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의 ‘천적’, EU 마르그레뜨 베스타거 퇴임
美 빅테크들의 ‘공적’이자 ‘공포의 대상’, EU 반독점 경쟁위원서 물러나, 구글, 아마존, MS, 애플 등에 ‘반독점’, ‘DMA’ 위반혐의 벌금 폭탄 임기 만료에 美 언론들 부정적 평가, 유럽 기업들엔 ‘영웅’적 인물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빅테크의 ‘천적’이자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마르그레테 베스타거 EU집행위 부위원장 겸 반독점 규제기관 수장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베스타거는 임기 동안 유럽기업들로부턴 ‘영웅’에 가까운 찬사를 받은데 반해, 주로 미국의 빅테크들에겐 ‘공적 제 1호’의 인물로 지목되었다.
21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베스타거는 3선을 포기하고, 현직에서 모두 퇴임할 예정이다. 베스타거는 유럽의 최고 반독점 규제 기관에서 10년간 일하면서 구글, 애플,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에게 획기적인 규제 조치와 함께 기록적인 벌금폭탄을 안기곤 했다. 특히 2023년 디지털 시장법(DMA)과 반독점 판정을 집행하면서 그녀는 유럽 기업에겐 ‘영웅’, 미국 등 다른 나라의 빅테크들에겐 ‘공적’이 되었다.
미국 빅테크들에 사상 최고의 벌금 폭탄 안겨
56세의 베스타거는 구글에게 총 82억 5천만 유로에 달하는 반독점 벌금을 부과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그에게 “EU의 세금 착취 여인”이라고 저격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MS가 구글 검색과 크롬을 사전 설치하도록 사용자들에게 의무화한데 대해 40억 유로의 벌금을 부과, EU 반독점 역사상 새로운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6월 24일, 애플은 EU집행위와 베스타거에 의해 디지털 시장법을 위반한 혐의로 공식적으로 기소된 최초의 빅테그가 되었다. EU위원회는 “애플이 궁극적으로 iOS 앱 개발자가 사용자를 타사 구매 옵션으로 유도하는 것을 막는 세 가지 비즈니스 규칙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악명높은 독점적 ‘인 앱 결제’ 등을 비판한 것이다. “개발자가 앱스토어 외부에서 고객에게 쉽게 무료로 구매 옵션으로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한 DMA에 어긋난다는 결정이었다.
7월 1일엔 두 번째로 메타 역시 DMA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결정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가입한 사용자가 타겟팅 광고를 거부할 수 있는 ‘지불 또는 동의’ 조건을 통해 사용자가 구독을 선택해야만, 광고를 안봐도 되게 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사용자가 개인 데이터 조합에 자유롭게 동의할 권리를 행사하도록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따랐다.
이에 대한 조사는 3월 말에 시작되었다. 당시 알파벳은 자회사인 구글 검색 결과를 표시하는 방식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이는 고객을 쇼핑, 항공편 또는 호텔과 같은 구글 서비스로 다시 유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구글은 지난 3월 초에 DMA가 발효된 후 검색 결과에서 항공편 서비스를 일시 정지하기도 했다.
임기 내내 빅테크들의 '공적 1호'
애플은 1월에 DMA를 준수하기 위해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 여기에는 EU의 앱 판매자를 위한 결제 시스템을 변경하고, EU의 iOS 앱 배포에 대한 앱스토어의 제한을 해제하는 것이 포함되었다. 또한 EU의 iOS 사용자에게 ‘Safari’를 기본으로 설정하는 대신, 선호하는 브라우저를 선택하도록 강제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지난 3월에 음악 스트리밍 앱에 대한 ‘안티 스티어링’ 조항을 부과한 혐의로 18억 4천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
베스타거는 이 밖에도 임기 내내 메타, 퀄컴, 알스톰, 시멘스와도 갈등을 빚었다. 특히 알스톰, 시멘스 등 두 회사의 합병을 저지하기도 했다. 퀄컴은 베이스밴드 칩셋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 혐의로 베스타거에 의해 9억 9,700만 유로의 벌금을 물었다.
지난 2016년 그녀는 애플이 10년 이상 불법적인 세금 혜택을 받은 것으로 밝혀진 후 아일랜드 정부에 1,430억 유로를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2020년 EU일반법원에서 이 명령은 무효화되었다. 팀 쿡 CEO는 당시 이런 벌금 부과에 대해 “완전히 정치적인 헛소리”라고 맹렬히 그녀를 비난하기도 했다.
빅테크들에 대한 '환골탈태' 변화 강제
하지만 베스타거의 주도하에 DMA가 7개 주요 제재 대상 빅테크, 즉 ‘게이트키퍼’ 리스트를 확정함으로써 (독점구조에 익숙했던) 빅테크들은 환골탈태의 변화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3월 구글은 DMA 판결에 대응, 다른 기업들이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도록, 구글 플라이트와 같은 일부 검색 위젯을 제거했다. 또한 다양한 구글 서비스 간에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설정을 제시했다. 안드로이드나 크롬에 사용자가 선호하는 검색 엔진이나 브라우저를 선택하도록 권장하는 소위 ‘선택 화면’도 추가되었다.
베스타거는 이처럼 ‘반독점’에 대한 강경한 입장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테크리퍼블릭, WSJ 등 미국 빅테크의 이익을 거드는 편인 언론매체들은 “최근 그녀의 결정에 대한 일련의 법적 다툼이 일면서 인기가 줄어들었다”고 실리콘밸리의 시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 매체가 거론한 대표적인 사례는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크댄스가 ‘게이트키퍼’로 지정되면서 벌인 법정 싸움이다.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의해 유럽 투자 은행의 수장을 노린 그녀의 시도가 차단됨으로써 대중적 지지를 잃었다.”면서 “그가 속한 르네상스당 소속 의원도 그녀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고, 2022년에는 그녀의 소속 정당이 덴마크 연립 정부에서 탈퇴했다”고 ‘비호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FT에 따르면, 베스타거의 뒤를 이을 유럽 경쟁 위원은 가을에 EU 집권 사회민주당에의해 지명될 예정이다. 현재 예상으론 벨기에의 디디에 레인데르, 네덜란드의 봅케 훽스트라, 프랑스의 티에리 브르통 중 한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