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 위협? “비공개 다크 풀이 이더리움 장악”

이더리움 사용자들, 프런트 러닝 ‘봇’ 우회, 사적 거래 급증 ‘봇’의 마진 잠식 경계…검증자나 블록 제안자에게 직접 전송 이더리움 가스 총량의 ‘절반’ 가까워, ‘중앙집중’ 우려 급증

2024-08-21     김예지 기자
이더리움 시장에서 프런트 러닝 봇을 우회하는 다크풀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이더리움 이미지. (사진=셔터스톡)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최근 사용자들이 블록체인상의 거래 마진을 잠식하는 프런트 러닝 봇을 피하기 위해 날로 많은 거래를 비공개로 라우팅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네트워크 관찰자들은 그로 인한 투명성 상실과, 궁극적으론 중앙 집중화 추세를 우려하고 있다.

블록체인 트레이더 입장에선 가격이 오를 토큰은 구매하고, 내려가는 토큰은 파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때 최적의 효율을 위해 트레이더는 프런트 러닝(선 매매)을 위한 트레이딩 봇을 개발한다.

그러나 날로 정교해지고 숙달된 이더리움 사용자들은 블록체인에서 트레이딩 봇을 우회한, 비공개 거래를 선호하고 있다. 이를 위한 이른바 ‘다크 풀’에 의존, 프런터 러닝을 위해 만들어진 트레이딩 봇을 우회하고 있다. 이에 코인데스크 등 전문가들은 “분산형 공개 네트워크의 특징이라고 여겨지는 개방성과 투명성을 무색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용자들, 미버스 봇과 같은 마진 탈취 경계 심리

이는 미버스(MEV)의 부작용이나 영향을 방지하고, 이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블록네이티브’사가 최근 조사한 결과 밝혀진 현상으로 알려졌다. 미버스는 블록체인 게임과 메타버스를 중점으로 하는 블록체인이다. 다양한 게임과 다채로운 가상세계의 경험을 내세우고 있으며 미버스 코인이 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특히 디파이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들이 NFT나 암호화폐를 원활하게 거래할 수 있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버스, 즉 MEV봇은 이더리움 시장의 허점을 호시탐탐 노려 최대한 수익을 가로챔으로써 이더리움 사용자들의 경계 대상 1호이기도 하다. 본래 원어는 블록체인 채굴의 시각에서 ‘Miner Extractable Value’였다. 그러나 다양한 합의 알고리즘이 등장하면서 아예 ‘Maximal Extractable Value’, 즉 “최대의 추출(가로챌 수 있는) 가능한 가치”를 의미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네트워크의 공개된 대기열에 있는 거래로부터 저인망식으로 마진을 ‘훑어내기’ 위해 재빠르게 거래에 참여하는, 스피디한 SW봇이 잽싸게 수익을 빼내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사용자들은 이런 미버스의 행태 등에서 보여주듯, 프런트 러닝과 트레이드 봇을 기피할 수 밖에 없다. 결국 검증자나 블록 제안자(구축자)에게 사용자가 직접 전송하는 비공개 거래가 공개 메모리 풀 대신 (다크 풀을 통해) 이더리움 총 가스 사용량의 약 절반을 차지하기에 이른 것이다. 즉 거래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컴퓨팅 파워가 그 정도란 의미다. 이런 현상은 이더리움이 지분 증명 네트워크로 전환된 2022년 9월에 컴퓨팅 파워의 약 7%에 불과했으나, 2024년 초에 15%로 뛰어올랐다가 상반기가 지나면서 급증한 것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이미지. (사진=코인데스크)

“비공개 거래, 소수의 정교한 플레이어가 보상 휩쓸어”

이러한 추세로 인해 비공개 거래 주문 흐름은 허가된 네트워크 참여자만 액세스할 수 있게 되었다. 블록네이티브사는 “이는 소수의 정교한 플레이어가 더 많은 보상을 받으면 중앙 집중화의 힘이 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블로그를 통해 우려섞인 코멘트를 내보냈다.

블록네이티브사는 또 “비공개 흐름은 이를 볼 수 있는 소수의 행위자가 따로 있다.”면서 “어떤 사용자인가에 따라 거래와 ‘물건’을 볼 수 있거나, 반대로 못볼 수도 있는데, 이는 결국 (불공평한) 기회와 이익을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시장 통계를 관찰해온 전문가들로선 매우 이례적일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즉, 이처럼 사용자 개인의 비공개 풀을 통한 공개를 탐지하는 방법인 거래 횟수가 현재 전체 거래의 약 30%나 된다. 2022년만 해도 그 점유율이 4.5%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너무나도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블록 빌더 등 특정 행위자들에 ‘권력’과 이익

블록네이티브에 따르면 또한 이같은 사용자 개인차원의 거래는 더 복잡해지고 있다. 당연히 가스(컴퓨팅 파워) 집약적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개인 거래에서 사용되는 가스 양에 초점을 맞추면, 네트워크 (흐름의) 역학관계에 대한 더 정확한 이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블록네이티브는 또 “반대로 공개적으로 거래하는 사용자들로선 네트워크 수요에 따라 변동하는 수수료율이 더 불안정하고 매우 예측할 수 없다”며 이같은 비공개 풀을 통한 프런트 러닝 봇 기피 현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렇다보니 “블록 빌더(구축자, 제시자)와 같은 특정 행위자만 네트워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볼 수 있게 되었다”면서 “그들은 특정 정보에 대한 독점적인 액세스 권한이 생겼으며, 이는 사용자들보다 우위의 권력을 안겨주고 있다. 탈중앙을 위협하는 것이어서 매우 우려할 만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