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어센드’시리즈로 엔비디아 완전 대체?
美제재에 ‘AI칩’ 자립 시도, 화웨이 “H100과 유사 ‘어센드910C’” 테스트 이미 ‘어센드910B’ 등은 상용화, ‘A100보다는 성능 우수’ 주장 中정부, 美기업 퇴출 본격화, ‘엔비디아·AMD 등 中시장 타격’ 우려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 맞서 AI칩 자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웨이가 그 선봉에 나서면서, 궁극적으론 이른바 ‘AI칩 굴기’를 내심 꿈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화웨이는 이미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인 ‘H100’과 유사한 수준을 구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화웨이는 자체적인 ‘어센드910C’ 출시를 앞둔 가운데, 중국 정부도 중국 AI칩 기업 제품의 사용 비율을 높이도록 사실상 강제하면서 기술 자립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中,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 칩 사용 강제
중국의 ‘AI칩 자립’은 무엇보다 우선 미국산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를 비롯한 규제당국은 이미 AI 모델 개발·운영에 사용되는 엔비디아 칩을 구매하지 않도록 하는 ‘창구 지침(window guidance)’을 화웨이, 캄브리콘 등 자국 기업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창구 지침’은 각국의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내려보내는 가이드라인에서 본딴 것으로, 법적 기속력은 없지만 사실의 의무사항이나 다름없다.
이미 바이트댄스, 텐센트 등 중국 IT기업들은 미국의 수출 통제가 발표되기 전에 상당량의 엔비디아 칩을 비축해둔 상태다. 일부 기업들은 화웨이 칩을 구매하면서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 서둘러 엔비디아 칩을 확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 칩이 중국 AI 기업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 업계가 미국에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날로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미국산 반도체 퇴출 움직임은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앞서 지난 5월에도 중국 정부는 BYD와 상하이차 등 주요 자동차 제조 기업에 자국산 반도체 사용 비중을 2025년까지 최고 25%로 높이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앞서 3월에는 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서버와 PC에서 인텔과 AMD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사용하지 말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또한 2027년까지는 기존 제품을 제거할 것도 요구했다.
어센트910B ‘기존 CPU가 1번 연산할 때 4,090번 연산’
특히 화웨이는 자체 개발 AI칩을 중국 빅테크와 함께 막바지 테스트를 실시함으로써 ‘AI칩 자립’의 선두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 또한 자국 기업에 미국 엔비디아 제품 대신 중국산 AI 칩을 구매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화웨이는 중국 인터넷 기업 ‘바이두’를 비롯한 차이나 모바일, 바이트댄스 등 엔비디아 제품을 쓰는 기업들에게 자사의 최신 AI칩 ‘어센드 910C(Ascend910C)’ 샘플을 공급하며, 막바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어센드910C’는 화웨이가 2018년 AI 모바일 칩셋 ‘기린 980’을 출시한데 이어, 2023년 초 출시한 AI칩 ‘어센드910B’를 업그레이드한 버전이다. ‘어센드 시리즈’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최대 컴퓨팅 성능과 관계없이 모든 시나리오에서 탁월한 성능을 제공한다”는게 화웨이의 설명이다. 또 “통합 아키텍처를 통해 AI 애플리케이션을 여러 시나리오에 걸쳐 손쉽게 도입·이전하고, 상호 연결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라고 했다.
앞서 ‘어센드910B’는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AI 연산용 신경망처리장치(NPU) ‘다빈치 아키텍처(DaVinci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이는 기존 CPU가 1번 연산할 때 무려 4,090번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어서, 그게 사실일 경우 엔비디아 A100의 대체품으로 평가될 만한 제품이다. 특히 ‘어센드 910B’가 A100의 대체품으로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공정 기술이 A100과 유사하고 성능도 우수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성능면에선 엔비디아 A100 데이터 처리 속도가 여전히 18% 가량 빠르다. A100의 공정이 7나노인데 비해, 어센드910B의 공정은 SMIC N+2(7나노)다. 또 어센드910B의 활용 장비는 DUV(심자외선) 장비로 추정된다. SMIC가 미국의 제재로 EUV(극자외선) 장비 도입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보다 한 단계 아래인 DUV 장비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게 서방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이에 반해 엔비디아는 첨단 EUV 장비를 사용한다. 수율의 경우 어센드910B은 약 10~20%로 추정되며, A100은 그 절반 이하다.
‘어센드910C’의 초기 주문량 약 7만 개?
최근 테스트에 들어간 최신 AI 반도체 어센드910C의 스펙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화웨이는 “잠재 고객사들에게 어센드910C가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인 ‘H100’과 유사한 수준을 구현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H100은 미국 정부가 중국 수출을 금지한 품목으로 현재까지 상용화된 AI 칩으로는 최신, 최첨단제품이다. 이는 ‘호퍼 아키텍처’ 기반으로 4나노 공정을 적용, A100에 비해 16비트 추론 성능은 3.5배, 16비트 훈련 성능은 2.3배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어센드910C’의 초기 주문량은 약 7만 개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약 20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화웨이측 설명대로 ‘어센드 910C’이 성공적으로 대량 생산될 경우 엔비디아의 중국시장은 분명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서 화웨이가 어센드 910C를 통해 엔비디아의 빈자리를 채우고 자국 AI 칩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이 향후 글로벌 AI 칩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