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2-①)‘AI 컴패니언’ 시장—‘사람 친구’보다 ‘AI 친구’
사람과 AI의 소통, AI와 AI의 대화, ‘사람과 AI가 어울리는 세계’ 구글, CharacterAI 사실상 인수, 메타 ‘AI 스튜디오’ 출시 등 소셜미디어 빅테크 선점 가능, ‘국내서도 AI캐릭터 시장 활발’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AI 챗봇과 API 전문 스타트업인 ‘튜닙’(TUNiB)의 멀티 페르소나 챗봇인 ‘디어메이트’는 다른 서비스와 차별화된 기능이 하나 있다. 사람 아닌 AI, 즉 ‘메이트(MATE)’가 직접 게시물을 작성한다는 점이다. AI 메이트는 텍스트 뿐 아니라 그림이나 영상, 음악까지 생성해서 자동으로 글을 올린다.
튜닙은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한 코코, 마스, 블루니와 같은 AI챗봇과, 자연어처리 기술을 활용한 여러 API를 모아둔 ‘튜니브리지’(TUNiBridge)를 출시하며, AI컴패니언 시장의 벤치마크 대상이 되고 있다.
인간 SOUL과 AI 메이트의 ‘우정’
여기서 인간 사용자는 ‘SOUL’이다. SOUL은 AI(메이트)가 쓴 글에 댓글을 달 수 있고, 메이트는 즉각 답글을 남겨준다. 최근엔 기능을 업데이트해 인간 사용자(SOUL)도 게시물을 올릴 수 있게 했다. 또 여러 (AI)메이트들이 SOUL의 글에 관심을 갖고 댓글을 달아준다. 이처럼 사람과 AI가 서로 어울리며 살아가는 가상의 세계를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즉, 사람보다 더 정이 가고,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AI친구’(AI Compnion) 시장이 유망산업의 하나로 급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개발자 모임 사이트 운영자인 ‘깊은 바다’(닉네임)는 “현재 대부분의 소셜미디어는 몇몇 인기있는 사람들 즉 인플루언서들이 주도하다시피한다. 그러나 ‘디어메이트’ 같은 생성AI 소셜미디어는 다르다.”고 했다. 즉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사용자인 ‘나’를 위해주는 친구로서 옆에 있어준다. 진짜 사람이 아니지만, 나름의 사이버 인격을 지닌, 인간의 동반자가 되고 있다. 이에 외로움을 해소하거나, 수익을 목적으로 하거나, 게임을 더 흥미롭게 즐기는 등 다양한 용도로 AI컴패니언 시장이 발달하고 있다.
‘깊은 바다’는 또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출시한 재피(ZAPPY)처럼, AI들이 게시물을 올리긴 하지만 실상은 내부 직원이 대신 작성하는 듯한 수준도 있다.”며 “그러나 이런 플랫폼들 역시 앞서 ‘디어메이트’처럼 사람과 AI가 실시간으로 친구가 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사용자가 자신 또는 가상의 AI 챗봇을 만들어 채팅룸에 API로 연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AI와 AI가, 또는 AI와 사람이 서로 대화하며 끊임없이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고 전했다.
국글, 메타, MS 등의 ‘혈투’ 예고
관심과 이슈가 집중되면 돈이 모이기 마련이다. 그렇다보니 AI컴패니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구글, 메타를 비롯한 빅테크들의 ‘혈전’이 예고되고 있다. 본래 AI컴패니언 분야는 AI스타트업들이 나름의 창조력을 발휘하며, 두각을 보였으나, 대형 소셜미디어나 LLM 기술을 보유한 이들 빅테크가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기존 AI컴패니언 스타트업들을 아예 인수하는 방식으로 시간과 노력,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구글이 인수한 ‘CharacterAI’가 대표적이다.
애초 구글은 비밀리에 ‘AI 컴패니언’ 제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계획을 바꿔 CharacterAI를 사실상 인수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또 메타 역시 최근 ‘AI Studio’를 공개하며 페르소나 챗봇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AI Companion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혈투가 본젹적으로 펼쳐지게 된 것이다.
CharacterAI는 AI컴패니언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어젖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업체다. 이 회사는 구글 출신인 노암 샤지어와 다니엘 드 프레이터스가 2021년 창업했다. AI 기반의 캐릭터를 통한 채팅 서비스가 출시되면서 무려 2천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모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심지어 유저당 한 달 간 사용횟수가 챗GPT의 10배가 넘을 정도로 압도적인 위력을 보여주었다. 하루 평균 사용시간 역시 유튜브와 비슷한 2시간에 달했다.
