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텐센트, “中 ‘AI 입국’ 전면에 나서”
자국 내 AI스타트업 거액 투자 등 지원, ‘美 오픈AI에 대적’ 칩 구매, 막대한 컴퓨팅 자원 등 지원, “대신에 R&D 수익 선점”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의 인터넷 공룡들이 앞장서서 자국의 AI스타트업들을 양성하는데 매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에 맞선 ‘AI패권’의 전면에 이들 거대 기업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전략으로 수많은 자국 내 AI스타트업들에 대한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살포(지원)하는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2023년 이후 알리바바의 중국 내 거래의 40%, 텐센트의 거래의 30%가 AI 신생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AI 신생 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그물을 던지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중국의 인터넷 거대 기업들은 미국 오픈I 등에 도전하는 자국 내 AI스타트업들을 육성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그런 노력의 선두에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있는 것이다.
WSJ, “AI스타트업에 거대한 그물 던져”
2023년 이후, 중국 최대의 기술 기업을 포함한 대형 투자자들은 특히 각기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신생기업들에 주목했다. 이들은 대규모 언어 모델을 개발하는 중국 내의 6개 신생 기업들이다. 이른바 중국의 6대 ‘작은 인공지능 용(龍)’으로 불리는 이들은 최근 탄탄한 글로벌 유니콘 수준에 도달했다. 이들 대부분은 성장을 위한 시드머니를 비롯해 알리바바와 텐센트로부터 막대한 자본을 지원받았다.
테크크런치는 “두 회사 모두 지난 2년 동안 전체 투자를 크게 줄였지만, AI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면서 특히 베이징에 본사를 둔 거래 데이터 제공업체 ‘ITJuzi’의 자료를 인용했다. 이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알리바바의 중국 거래의 40%, 텐센트의 거래의 30%가 AI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는 “중국 양대 빅테크의 기록적인 투자 규모”라고 했다.
시장 조사 기업인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도 같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수석 분석가인 웨이 선은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생성AI 분야의 세계적인 선두 주자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면서 “AI 스타트업에 대한 이들의 투자는 기술적 우위를 강화하고,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노력”이라고 밝혔다.
中 빅테크들, ‘경기침체․코로나 탓 감소한 수익 만회’ 기회로
한때 공격적인 거래로 유명했던 이들 중국 빅테크들은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 코로나19 팬데믹, 중국 경제 침체로 인해 최근 몇 년 동안 감소한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마침 생성AI는 새롭게 발견된, 보기 드문 ‘활로’가 된 것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AI를 전략적 우선순위로 삼아 이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자체 기반 AI 모델을 개발,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해당 모델과 AI 컴퓨팅 파워에 대한 액세스매뉴얼을 판매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중국의 AI 모델 시장은 날로 더 활성화되고 있다. 현재 190개가 넘는 언어 모델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었고, 그 중엔 경쟁에선 뒤처지는 회사들도 속출하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로선 이 기회에 AI 유니콘에 투자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를 통해 자사는 연구 개발에 대한 직접적인 통찰력을 얻고, 제품과 사업 관행을 강화할 수 있는 모델에 액세스함으로써 업계에서 우위를 다진다는 전략이다.
시장 조사기업인 ‘포레스터’는 “대형 기술 공급업체가 AI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은 장기 전략에 매우 중요하며,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 환경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혁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 제공, 두 자릿수 수익 증대 기대”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도 각각 오픈AI와 앤트로픽을 지원한 바 있다. 그것처럼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투자의 상당 부분을 포트폴리오 형태를 통해 AI스타트업에 컴퓨팅 파워 형태로 제공했다. 알리바바는 지난 5월에 베이징에 본사를 둔 ‘문샷 AI(Moonshot AI)’의 지분 중 36%를 인수하기 위해 약 8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 중 3억 달러 이상이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를 사용하기 위한 크레딧 형태로 제공되었다. 이런 크레딧은 곧 알리바바의 수익으로 기록되어 재무상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 CEO 에디 우는 지난주 ‘애널리스트 콜’에서 “본사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대한 덕분에 앞으로 1~2분기 내에 외부 클라우드 고객으로부터의 수익이 두 자릿수 성장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기대했다. 중국 기업들로선 자국산 컴퓨팅 리소스는 현금보다 더 가치가 있을 수 있다. 미국이 베이징의 AI 역량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최첨단 반도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한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는 분석이다.
알리바바, 텐센트로선 ‘또 다른 가능성 포착 기회’
그도 그럴 것이 컴퓨팅은 LLM 스타트업이 치러야 할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AI 워크로드를 위한 엔비디아 프로세서는 최고급 승용차에 버금가는 가격이다. LLM을 교육하려면 이런 비싼 칩이 수천 개나 필요하다. 웬만한 스타트업으로선 감당키 어려운 수준이다. 이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은 이들에게 하드웨어를 임대하거나, 할인된 가격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판매하고 있다. 또 칩 구매에 사용할 기금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컴퓨팅 파워를 지원하고 있다.
늘 자금난에 허덕이던 스타트업들이 몇 년 전보다 더욱 원활하게 이들 빅테크로부터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그런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대신에 일부 빅테크 투자자들은 지원 조건으로 해당 스타트업이 또 다른 경쟁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도록 독점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중국 정부로부터 ‘반독점 규칙’ 위반으로 적발되어, 강력한 제재를 받기도 했다.
‘포레스터’는 “생성AI는 엄청난 사업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기술 거대 기업도 이 기회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경쟁사로부터 투자를 받은 선도적 스타트업에까지 투자의 ‘그물’을 펼치는 것은 중국 빅테크들로선 또 다른 가능성을 포착할 수 있는 기회이기때문”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