광고가 대대적으로 실려 논란이 일고 있다. 배후에서 이 광고를 게재한 세력은 일론 머스크가 거액의 자금을 대고 있는 정치 단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가 또 다시 미 대선 가도에서 문제적 인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페이스북 광고는 공화당원과 트럼프 지지자들의 화를 돋구며, 그들의 결집을 더욱 부추기는 내용이다.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가솔린 자동차를 완전 금지한다거나, 미국 국경을 완전히 폐지하고, 이민자들과 외국인들이 아무런 제약없이 입국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또 미국 사회에서 여전히 논란이 뜨거운 총기 문제에 대해서도 ‘의무적으로 모든 총기를 환수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할 것이라는 내용도 있다. 특히 해당 광고는 “해리스가 불법 이민자들도 투표에 등록되도록 하기를 원한다”고 주장하는 장면도 실려있어 공화당 지지자들을 격분하게 한다.
해당 광고 내용에 공화당 진영과 지지자들 ‘격분’
이 모든 것은 보수적인 공화당 진영과 지지자들로선 분통이 터질만한 내용이다. 반사적으로 트럼프 지지도를 더욱 강하게 하는 셈이다. 특히 “바이든-해리스, 법무부는 버지니아의 ‘비시민’ 유권자(불법 이민자 등) 제거 프로그램에 이의를 제기한 결과 법정 다툼 끝에 승소했다”거나, “이를 통해 불법 이민자가 유권자 명부에서 부당하게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는 등 자극적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중도 우파적 성향의 유권자들이 자칫 트럼프 지지로 죄다 돌아설 수도 있는 파괴력을 지닌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광고 내용은 ‘거짓’임이 밝혀지고 있다.
시사매체 ‘기즈모도’ 등 외신들은 “이 광고는 일론 머스크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받는 지하 단체와 관련이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즉, 이전에 일론 머스크로부터 돈을 받은 모종의 정치 집단이 마치 해리스 지지자들이 올린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 광고를 페북에 올렸다는 것이다. 실제론 해리스 역시 광고에 언급된 내용을 지지하거나, 언급한 적이 없다. 이는 역으로 해리스를 깎아내리고, 트럼프 지지세를 다지는 마타도어 내지 노이즈 마케팅이란 해석이다.
더욱이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해당 광고에 대해 “더욱 문제는 페이스북이 광고의 기만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이 신문은 “노골적인 ‘마타도어’ 전략임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과 메타는 해당 광고가 자사의 광고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문제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선거를 며칠 앞두고 미국 조야에선 해당 광고 삭제 여부를 둘러싸고 갈등과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머스크 돈줄의 극우 ‘Building America's Future’가 배후
현재도 이 광고는 페북 비디오 플레이어에서 재생 중이다. 마우스나 키보드로 5초 후에 광고를 건너뛸 수 있게 되어 있어, 누구나 잠깐이나마 광고를 시청해야 한다.
페북 광고는 또한 헤리티지 재단의 ‘프로젝트 2025’(Project 2025)를 패러디한 ‘진보 2028’(Progress 2028)이라는 그룹에서 나온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졌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가 권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를 내걸고 있다. 그러나 보통의 페북 사용자들이 피드에서 광고를 보면 ‘Progress 2028에서 (광고비) 지불’이라고 씌어있다. 그러나 ‘Open Secrets’에 따르면, ‘Progress 2028’ 그룹은 유령단체다.
이 광고가 나온 직후 월스트리트저널은 “광고를 실제로 운영하는 조직은 ‘Building America's Future’라는 암흑 자금 그룹으로, 일론 머스크로부터 기부금을 받는다.”면서 “그럼에도 페북은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페북과 메타측은 자사의 중립성 내지 투명성만을 강조하고 있다. 회사측은 이를 보도한 언론매체에 이메일을 통해 “이러한 유형의 정치 광고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수십 년 동안 미디어 환경에서 발견되어 왔다.”면서 “다만 공개 라벨을 추가하고, 광고 라이브러리에 공개적으로 제공함으로써 메타는 다른 소셜 플랫폼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투명성을 정치 광고에 적용하고 있다”고 변명같은 해명을 하고 있다.
페북이 말한 ‘광고 라이브러리’와 같은 투명성 도구는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상대로 승리한 2016년 선거 이후에 도입되었다. 물론 정체불명의 정치 집단이 가짜 광고 등 모호한 전술을 시도하는 경우는 페북이 처음은 아니다. ‘Building America's Future’는 앞서 펜실베이니아에서도 문자 메시지를 통해 가짜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페북 사용자들이 실제로 어떤 조직이 해당 광고 뒤에 있는지에 대한 힌트도 없이 ‘Progress 2028’과 같은 가짜 광고주만 내세운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머스크, 워싱턴 정가의 문제적 인물로 부상
그런 가운데 이번 가짜 광고 사건에서 보듯이, 일론 머스크는 최근 몇 년 동안 정계에서 ‘트러블 메이커’ 내지 ‘화제의 인물’이 되고 있다. 상당한 영향력도 인정받고 있다.그는 2022년에 우익 정치 집단에 수백만 달러를 투척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트럼프와 다른 공화당원들이 재선되도록 돕기 위해 자신의 정치 행동 위원회인 ‘America PAC’을 결성하기까지 했다. 이미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 계약금과 보조금으로 이익을 본 머스크는 트럼프가 백악관을 탈환하면 새로운 ‘정부 효율성 부서’(DOGE)의 수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머스크가 기부자를 공개할 필요가 없는 ‘Building America's Future’와 같은, 소위 ‘다크 머니’ 그룹에 얼마나 자주 또 많은 돈을 주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머스크가 이런 지하 단체에 기부한 사실은 이번 달 초에야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해 대중에게 알려졌다. 이 기사에서는 ‘Building America's Future’가 공화당 컨설턴트 필 콕스와 제네라 펙과 관계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