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AI붐’ 회의론 불구, ‘브레이크 없는 AI지출’
빅테크들, 수익 창출에 대한 의구심 불구, 천문학적 AI지출 계속 “하반기에도 더 증가”, “결실은 15년 후쯤” 관측에 투자자들 우려 커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최근 발표된 2분기 실적 등 빅테크들의 상황을 보면, AI 개발 등에 천문학적 투자가 이어졌지만, 여전히 매출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그 바람에 ‘AI붐’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지난 주 뉴욕증시에선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매그니피선트 7’(magnificent 7)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이는 이번 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의 사상 보기드문 폭락세로 이어졌고, 다시 이에 놀란 뉴욕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악순환을 빚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빅테크는 AI에 대한 지출을 줄일 수도 없는 처지다. 지금 어려움을 겪더라도 미래가치를 위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는 MS와 메타, 구글, 아마존 등 ‘AI붐’의 선두에 섰던 빅테크들이 가진 공통의 고민이다.
MS, “AI에 대한 지출은 계속할 것”
MS는 그럼에도 “AI에 대한 지출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투자에 대한 수익이 발생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는 “15년 이상 세월이 흘러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기술매체 IT프로포탈은 “앞서 5일 MS는 이번 분기 및 연간 실적을 발표했는데, 여기서도 AI를 제외한 레거시 사업 부문에서 나름대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분기 매출은 일단 15% 증가한 647억 달러에 달했다. ‘기기’ 매출은 분기별로 11% 감소한 반면 Windows 매출은 7% 증가했고, ‘Intelligent Cloud’는 19% 증가해 285억 달러에 달했다. MS 애저 클라우드는 전체적으로 21% 성장했고, 2분기에만 전년 대비 29%나 급증했다. 그 결과 연간 매출은 16% 증가하여 2,451억 달러에 달했고 순이익은 880억 달러였다.
CEO 사티야 나델라는 성명을 통해 “이번 회계연도의 강력한 성과는 나름대로 혁신을 추구한 가운데, 고객이 MS에 큰 신뢰를 보내주신 결과”라고 의례적인 덕담을 던졌다. 그러면서 특히 “고객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데 집중하는 동시에 AI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수익과 매출과는 달리 지출은 대부분 AI와 클라우드를 위해 발생했다. 이 회사의 전년도 총 지출은 557억 달러였다. MS는 실적을 논의하는 ‘컨퍼런스 콜’에서 “내년에 더 많은 지출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특히 AI 사업을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수익으로 열매를 맺기까진 적어도 1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MS AI 제품에 대한 회의론도 팽배
그럼에도 MS는 지난해와 금년 2분기 실적을 근거로 시종 낙관론을 펴고 있다. 그러나 현지의 한 애널리스트는 “(AI를 위해) 수십억 달러가 지출되는 상황에 대해 투자자들이 인내심을 거의 갖지 못하고 있다”면서 “만약 우려했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추정치보다 훨씬 더 나은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AI투자에 집중하는 경영진들은) 밀려날 것”이라고 ‘로이터’를 통해 경고하기도 했다.
시장분석기관 ‘포레스터’(Forrester)는 “이번에 발표된 실적 결과는 AI가 궁극적으로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어느 정도 잠재울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투자자들은 AI 투자와 수익의 가능성을 계속 주시할 것이 분명하다”고 IT프로포탈에 밝혔다.
포레스터는 또 “MS의 AI 제품이 여전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투자자와 고객들은 2분기 실적 발표 후에도 의문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 가운데 MS애저의 AI 인프라 확장으로 인해 ‘Intelligent Cloud’ 운영 비용이 전년 동기에 비해 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투자자와 애저 고객들은 MS와 클라우드 공급업체 전체에 불고있는 ‘AI붐’의 성공 가능 지표로서 이를 주시할 것”이란 얘기다.
알파벳도 “내년 AI지출 높을 것”, 메타 “2분기 AI 지출 7% 증가”
이런 시장의 분위기는 다른 빅테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구글 소유주인 알파벳은 지난주 2분기에만 자본 지출이 예상보다 13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는 결과를 발표한 후, “내년에도 AI 관련 지출이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로이터에 따르면, 메타는 매출이 22% 증가한 390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순전히 “탄탄한 글로벌 광고 수요 덕분”이라고 한다. 물론 디지털 광고 부문을 개선하기 위해 AI를 사용하긴 했다. 그러나 AI 채팅봇이나 AI 도우미와 같은 AI부문의 주력 기술에 대한 장기적 투자에서 수익이 발생하려면 더 오래 걸릴 전망이다. 그럼에도 AI가 투입된 광고 부문에서 그나마 수익이 증가함으로써 2분기에 AI에 대한 지출이 7%나 증가한 점을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아마존, 생성AI가 ‘돈먹는 하마’ 역할
아마존도 5일 2분기 실적이 매출이 263억 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로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상당한 증가를 나타냈다.
그러나 아마존도 2024년 상반기에 3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했는데, 지출의 상당 부분이 클라우드와 생성 AI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생성AI가 그야말로 ‘돈먹는 하마’ 역할을 한 셈이다. 아마존은 그럼에도 투자자들에게 “2024년 하반기에는 AI와 클라우드 관련 투자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빅테크의 AI지출은 ‘AI붐’에 대한 회의적 분위기와는 별개로 멈출줄 모른채 증가하고 있다. 이에 투자자들은 수익이 실제로 창출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갖고 지켜보는 중이다. 정작 AI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빅테크들도 초조할 수 밖에 없다. “그야말로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어디까지 지속될지를 시험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