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EU 반독점 책임자 ‘테레사 리베라’에 시선집중
‘스웨덴 생태 장관 출신’, 전임 강경규제론자 마르그레테 베르거 후임 글로벌 빅테크들 “다소 유연” 기대 vs “새로운 규제 강화” 엇갈려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차기 EU 반독점 책임자인 테레사 리베라는 누구인가?” 지금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빅테크는 물론, 오픈AI, 세일즈포스 등 수많은 스타트업과 삼성, 바이트낸스, 알리바바 등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세계적 인물 중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새로 EU의 반독점 책임자로 새로 임명된 스웨덴 출신의 테레사 리베라이다.
전임자 마르그레테 베스타거는 독점 규제에 대해서만큼은 유례없는 ‘매파’로 특히 빅테크들에게 ‘악명’이 높았다. 그런 전임자의 뒤를 이은 테레사 리베라의 이력과 향후 행보를 두고 벌써부터 글로벌 기업들 간에는 다양한 전망과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보존 등 진보주의 성향 강해
앞으로 그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에게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전임자 마르그레테 베스타거 재임 시절, 구글과 메타, 애플 등에 대한 규제에서 보듯, 자칫 거대한 기술기업들의 위상과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 실제로 이들 기업들은 수억 내지 수십 억 달러 규모의 벌금 폭탄을 맞고, 현재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만약 벌금을 그대로 내야할 경우, 시장가치 기준으로 본 세계 ‘빅6’의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현재로선 차기 EU 반독점 책임자 테레사 리베라의 행보를 두고, 확실한 판단을 내릴 단계는 아니다. 다만 리베라는 스페인의 사회주의자로서, 생태적 전환 장관을 지낸 바 있다. 기후 분야에서 오랜 정치적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지속 가능한 개발 및 국제 관계 연구소의 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환경보존과 자원보호, 에너지 절감 등의 진보적 속성만을 보면, 전임자 베스타거 못지않은 반독점 규제에 중점을 둘만한 인물이다.
실제로 리베라 차기 반독점 책임자는 스웨덴의 장관 시절, 전기요금을 낮추고 지속 가능한 전력을 늘리기 위해 태양광 발전에 대한 세금을 폐지했다. 또한 노동자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환경오염의 원인인 광산을 폐쇄하기 위해 2억 5천만 유로의 비용을 과감히 쏟아붓기도 했다.
향후 행보, 글로벌 기업들에 치명적 영향
곧 그는 유럽 의회에서 승인을 받게 되면, 최근 재선된 유럽 위원회 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의 지휘를 받게 된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 역시 그녀를 새로운 집행부의 일원으로 앞장서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이 리베라의 지명 직후, 그에게 보낸 서신은 향후 EU의 반독점 정책의 일단을 엿보게 해서 눈길을 끈다. 리베라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그는 “유럽은 경쟁 정책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확장하는 기업을 보다 지원하고, 유럽 기업과 소비자가 효과적인 경쟁의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며, 우리의 공통 목표에 더 잘 부합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혁신’을 촉진하는 동시에 ‘공정한 경쟁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는 당부도 함께 곁들여 눈길을 끌었다. 공정하면서도 유연한 경쟁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임자 시절보다 다소 ‘유연함’을 주문하긴 했지만, 여전히 ‘공정한 경쟁 환경’을 위한 강력한 규제라는 기조에선 변함이 없는 셈이다.
더욱이 리베라는 “경쟁 정책은 지구촌 공급망에 대한 지정학적 위협이나 기타 위협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할) 회복력으로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해야 한다”고 규제의 필요성을 에둘러 표현해 눈길을 끈다.
“반독점 규제의 큰 틀은 유지” 전망
그가 공식적으로 취임한 후 다시 빅테크들의 운명도 새롭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지금의 반독점 규제라는 큰틀은 변하지 않을 것이란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특히 EU가 빅테크들의 움직임에 세심한 감시와 규제를 가해온 기조는 그대로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유력하다.
앞서 전임자 시절이었던 지난해 EU는 생성 AI 분야에서 관련 빅테크들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감시를 지속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반경쟁적 관행을 비난하며, 규제를 시도하고 있는가 하면, 빅테크 뿐 아니라 오픈AI, 미스트랄, 인플렉션 등 스타트업들에 대한 빅테크의 거액 투자도 문제시하며, 반독점법 위반행위로 조사에 들어갔다.
구글 역시 조사를 받고 있는데, 최근에는 온라인 광고 사업을 놓고 15억 유로라는 엄청난 벌금을 두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새로 등장한 테레사 리베라 EU 반독점 책임자의 일거수일투족에 지구촌 주요 기업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