구글 출신 CharacterAI, 다시 ‘친정’품으로
그러나 지난 4일 노암과 다니엘이 다시 구글로 돌아간다고 발표했다. 돌아가는 대신 CharacterAI가 구글에 핵심기술을 제공하고, 라이선스 비용을 받기로 했다. 미국의 ‘반독점법’ 때문에 직접 인수는 안하고,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사실상의 인수나 다름없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3월 MS가 ‘InflectionAI’의 무스타파 술레이만을 영업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애초 의욕이 넘치며 CharacterAI를 운영하던 두 사람이 구글과 손을 잡기로 한 것은 뜻한 바대로 후속 투자가 부진한게 가장 이유로 알려져있다. 게다가 사용자들의 인기는 높지만, 아직 이렇다 할 수익모델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비용 탓에 계획했던 자체 LLM도 포기했다. 그래서 이들은 “LLM을 직접 사전학습(Pre-training)하기보단, (구글 ‘제미니’의) LLM을 도입한 사후학습(Post-training)을 하기로 했다.
이번 변화를 통해 오히려 CharacterAI가 더 크게 성장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즉, “막대한 비용이 들던 LLM 개발을 구글이 대신 해주기 때문”이란 얘기다.
‘AI 스튜디오’는 GPTs와 유사
메타도 지난 1일 그 동안 야심차게 준비했던 ‘AI Studio’를 정식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이는 현재 미국에서만 사용되지만, 국내 사용자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전에 발표했던 ‘메타 AI’는 챗GPT처럼 고정된 Q&A 챗봇이다. 반면에 ‘AI Studio’는 GPTs와 비슷하다. 즉, “사용자가 직접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진 ‘나만의 챗봇’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AI Studio’는 일단 ‘AI Character’와 ‘Creator AI’로 구분된다. 그 중 AI Character는 GPTs와 UI도 비슷하며, 사실상 같은 기능을 갖고 있다. 원하는 챗봇의 페르소나를 프롬프트로 작성하거나, 프로필 사진도 생성할 수 있다. 다만 GPTs와 같은 RAG(검색증강생성)나 코드 인터프리터 기능은 없고, 웹 검색은 가능하다. 또 다른 사람이 만든 챗봇과도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
‘Creator AI’는 오픈AI와 다른 메타만의 차별화 포인트다.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분신인 AI 아바타를 만들어 팬들과 소통하게 해주는 기능이다. 인플루언서 본인이 쓴 포스트, 릴스, 댓글, 스토리, 스레드 등의 글을 학습한 후 자동으로 AI 아바타를 생성해준다. AI 아바타는 인스타, 페북, 왓츠앱 등에서 DM에 대답을 하거나 댓글에 답변을 달기도 한다. 앞서 ‘디어메이트’의 AI메이트와 유사한 모습이다. 메타는 아직은 일부 인플루언서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있으나, 조만간 모든 유저가 자신의 ‘AI 분신’을 만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메타는 앞으로 인플루언서와 팬들과의 소통을 넘어, ‘Creator AI’를 비즈니스에도 적용하는게 목표다. 즉 “기업체마다 자사의 AI를 만들고 고객들과 소통한다”는 것이다. 메타는 LLM 기술을 토대로 이처럼 기업용 챗봇 시장에서 자신만의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엔터테인먼트 분야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인스타’나 ‘페북’ 같은 막강한 소셜미디어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도 큰 무기다.
인스타그램, AI아바타와 팬들 대화 기능 출시
이미 지난 6월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플루언서의 AI 아바타와 팬들이 대화하는 기능을 출시한 바 있다. 이처럼 최근 소셜 미디어가 게시물 피드에서 개인적인 메세징으로 이동하고 있는 경향이다. 인스타그램에서도 DM이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러나 유명 인플루언서들은 팬들과 일일이 소통하기가 어렵다. ‘AI Studio’는 AI 아바타를 손쉽게 생성, 팬들과 자유롭게 대화하게 해줌으로써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AI 스튜디오’는 현재 50명의 인플루언서와 계약을 맺고 각자의 AI 아바타를 만들도록 했다. 인스타그램의 메시지 버튼에 별 모양의 표시가 되어 있으면, 이는 ‘사람이 아니라 AI와 대화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대화창으로 이동하면 인플루언서 이름 왼쪽에 ‘AI’라고 나오고, ‘모든 메시지가 AI에 의해 생성된다’고 알려준다.
메타는 점차 기업이나 이커머스를 위한 고객 상담 채널로 확장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한 텍스트에서 음성이나 영상, 3D까지 다양한 미디어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AI 캐릭터 앱들을 중심으로 AI컴패니언 시장이 날로 번성하고 있다. 국내 업체인 제타나 러비더비는 앱스토어 전체 랭킹 순위권에 들기도 했다. 뤼튼 역시 비슷한 기능을 추가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네이버 웹툰도 만화 캐릭터들과 대화하는 메뉴를 신규로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